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다.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갑자기 자서전을 발간했다.
출판사 가람기획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몽규 회장의 축구인생 30년을 담은 자서전 ‘축구의 시대 - 정몽규 축구 30년’을 26일 발간한다고 발표했다.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및 번복, 위르겐 클린스만 선임 및 경질, 아시안컵 우승 실패 및 이강인 탁구사건, 파리올림픽 진출 실패, 홍명보 감독 선임 등 지난 1년간 수많은 논란으로 중심에 선 정몽규 회장이다. 하지만 그는 대중 앞에서 제대로 된 해명조차 없었다.
이런 와중에 정 회장이 자서전을 발간했다. 세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도서의 차례를 보면 정 회장이 최근 민감한 이슈에 답을 한 것은 없다. 다만 정 회장이 그간 축구인으로서 쌓아온 자신의 행적을 소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출판사는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 그는 2024년 현재, 아니 어쩌면 지난 10여 년간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아온 인물일지 모른다. 그를 비판하는 댓글을 다는 것이 마치 인터넷 세상의 놀이나 유행이 되어버린 것처럼 많은 이들로부터 크고 작은 공격을 받는다. 그러나 정몽규라는 사람을 비난하는 이들 중에서 정작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서적을 소개했다.
이어 “너도 나도 정몽규를 향해 돌을 던지지만, 정작 그가 왜 그러한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굉장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런 것일까? 많은 부분이 크고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는 왜 오해의 간극을 메우려 애쓰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이 책 『축구의 시대』가 그동안 그를 둘러싼 오해와 논란에 대해 답하는 최초의 ‘오피셜 코멘트(Official Comment)’일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정몽규 회장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면 직접 책을 사서 읽어보라는 의미다. 정 회장은 작년 여름부터 1년간 자서전을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논란이 발생한 시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몽규 회장이 직접 대중 앞에 나서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정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이 와중에 대한축구협회장 4선 의지를 드러내며 대중의 반감을 사고 있다.
출판사는 “‘축구의 시대’는 대중과의 오해를 좁히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자신이 해왔던 일들과 걸어왔던 행보에 대해 스스로 되짚어 공유하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 설명했다.
책에는 지난 4월까지의 일들이 담겼다.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한 내용은 없는 셈이다. 대중의 오해를 풀 목적이 아니라면 정몽규 회장은 왜 자신이 쌓아온 행적을 알리기 위해서 책을 발간했을까.
정 회장은 서문에서 “나의 목표라고 공언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책을 쓰는 거였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실천하지 못했다. 계속 미루다 보니 의무감도 들었다. 이러다가 영영 지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지난해 여름부터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개인적 성취의 차원에서 책을 냈다는 것이다.
한창 논란인 시기에 자서전을 낸 의도는 무엇일까. 출판사 측은 “정 회장께서 지난해 여름부터 꾸준히 자서전을 준비했다. 원래 이 시점에 내기로 한 것이고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정몽규 회장은 “나는 한국축구를 사랑한다.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라고 밝히면서 서문을 마쳤다.
축구팬들은 “냄비 받침이 너무 비싸다”며 책을 읽어보기도 전에 평가절하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