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OSEN+] 춘추전국 시대 개막…유럽-북미 비상, 도전자 된 LCK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9.07.05 14: 23

이제는 전세계 LOL e스포츠씬은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것 같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2019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지역은 한국이나 중국이 아닌 유럽의 G2 e스포츠 였다.
일찌감치 한국으로 패권이 넘어왔고, 지난해에는 중국 ‘인빅터스 게이밍(IG)’의 ‘2018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 으로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아시아 지역의 아성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전세계 13개 지역의 스프링 시즌 우승팀이 모여 지역의 자존심을 걸고 대결하는 대회인 MSI는 지난 2015년 미국 탈라하시에서 처음 개최돼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특히 이번 대회는 그 어느 때 보다 ‘갭 이즈 클로우징(Gap is closing)’이라는 말이 들어맞을 정도로 지역별 격차가 없어졌다. 비록 그룹 스테이지에서 탈락했지만, 베트남을 대표해 출전한 퐁부 버팔로는 이번 MSI에서 우승한 G2를 그룹 스테이지에서 만나 두 번 모두 승리했다. 객관적인 전력 상 열세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화끈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베트남 리그의 수준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전세계 팬들에게 알렸다.

전통적인 강호로 손꼽히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팀들과 지금까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북미, 유럽 팀들 간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LoL 월드챔피언십 우승팀인 중국의 인빅터스 게이밍과 ‘영원한 우승후보’ SK텔레콤 T1 모두 이번 MSI 준결승에서 북미와 유럽팀을 만나 패배했다. 게다가 단판제가 아닌 5판 3선승제에서의 결과였다는 점은 개인 기량과 팀 전략, 전술 측면에서 격차가 줄어들었거나 혹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오쎈플러스에서는 이번 MSI로 세계 LOL e스포츠의 달라진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성난 들소 앞세워 괄목한 성장 보여준 베트남
13개 참가 팀들 가운데 인상적인 팀 하나가 바로 베트남 대표 퐁 부 버팔로다. 우승팀 G2 e스포츠를 상대로 전력 상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의 맞대결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막무가내 처럼 보이지만 상대를 잠시도 쉬지 않고 몰아치는 특유의 스타일에 대부분 팀들이 난타전 양상을 펼쳐야 했다.
퐁 부 버팔로의 이런 경기력에는 베트남 지역의 LOL 열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베트남은 지난해 ‘베트남 챔피언십 시리즈(VCS)’를 발족해 국제대회 독립시드를 받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기준으로 1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 중 35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60% 달하는 베트남은 디지털 컨텐츠를 적극 소비하는 젊은 층이 많기에 e스포츠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다. 한 예로 한화생명이 지난 해 11월 베트남에서 개최했던 HLE 글로벌 챌린지는, 결승전 실시간 중계 동시 시청자 수가 5만명을 넘기면서 현지에서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 칼 갈았던 유럽의 암흑군주, ‘슈퍼팀’ G2가 안겨준 8년만의 우승컵
G2 e스포츠는 유럽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팀이다. 특히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프나틱의 미드 라이너 ‘캡스’ 라스무스 뷘터와 미스피츠 서포터 ‘미키’ 미하일 메흘레를 영입했고, 기존 미드를 맡았던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는 원딜로 내려보내면서 ‘유럽의 슈퍼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사실 G2를 유럽지역에서는 지난해 여름까지 ‘암흑군주'라 지칭했다. 2016 스프링 시즌 리그에 합류하면서 3연속 우승으로 지역 최강으로 떠올랐으나, 국제 대회만 나오면 신통치 않은 성적에 눈총을 받았다. 첫 국제대회였던 2016 MSI에서는 그룹 스테이지를 5위(2승 8패)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끝마쳤다. 2016 롤드컵에서도 그룹 스테이지에서 탈락하면서 8강행이 좌절됐다.
2018년 들어 파비안 로만 감독을 영입한 이후 팀 컬러에 변화를 줬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을 끌어모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밴픽으로 상대를 흔들었다. 가장 많은 챔피언을 사용한 팀이 G2 였다. 미드에서 원딜로 포지션을 바꾼 ‘퍽즈’는 원딜과 비원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상대에게 미드 라이너와 일기토를 하는 공포를 심어줬다.
‘테디’ 박진성과 ‘더블리프트’ 일리앙 펭과 원딜 맞대결서 압도했던 루카 페르코비치는 “모든 미드 플레이어들이 나처럼 봇으로 가서 ‘카시오페아 야스오 신드라 조이 니코 같은 미드 챔피언을 하면 될 것 같다’”는 재치있는 입담으로 MSI 우승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G2는 ‘퍽즈’ 뿐만 다른 라인에서도 특이 픽 뿐만 아니라 대세 챔피언들도 수준급으로 사용하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역 라이벌인 북미 팀 리퀴드와 결승전은 압승 그 자체였다. 70분 43초 역대 국제대회 5전 3선승제 최단 시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G2의 다음 목표는 다가오는 가을에 벌어지는 2019 롤드컵 우승이다. 로만 감독은 “이번 MSI 우승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IG에 이기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라고 진정한 축배를 가을 롤드컵 무대에서 들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도전자가 된 SK텔레콤, MSI 터닝 포인트 될까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한국을 대표해 대회에 나선 SK텔레콤은 팀이 결성됐던 스토브리그부터 소위 ‘드림팀’ 으로 불렸다. 첫 출발선이었던 KeSPA컵부터 삐꺽거렸지만 정규 시즌인 스프링 스플릿에서 우승하면서 어느 정도
‘왕의 귀환’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MSI 역시 그룹 스테이지부터 불안하게 출발했다. IG에 16분 1초, 방송 중계화면으로는 15분 57초에 넥서스가 터지면서 팬들 사이에서 ‘1557’이라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18일 G2와 4강전서도 상대의 노림수가 나올 때마다 흔들리면서 2-3 역전패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회를 돌아보면,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나 해외 메타 흡수가 더디고 팀 플레이의 핵심인
‘클리드’ 김태민이 풀리지 않으면 무너지는 모습이 반복됐다. 글로벌 전체적으로 리그의 상향평준화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운영’을 고집하는 한국 지역의 질적 하락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오브젝트’ 중심의 운영과 후반 한 타로경기를 매듭짓는 SK텔레콤의 실력을 분명 인정하나, 안정적으로 정형화된 플레이에 고집스러움은 자신들이 SK텔레콤을 포함한 LCK팀들을 대처할 수 있는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결국 지금 정형화된 패턴에서 드러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 올 가을 롤드컵 무대에서 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셈이다. 새로운 과제를 떠안은 SK텔레콤이 MSI 4강을 터닝포인트 삼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 글, 사진=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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