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꾸준히, 오랫동안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선수는 단연 주장 전준우(38)다.
경찰청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풀타임 시즌을 다시 치르기 시작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시즌 동안 타율 3할1푼5리(3633타수 1146안타) 134홈런 575타점 OPS .867의 생산력을 과시했다. 이 기간 타율 3위, 최다안타 2위, 홈런 7위, 타점 6위, OPS 6위 등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서 군림했다.
올 시즌 역시 전준우는 건재하다 타율 3할8리(146타수 45안타) 5홈런 26타점 OPS .862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득점권 성적(타율 .234)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만한 생산력을 갖고 타선에 무게감을 심어주는 타자도 없다.
하지만 이런 전준우도 황혼을 향해간다. 건재하다고 하지만 언제 꺾여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자기 관리는 워낙 철저한 선수이기에 급격한 노쇠화 우려는 접어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위험 부담이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 타자들도 있지만 결국 전준우의 뒤를 이어야 하는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와야 한다. 언제까지 전준우만 바라보고 야구를 할 수는 없는 노릇. 급진적인 세대교체보다는 신구조화를 추구하며 젊은 선수들이 차근차근 성장하는 게 앞으로 롯데의 과제였다. ‘포스트 전준우’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구단의 의무였다. 당연히 어린 선수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기대를 알고 책임감을 갖고 그라운드에 나서야 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당연히 순탄하지 않다. 어린 선수들의 책임감이 부담감으로 변하면 어깨를 짓누르고 성장이 정체되기 마련. 자연스레 성장통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롯데의 어린 선수들은 책임감을 갖고, 서로를 독려하고 다독이면서 성장통의 시간도 극복해 나가고 있다. 롯데는 시즌 극초반 연패를 거듭했지만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 해줘야 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힘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 황성빈(27) 한동희(25) 고승민(24) 손성빈(22) 나승엽(22) 윤동희(21) 김민석(20) 등의 젊은 타자들도 팀에 전혀 동력을 제공하지 못했다. 톱니바퀴가 맞물리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도 젊은 선수들을 마냥 기다리지 않고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2군으로 내려보내 재조정 시간을 가졌다. 고승민 나승엽 김민석 손성빈 등은 1,2군을 오가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 깨달았다.
지난달 26일 1군에 복귀한 뒤 9경기에서 타율 5할1푼7리(29타수 15안타) 1홈런 10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고승민은 “2군에서 폼 신경 쓰지 않고 하루에 2~3시간씩 배팅을 쳤다. 계속 배팅을 치면서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라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고승민은 지난해에도 가장 끝까지 남아서 훈련을 하고 퇴근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최근 9경기 연속 안타에 9일 한화전 3안타 경기를 펼친 윤동희는 “이제 타격감이 올라올 때다.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팀 선배들도 그렇고 타선이 올라오고 있는데, 어린 연차의 선수들이 코치님과 남아서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탈 직전 5할대의 맹타를 휘둘렀던 황성빈도 “경기 전후로 훈련을 많이 했고 제가 백업으로 지내고 있을 때도 김주찬, 임훈 코치님이 절대 놓지 않으셨다. 노력하는 것에 의심할 때가 있는데, 틀린 방향으로 가지 않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라면서 그동안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이제 롯데의 현재이자 미래가 됐다. 젊은 선수들은 책임감을 회피하지 않았다. 어리다는 이유로 선배들의 뒤로 숨지 않았다. 두려움 없이 하되, 책임감을 짊어지면서 더 나아지기 위해 땀을 흘렸다. 더 이상 전준우만 바라볼 필요는 없어졌다. 젊은 선수들, 롯데의 미래들도 각자 1인분의 몫을 할 수 있게끔 성숙해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