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요즘 변우혁(24)을 보는 재미가 있다. 거포 유망주 잠재력이 터질락 말락 한다. 올 시즌 2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지만 주전 1루수 이우성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1군 복귀 후 변우혁은 19경기 타율 3할1푼7리(60타수 19안타) 2홈런 6타점 5볼넷 13삼진 OPS .855로 활약 중이다. 컨택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장타력도 여전히 살아있다. 지난 28일 고척 키움전에서 9회 결승 솔로 홈런을 폭발하며 팀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변우혁을 트레이드로 내보낸 전 소속팀 한화로선 아까울 법하지만 그래도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변우혁을 주고 받아온 우완 투수 한승혁(31)이 불펜 필승조로 자리잡으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고 있다.
한승혁은 지난 30일 수원 KT전에서 6-4로 앞선 8회말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1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고 승리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선두타자 오재일을 몸쪽 높게 보더라인에 걸치는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한 뒤 김민혁을 2루 땅볼 유도했다. 안타성 타구에 2루수 안치홍이 몸을 날려 잡더니 앉은 채 1루 송구까지 연결했다. 안치홍의 호수비에 박수를 보내며 기뻐한 한승혁은 다음 타자 배정대도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13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삼자범퇴하며 임무를 완수한 한승혁은 시즌 10홀드쨰를 챙겼다. 2016년 KIA 시절 기록한 9개를 넘어 데뷔 첫 두 자릿수 홀드. 크게 대단하거나 화려한 기록은 아니지만 데뷔 후 오랜 시간 성장통을 겪으며 자리잡지 못했던 한승혁에게 의미 있는 기록이다.
덕수고 시절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한국인 1호 고객이 될 정도로 가능성을 보여준 한승혁은 2011년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2012년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낸 뒤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꾸준히 기회를 받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최고 시속 159km까지 뿌릴 정도로 구위는 엄청났지만 제구를 잡는 데 애를 먹으면서 1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2022년 시즌을 마친 뒤 KIA가 변우혁을 받는 조건으로 한승혁과 우완 투수 장지수를 한화로 보냈다. 트레이드로 팀을 옭긴 첫 해에도 한승혁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선발과 구원을 오갔지만 21경기(7선발·36⅓이닝) 3패1홀드 평균자책점 6.44로 부진했다. 20대 군필 거포를 주고 한승혁을 데려온 한화로서도 부담스런 결과였다.
하지만 올해 시범경기부터 강력한 구위로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필승조 임무를 맡아 시작했다. 멀티 이닝 떄마다 고전하면서 4월말부터 보름간 2군에 머물기도 했지만 올 시즌 46경기(42이닝) 3승4패10홀드 평균자책점 4.93 탈삼진 45개를 기록 중이다. 7~8회 승부처에서 셋업맨으로 중용받고 있다.
PTS 기준으로도 최고 시속 155km를 뿌릴 만큼 30대가 된 지금도 구위가 여전히 좋고,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영향으로 이전 같았으면 볼이 됐을 공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며 자신감이 생겼다. 한승혁 스스로도 “나에 대해 제구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심판 분들이 눈으로 보고 판정할 때는 스트라이크로 잡아줄 것도 잡아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그런 게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고 ABS 효과를 인정했다.
김경문 감독도 한승혁의 구위를 인정하며 중요한 상황에 쓰고 있다. 대신 멀티 이닝을 시키지 않고 1이닝 이하로만 맡기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부임한 6월 이후 팀 내 최다 24경기에 등판해 3승6홀드 평균자책점 3.32 탈삼진 28개로 활약 중이다. 마무리 주현상 앞에서 나오는 7~8회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서 비중을 조금씩 계속 높이고 있다. 20대 거포 유망주 내준 게 아깝지만 불펜 필승조로 자리잡은 한승혁의 활약에 한화도 밑질 것 없는 장사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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