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꼴 나기 싫지?".
인도네시아는 지난 26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F조 4차전 원정에서 3-0으로 대승을 거뒀다. 인니는 홈 1-0, 원정 3-0 대승으로 베트남을 잡고 3차 예선 진출에 유력한 고지에 올라섰다.
신태용호의 행보에 인도네시아는 열광하고 있다. 아시안컵 16강부터 월드컵 2차 예선까지 라이벌로 평가받던 베트남을 압도하면서 거의 동남아 국가 중에서 최고 성과를 내고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3차 예선에 진출하는 유일한 동남아 국가가 될 수 있는 상황.
인도네시아는 신태용 감독의 지휘 아래 지난 1월 28일 카타르 알라이얀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호주에 0-4로 패배하면서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신태용호는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의 본선 진출을 이끈 데 이어 사상 최초 16강이라는 역사까지 세웠다.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총 4번 밟았지만,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나라다.
정말 극적인 16강 진출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4일 D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에 1-3으로 패하며 탈락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F조 3위 오만이 키르기스스탄과 1-1로 비기면서 인도네시아가 각 조 3위 팀 6개 중 4번째로 높은 성적을 기록하며 막차를 탔다.
16강전 패퇴에도 인도네시아 내부의 분위기는 신태용 감독이 대단한 업적을 세웠다고 인정했다. 인도네시아 'TV1 뉴스'는 "인도네시아 대표팀 출신의 해설자 페리 산드리아는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에 신태용 감독과 빠르게 재계약을 할 것을 요청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과 인도네시아의 게약은 2024년 6월에 종료된다. 산드리아는 인터뷰에서 "물론 연장 계약 여부는 PSSI가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중하게 결정하길 바란다"라면서 "개인적으로는 PSSI가 재계약을 제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단 이런 의견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신태용 감독을 테스트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오는 인도네시아 U-23 대표팀이 4월에 열리는 U-23 아시안컵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에만 재계약을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인터 밀란의 구단주로도 유명한 에릭 토히르 PSSI 회장은 신태용 감독을 향한 러브콜에도 "아직 재계약은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라면서 "무조건 U-23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해야지 재계약을 시켜줄 것이다"라고 강경 입장을 밝혀 논란을 키웠다.
자연스럽게 신태용 감독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 성인 대표팀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도 U-23 아시안컵 8강에 실패하면 재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인도네시아 팬들은 축구협회 페이스북과 인스타에서 신태용 재계약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 인도네시아 팬은 ""신태용 연장 계약이나 빨리 해라"라거나 "박항서 감독을 내치고 필립 트루시에를 데려온 베트남을 봐라. 감독 교체의 부작용이다. 이처럼 자기 수준을 모르고 감독 교체하는 것은 수직 난하로 이어진다. 베트남처럼 되기 싫냐"고 우려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베트남의 몰락 때문. 실제로 베트남은 인니와 멸망전 패배 이후 트루시에 감독을 경질했다. 심지어 14경기서 4승 10패에 그친 트루시에 감독 경질 이후 유력 후보로 박항서 감독의 복귀가 거론되고 있다.
이를 본 인도네시아 팬들이 직접적으로 토히르 회장에게 신태용 감독을 붙잡으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선전 배경에는 여러 가지 귀화 선수의 영입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신태용 감독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인도네시아 팬은 "우리 상대가 베트남인 것이 큰 교훈을 준다. 신태용 감독의 라이벌 박항서 감독을 내친 베트남은 빠르게 몰락했다. 우리는 그렇게 안 된다"라면서 토히르 회장과 PSSI에게 반드시 신태용 감독을 잡아줄 것을 당부했다. /mcadoo@osen.co.kr
다른 인도네시아 팬은 "U-23 아시안컵과 무관하게 무조건 신태용 감독을 지켜야 한다. 이런 상황서 아시안컵 U-23까지 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