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마무리로 나서 엄청난 구위로 세계무대를 압도했지만, 만족은 없다. 그의 시선은 벌써 정상급 메이저리거들이 참가하는 2026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로 향하고 있다.
박영현(21)은 프리미어12 조별예선 탈락 수모를 겪은 야구대표팀의 최대 수확으로 꼽힌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2024 WBSC 프리미어12 조별예선 3경기에 출전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의 ‘미친 안정감’을 뽐냈기 때문. 3⅔이닝을 소화하면서 2피안타 6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압도적 투구를 뽐내며 오승환의 뒤를 잇는 국가대표 마무리투수의 탄생을 알렸다.
대회를 마친 박영현은 “작년 아시안게임과 별다를 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큰 대회여서 긴장도 됐고, 많이 이기고 싶었다. 이렇게 아쉬운 결과로 돌아오게 돼 너무 아쉽고, 다음 국제대회에 나가게 된다면 더 좋은 성적으로 돌아오고 싶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박영현은 대회에 앞서 펼쳐진 웨이치안 드래곤즈와의 현지 연습경기 때부터 심상치 않은 구위를 선보였다. 승부치기 상황을 대비한 9회 무사 1, 2루에 등판해 희생번트에 이어 삼진 2개로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낸 것. 이후 조별예선에 돌입해 14일 쿠바전 1이닝 무실점,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 1⅔이닝 무실점, 18일 호주전 1이닝 무실점으로 연달아 호투했다.
박영현은 비결을 묻자 “정규시즌 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특히 직구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자신 있게 던졌고, 회전수도 잘 나와서 타자들이 못 친 거 같다. 국제 무대에서 잘 던져서 뿌듯하다”라고 답했다.
제2의 오승환이라는 수식어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에는 “롤모델과 함께 부각된다는 건 너무 좋은 일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오)승환 선배님께 더 다가간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향후 큰 대회에 나가 경험과 실력을 더 쌓아서 확실한 마무리의 자격을 입증하고 싶다. 내 자리를 잡고 박영현이라는 선수를 만들어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는 게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유신고를 나와 2022년 KT 1차지명된 박영현은 첫해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를 올리며 대형 클로저의 탄생을 알렸다. 그리고 지난해 68경기(75⅓이닝)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로 호투하며 베테랑 노경은(SSG 랜더스)을 2개 차이로 따돌리고 KBO 최연소 홀드왕을 차지했다. 노경은, 임기영(KIA 타이거즈), 김명신(두산 베어스)에 이은 불펜 최다 이닝 4위였다. 여기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 출전하며 귀중한 경험까지 쌓았다.
박영현은 이에 힘입어 3년차인 2024시즌 KT 클로저로 전격 발탁됐다. 부동의 마무리투수였던 김재윤이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하며 공백이 생겼고, 이강철 감독은 부산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일찌감치 박영현에게 마무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박영현은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66경기 76⅔이닝 동안 10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를 남기며 KT의 기적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2년 연속 75이닝 소화에도 국제대회에서 압도적 구위를 뽐낸 박영현은 “비결을 잘 모르겠다”라고 웃으며 “부모님께서 몸을 잘 물려주신 거 같다. 나 또한 던지면 던질수록 공이 좋아지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 또한 계속 던지니까 공이 더 좋아진 거 같다”라고 말했다.
박영현은 대회를 마친 뒤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로부터 “한국에서 던진다고 만족하면 안 된다. 쉬어도 안 된다. 더 좋은 선수가 되게끔 목표를 세우고 계속 훈련해야 한다. 박영현은 그런 자세가 돼 있다. 욕심이 많아 개인 훈련을 많이 한다. 작년보다 공도 좋아졌다”라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영현은 “코치님이 나한테는 따로 이야기를 잘 안 하신다. 그냥 딱 할 것만 지시하신다”라며 “코치님과 2년째 함께 하는데 너무 잘 가르쳐주신다. 내가 KT에서 만든 루틴을 좋아해주시고, 다른 선수들한테도 이를 많이 알려주시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되게 뿌듯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프리미어12를 통해 국제용 마무리로 거듭난 박영현의 시선은 16개월 뒤 열리는 2026년 WBC로 향한다. 프리미어12와 달리 WBC는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참여하기에 지금보다 설레는 마음이 크고, 더 큰 승부욕도 생긴다.
박영현은 "앞으로 모든 국제대회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또 있을 거라고 본다"라며 "큰 무대에서 세계적인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승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서울시리즈 때는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다시 그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빅리거들을 삼진 잡는 게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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