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의 무한신뢰를 받고 있는 원두재(울산 현대)의 센터백 실험이 끝내 물음표로 끝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밤 오스트리아 마리아 엔처스도르프 BSFZ 아레나서 열린 카타르와 A매치 평가전서 2-1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2019 아시안컵 8강서 충격적인 패배를 안긴 카타르에 설욕했다. 황희찬이 16초 벼락골로 역대 A매치 최단 시간 득점을 기록했고, 황의조가 1골 1도움으로 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원두재는 멕시코전에 이어 이날도 권경원(상주 상무)과 함께 센터백으로 호흡을 맞췄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멕시코전은 정우영, 권경원과 함께 스리백 일원이었고, 카타르전은 포백 수비수로 뛰었다는 것이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본업인 원두재는 멕시코전서 크고 작은 실수를 했다. 특히 후방 빌드업서 치명적인 패스 미스를 범해 한국에 위기를 안겼다. 북중미 강호 멕시코의 강력한 전방 압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경험 부족이 또다시 드러났다.
카타르전에도 벤투 감독의 선택은 원두재였다. 김민재(베이징 궈안), 김영권(감바 오사카), 박지수(광저우 헝다) 등이 차출 문제로 빠졌지만, 정승현(울산)과 정태욱(대구) 등 능력 있는 전문 센터백을 차출하고도 끝내 외면했다.
원두재는 멕시코전서 보였던 후방 빌드업의 문제점을 카타르전에도 그대로 노출했다. 몇 차례 패스의 세기 부족과 방향 선택 미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다행히 실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아찔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는 벤투 감독은 패싱력이 좋은 원두재를 최후방으로 내려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올림픽 대표팀과 스페셜 매치부터 이달 A매치 2연전까지 계속 기회를 줬다.
멕시코전서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 만큼 카타르전에는 변화가 필요했다. 대신할 자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정승현과 정태욱은 K리그 내에서도 빌드업 능력이 준수한 전문 센터백으로 꼽힌다. 두 차례 평가전에 단 1분도 기회를 주지 않은 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