지은희(33, 한화큐셀)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했다. 이미림(29, NH투자증권)도 2타차 2위를 차지해 LPGA 투어 2019 시즌에도 매서운 ‘한국 바람’이 불어닥칠 것을 예고했다.
지은희는 한국시간 21일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트란퀼로 골프코스(파 71, 6,64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120만 달러=약 13억 4,700만 원, 우승상금 18만 달러=약 2억 205만 원)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우승했다. 이미림은 12언더파 준우승.
3라운드까지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와 13언더파 공동 선두를 달렸던 지은희는 최종라운드에서 한 타를 줄이는데 그쳤지만 대다수 선수들이 타수를 잃는 바람에 우승컵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함께 챔피언조로 출발한 리디아 고가 무려 6타를 잃어 7언더파 단독 8위로 떨어질 정도로 경기 조건이 나빴다. 플로리다의 강풍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미림은 보기 1개, 버디 4개로 3타나 줄였다. 3타를 줄인 선수는 이미림이 유일하다. 5위에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이미림은 2위까지 치고 올라가 올 시즌 전망도 밝게 했다.
지은희가 타수를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 했는지는 스코어카드에 잘 나타나 있다. 1, 2번 홀을 연속 보기로 출발한 지은희는 3, 4번 홀에서 연속 버디로 만회 했다. 파4 6번홀에서 범한 보기는 파5 10번홀 버디로 막아냈다. 13번홀 버디로 기운을 상승세로 되돌린 지은희는 15번 보기로 한풀 꺾였다가 파4 16번홀 버디로 우승감을 잡았다. 그 사이 이미림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스코어는 처참할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지은희도 3번 홀에서의 버디가 이날 우승의 전환점이 됐다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말했다. 지은희는 "1, 2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해서 부담도 가고 힘도 많이 들어갔는데, 3번홀에서 15야드 어프로치로 버디를 만들어 낸 것이 오늘 우승을 하는데 원동력이 된 것 같다. 3번홀에서 분위기를 전환했기에 후반에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안 좋았지만 잘 넘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븐파를 친 넬리 코다가 11언더파로 단독 3위, 2타를 줄인 태국의 모리야 주타누간이 10언더파로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작년 3월 기아 클래식에서 이후 10개월만에 우승을 보탠 지은희는 개인 통산 5승째를 수확했다.
이번 대회는 LPGA 투어 2019시즌 개막전이기는 하지만 이벤트성 대회로 치러졌다. 대회명에 ‘챔피언스 토너먼트’가 붙은 만큼 대회 참가 선수는 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 짜였다. 여기에 아마추어 및 셀러브리티들이 함께 경기를 하는 형태를 띠었다. 본 대회 전에 하루 정도 펼쳐지는 프로암 대회와는 완전히 달랐다. 아마추어 및 셀럽들이 4라운드 내내 함께 뛰었다.
리더보드도 2개로 구성 됐다. 프로 선수들의 성적을 보여주는 리더보드와 아마추어들의 성적을 보여주는 리더보드가 4라운드 내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아마추어 토너먼트에서는 전 메이저리그 투수 존 스몰츠(52)가 149포인트로 우승했다. 스몰츠는 1990년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개인 통산 200승(213승 154세이브)을 돌파한 대투수다.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 됐다.
독특한 형식으로 치러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는 프로가 26명이 참가했고, 셀럽 및 아마추어가 42명이 참가해 컷 탈락 없이 4라운드를 함께 돌았다. 셀럽 토너먼트는 이글 6점, 버디 3점, 파 1점, 보기 0점, 더블보기 이상 -2점을 매겨 총점을 내는 방식이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함께 경기를 했지만 스코어는 따로 매겼다. 셀럽 & 아마추어에게도 총상금 50만 달러(5억 6,125만 원)가 배정 됐는데, 그 중 우승상금은 10만 달러(1억 1,225만 원)나 됐다.
2019 시즌 LPGA는 2주 뒤부터 호주와 아시아를 돌며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한다. /100c@osen.co.kr
[사진] LPGA 투어 2019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한 지은희(위)와 이미림의 경기 장면. 맨 아래는 아마추어 그룹에서 우승한 존 스몰츠가 같은 조에서 경기한 리디아 고와 포옹하며 인사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