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선임 논란을 바라보고 있는 축구 팬들이 실망을 넘어 자조와 자탄이 섞인 비아냥으로 씁쓸한 현실을 통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9월 15일 홈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부터 대표팀을 이끌 홍 감독은 2027년까지 1월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하지만 홍 감독 선임이 석연치 않게 진행되면서 대한축구협회가 축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의 폭로로 지난 5개월 동안 전력강화위원회가 파행을 계속했고 전문성 결여로 약속했던 외국인 지도자 영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박주호 위원의 발언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고, "우리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협회 제안을 거부했다던 홍 감독은 울산 팬들을 배신한 채 이임생 기술이사의 읍소를 받아들였다. 결심을 뒤집기까지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더구나 홍 감독은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당시 김판곤 전 위원장과 함께 만들었다는 검증시스템 없이 일종의 특혜 속에 대표팀 사령탑 제안을 수락했다.
홍 감독은 "제 안의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저는 저를 버렸다. 한국 축구밖에 없다"는 말로 자신의 변심을 설명했다. 결국 2014 월드컵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개인적인 의지가 대표팀 사령탑 수락 배경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축구 팬들은 분노했다. 당장 경기장을 찾은 울산 팬들은 홍 감독을 앞에 두고 "홍명보 나가"를 외쳤다. 관중석에는 '거짓말쟁이 런명보', '축협의 개 MB', '피노키홍', '명청한 행보',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Where is 의리?' 등 걸개로 협회와 홍 감독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동시에 각종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앞선 발생한 논란까지 소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및 번복',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아시안컵 선수단 불화 이례적 빠른 인정', '황선홍 임시 감독의 올림픽 10연속 본선 진출 실패' 등이 그것이다.
팬들은 정몽규 회장 등 협회 수뇌부가 뒤로 숨어 여론이 잠잠해지길 바라고 있다고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협회의 무능에 한탄을 하고 있다. "현대 축구를 위해 더 노력해도 힘들 판인데 한국 축구는 뒷걸음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축구인들은 그런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일부 강성 팬들은 협회와 관련된 행사나 경기를 보이콧해서 실질적인 타격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축구인들도 불합리한 협회를 향해 침묵해서는 안 되며 계속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회장 선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전략강화위원에 각계 전문성을 지닌 인사가 들어가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느새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그래서 니들이 할 수 있는 게 뭔데?"라는 되물음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린 물음이다.
아무리 앉아서 소리쳐봐야 팬들이 협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홍명보호가 다시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 협회를 향한 민심도 곧 잠잠해질 것이라는 비아냥도 담겼다.
한 팬은 "대표팀 경기를 보이콧하자고? 우리가 보이콧한다고 아무도 경기장에 가지 않을까? 결국 또 만원사례가 될 것이다. 팬들은 선수들이 보고 싶어서라도 경기장에 가서 대표팀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협회와 감독이 싫어도 그럴 수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이런 가운데 협회는 정치권의 회의록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KFA에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전했다. 하지만 협회는 "회의 내용 중 연봉 등 협상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보장을 위해"라는 이유로 회의록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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