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없는 벤투호가 부담스런 첫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 하지만 약팀을 상대로 보여준 마무리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FIFA랭킹 41위)은 11일 오후 7시 30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첫 경기 홍콩(139위)과 경기에서 황인범의 선제골과 나상호의 추가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통산 5번째이자 3연속 우승을 향한 첫 관문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또 이날 승리로 지난 10월 10일 월드컵 지역예선 스리랑카전 이후 3경기 무승(2무1패), 3경기 무득점 사슬까지 끊어냈다.
하지만 약체로 평가되는 홍콩을 상대로 2득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홍콩은 FIFA랭킹 139위에 머물고 있는 팀이다. 앞으로 차례로 맞붙을 중국(75위), 일본(28위)과 비교해 가장 떨어지는 전력이다.
홍콩과의 상대전적은 더욱 압도적이다. 이날 경기 전 홍콩을 상대로 20승 5무 2패를 거두고 있던 한국이었다. 가장 최근 패배는 1958년 2월 친선대회가 마지막이었고 무승부도 1972년 7월 메르데카컵이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상대전적에서 월등한 상대였지만 2득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무엇보다 경기장 절반만 사용했다고 할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한국이었다. 하지만 한국 공격라인은 홍콩 수비를 벗겨내는데 힘든 모습이었다. 전반만 해도 84%의 볼 점유율을 올릴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전반 45분이 돼서야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역시 전반과 비슷한 양상이었지만 역시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한국은 2골을 뽑아냈지만 세트피스로만 득점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이다.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넣을 수 있는 필드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고구마를 먹는 답답함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벤투 감독은 유럽파가 없는 가운데 국내 K리그와 일본, 중국리그 활약 선수 위주로 선발진을 꾸렸다. 김승대(전북)를 최전방에 세우고 문선민(전북), 김보경(울산), 나상호(도쿄)를 2선에 뒀다. 중원에는 황인범(밴쿠버)과 손준호(전북)를 나란히 배치했고 박주호(울산), 권경원(전북), 김민재(베이징), 김태환(울산)으로 4백 라인을 구성했다. 골문은 구성윤(삿포로)에게 맡겼다.
홍콩이 아예 수비로 내려서면서 한국은 나상호와 박주호, 문선민과 김태환이 양측 더블 윙어로 나설 정도로 일방향적인 공격에 나섰다. 중앙수비수 권경원과 김민재는 아예 중앙선 부근에 서서 때때로 공격에 가담할 정도였다. 하지만 박스 안에만 공이 들어가면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김승대가 부상으로 나온 뒤 이정협(부산)이 투입되면서 박스 안 움직임이 그나마 활발해졌다. 하지만 믿었던 김보경, 문선민의 움직임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박스 안에 촘촘하게 늘어선 홍콩 수비진들 사이에서 한국 공격진들의 날카로움은 무뎌졌다. 후반 들어 윤일록이 투입되면서 공간이 조금씩 열렸다. 그래도 시원함은 느낄 수 없었다. 측면이 좀더 활발해져서 중앙에 밀집된 수비가 분산돼야 했지만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그나마 황인범은 전반 45분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잡은 프리킥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김보경이 왼발로 차는 척하며 수비진의 시선을 분산시킨 사이 황인범이 오른발로 감아찼다. 공은 수비수 키를 살짝 넘어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들었다. 나상호는 후반 38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보경의 헤더 패스를 머리로 마무리했다. 역시 코너킥으로 시작된 세트피스였다. 필더골의 아쉬움을 세트피스로 달래긴 했지만 2골은 그대로 아쉬움이 컸다.
한국은 이제 오는 15일 중국, 18일 일본과 차례로 경기를 치른다. 과연 홍콩보다 공격과 수비가 나은 상대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