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5% 삭감된 요미우리 7년 차 잠수함 투수 다카하시 레이
[OSEN=백종인 객원기자] 먹방 아니다. 그냥 점심이다. 평범한 식사 장면 한 컷이 화제다.
근사한 레스토랑도 아니다. 장소는 어느 회사의 구내식당 한 구석이다. 메뉴도 단출하다. 쟁반 위에 메밀 우동, 튀김 한 조각, 그리고 주먹밥이 전부다.
주인공은 20대 남성이다.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다. 샐러리맨인가? 천만에. 수 억대를 받는 자영업자다. 일본의 프로야구 선수다. 그것도 최고 인기 구단 소속이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투수 다카하시 레이(29)의 모습이다.
해맑은 얼굴로 포즈를 취한다. 일단 맛집인 것 같다. 식사는 만족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뭔가 좋은 일이 더 있는 것 같다. 그런 짐작이 드는 표정이다.
하지만 아니다. 천만에, 만만에다. 속사정은 180도 다르다.
이날은 그가 연봉 협상을 마치고, 내년도 계약서에 사인하는 날이다. 그것 때문에 구단 사무실을 찾아간 것이다. 식사 장소는 도쿄의 요미우리 신문사 직원용 식당이다. 자이언츠 구단의 본사인 셈이다.
내년 연봉은 3700만 엔(약 3억 3666만 원)에 사인했다. 부러운 액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올해 4300만 엔(약 3억 9000만 원)에서 무려 600만 엔(약 5460만 원)이나 깎였다. 13.95%의 삭감률이다.
구단은 그의 점심 사진을 SNS에 올렸다. 팬들의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함박웃음이 보기 좋다’ ‘정장 차림도 멋지다’ ‘왠지 친근해 보이고 괜찮다’ 같은 반응이다.
그는 꽤 잘 나가는 투수였다. 드래프트 2번으로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했다. 계약금만 7000만 엔(약 6억 3700만 원)을 받았다.
훤칠한 키(188cm)의 잠수함 투수다. 2년 차(2019년)에 선발로 자리 잡았다. 그해 12승 6패, 평균자책점 3.34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덕분에 퍼시픽리그 신인왕으로 선정됐다.
요미우리를 상대로 한 일본시리즈 2차전에도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우승의 주역이 됐다. (소프트뱅크 4승 무패.)
같은 해 11월에는 프리미어12에 일본 대표로 선발됐다. 한국과 결승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3회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스코어 3-5). 민병헌, 허경민, 이정후 등을 땅볼로 처리했다. 유일한 안타는 김하성에게 허용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신통치 않다. 부상으로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선발에서 제외됐고, 불펜으로 보직이 바뀐다. 1군에서 버티는 것도 어려워졌다. 2군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결국 작년 시즌이 끝나고 요미우리로 트레이드 됐다.
올시즌 초에는 괜찮았다. 선발 한 자리를 맡아 잠깐 빛난 적이 있다. 초반 4경기에서 24이닝을 1실점(ERA 0.38)으로 막았다. 2승 무패의 호조를 보였다. ‘트레이드로 보물을 얻었다’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5월 이후로 다시 침체기를 맞았다. 특히 히로시마전이 고비였다. 1회 첫 타자부터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그걸 보고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격노한다. 경기 후 이후 2군행이 통보됐다. 그러면서 또다시 콜업과 강등을 반복하는 신세가 됐다.
성적에 대해 변명하지 않는다. 연봉 삭감에 대한 코멘트도 선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의 금액에 걸맞은 성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계약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이다. 내년에는 선발 로테이션을 계속 도는 것이 목표다. 그렇게 하면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마냥 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독한 구석도 보여준다.
“올해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팬의 시선으로 게임을 봐야 했다. 그러나 상대팀 DeNA의 (같은 잠수함 스타일) 나카가와 하야테가 던지는 것을 보고 분함을 통감했다. 나도 내년에는 그런 중요한 순간에 기용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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