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MVP를 차지하며 미국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투수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자신을 방출한 ‘친정팀’ 워싱턴 내셔널스를 울렸다.
페디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레이트필드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등판,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화이트삭스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3회 1사 2루, 4회 1사 2루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위기조차 없는 투구였다. 총 투구수 99개로 스트라이크 60개, 볼 39개. 최고 시속 94.5마일(152.1km), 평균 93.2마일(150.0km) 싱커(36개), 커터(35개), 스플리터(18개), 스위퍼(10개)를 고르게 구사했다.
이날까지 페디는 시즌 9경기(52이닝)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 탈삼진 50개를 기록 중이다. 화이트삭스가 아메리칸리그(AL) 전체 최저 승률(13승30패 .302)로 추락했지만 페디는 AL 다승 공동 3위, 평균자책점 9위, 이닝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 6이닝 6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13이닝 무실점 행진.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하며 갈수록 좋은 투구를 펼치고 있다.
이날 상대팀이 전 소속팀 워싱턴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호투였다. 201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에 뽑힌 유망주 출신 페디는 2017년 빅리그 데뷔 후 2022년까지 6시즌 통산 102경기(88선발·506⅓이닝) 25승33패 평균자책점 5.12로 기대에 못 미쳤다.
꾸준히 선발 기회를 받았지만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2022년 27경기(127이닝) 모두 선발로 나섰으나 6승13패 평균자책점 5.81로 부진했고, 시즌 후 워싱턴은 연봉조정 신청자격 2년차에 들어가는 페디를 논텐더로 풀었다. 사실상 방출로 시장에 나온 페디는 NC의 적극적인 오퍼를 받고 한국으로 향했다.
100만 달러를 받고 한국에 온 페디는 지난해 30경기(180⅓이닝) 20승6패 평균자책 2.00 탈삼진 209개로 KBO리그를 지배했다. 외국인 투수 최초 트리플 크라운과 함께 MVP까지 수상했다. 겨우내 새로 연마한 스위퍼와 스플리터를 한국에서 시험하며 스텝업했고, 시즌 후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빅리그에 복귀했다.
워싱턴 지역 방송 매체 ‘MASN’은 ‘페디는 2017~2022년 워싱턴에서 102경기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한 뒤 자신이 방출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이후 페디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지난해 KBO에서 20승3패 평균자책점 2.00 탈삼진 209개로 리그 MVP를 받으며 자신을 재발견했다. 이를 발판 삼아 화이트삭스와 2년 계약을 맺은 뒤 좋은 투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후 페디는 친정팀 워싱턴과 첫 대결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선발등판할 때마다 내가 할 일을 하고 싶지만 항상 마음 한구석에는 워싱턴 상대로 더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내가 원했던 대로 되어서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워싱턴의 실패한 5선발 유망주였지만 1년간 한국을 다녀간 뒤 화이트삭스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2018년부터 워싱턴을 맡아 2022년까지 5년간 페디와 함께한 데이브 마르티네스 워싱턴 감독은 “페디가 정말 잘 던졌다. 모든 공을 잘 섞어 던졌다. 스플리터, 커터가 좋았다”고 인정했다. 페드로 그리폴 화이트삭스 감독은 “페디는 정말 좋은 투수다. 마운드에서 침착하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경쟁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