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하다".
KIA 타이거즈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2025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우완 김태형(18)이 또 한 번 칭찬을 받았다. 지난 21일 킨베이스볼스타디움에서 불펜피칭을 했다. 여느 불펜피칭과는 달랐다. 정재훈 투수코치가 타자와 상대하는 설정을 했다. 여러가지 상황을 설정하고 스스로 구종과 존을 선택하도록 했다. 자신이 던지는 모든 구종을 구사했다.
피칭후 정재훈 투수코치는 "영리하다. 일부러 타자를 상대하듯 상황설정을 해놓고 피칭을 했다. 나는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초구를 어떤 구종으로 설정하는지, 불리한 카운트와 유리한 카운트에 뭘 던지는지 유심히 봤다. 확실히 경기를 할 줄 아는 친구이다. 본인의 공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알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미 이범호 감독의 인정을 받았다. 감독이 직접 불펜 투구를 지켜봤는데 흔들림없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던졌다는 점이다. 권윤민 운영팀장은 "깜짝 놀랐다. 감독과 단장이 함께 피칭을 지켜보면 신인들은 힘을 쓰는게 보이는데 태형이는 오버페이스 없이 자기 페이스대로 쭉쭉 던졌다"고 말했다. 정 코치도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훈련과 투구 이런 것이 없다. 자신의 현재 컨디션과 상황에 맞게 피칭하는 것 같다. 그래서 괜찮다"고 평가했다.
마무리 캠프에서 예비 신인인데도 발군의 안정감을 인정받고 있다. 볼을 다루는 감각이나 마운드 운영능력도 보여주며 즉시 전력감으로 꼽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150km대의 직구, 슬라이더와 커브, 스플리터까지 제구력이 동반된 투구를 펼치고 있다. 루키의 투구를 보고 만족한 이 감독은 내년 선발 경쟁을 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사실상 1군에서 기용하겠다는 의지였다.
김태형은 "감독님이 보셔서 긴장되기는 했는데 내 몸 상태 그대로 던졌다. 좋게 봐주셨다. 감독님 말씀에 응답하는 선발이 되겠다. 감독님이 '고교나 프로냐 던지는 것은 똑같다. 하던대로 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코치님들은 던지는 능력이 좋다고 하신다. 칭찬을 해주셔서 더 잘할 수 있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인답지 않게 과욕 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첫 프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웨이트와 러닝 열심히 했다. 체력과 몸을 좋게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체지방은 줄고 근육량이 늘었다. 원래 90kg 였는데 95~96kg 정도이다. 캠프 막판이라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잘 마무리 하도록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을 던지는 것도 배우고 있다. 많이 던지는데 몸을 만들면서 하니까 던지는 요령이 생긴다. 원래 슬라이더를 잘 던지고 커브를 많이 안던졌다. 캠프에서 커브를 좀 더 확실하게 던질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 스플리터 제구도 나쁘지 않다"며 구종의 완성도를 높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내년 1군에 올라간다면 필요할 순간마다 잘 던지는 김태형이 되겠다. 보직은 상관없다. 지명을 빨리 받았으니 기회 주시면 내 실력 발휘할 것이다. 최근 1라운더 선배님들처럼 잘할 수 있다. 젊은 형들이 한국시리즈 큰 대회에서 잘 던지는 거 보다 나도 잘해서 전통을 잇고 싶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웃고 생각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KIA는 최근 1라운더 신인들이 곧바로 주전을 꿰차고 있다. 그만큼 스카우트와 육성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 세대교체와 함께 12번째 통합우승의 발판이 되었다. 2020 1차 지명을 받은 마무리 정해영을 필두로 2021 1차 지명 이의리와 2022 김도영(1차 지명)과 최지민(2차 1라운드), 2023 윤영철(1라운드)과 곽도규(5라운드)까지 바로 주축이 되었다. 김태형도 그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