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마음을 곱게 써야하나 보다. 박동원(LG 트윈스)의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을 진심으로 바랐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결국 포수 부문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강민호는 13일 서울 삼성동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포수 부문은 해당 포지션에서 720이닝(팀 경기 수 X 5이닝) 이상 수비로 나선 모든 선수가 후보 명단에 올랐다. 그 결과 강민호, 박동원을 비롯해 장성우(KT 위즈), 이지영(SSG 랜더스), 최재훈(한화 이글스), 김형준(NC 다이노스), 김재현(키움 히어로즈) 등 총 7명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포수 황금장갑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양의지(두산 베어스)-강민호의 이른바 ‘양강 체제’였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강민호가 3년 연속 수상한 뒤 양의지가 등장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황금장갑을 독식했고, 2017년 강민호, 2018~2020년 양의지, 2021년 강민호, 2022~2023년 양의지가 차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3년 동안 수많은 포수들이 양강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들의 아성을 무너트리지 못했다.
올해는 안방에서 608⅓이닝 소화에 그친 양의지가 후보에서 제외되면서 박동원이 새로운 도전자로 급부상했다. 박동원은 7명 후보 가운데 수비에서 가장 많은 이닝(944⅔이닝)을 소화했고, 타석에서 최다 홈런(20개)을 때려냈다. 올해 KBO 수비상 포수 부문 트로피도 그의 차지였다. 타율(3할3리), 수비율(.997)이 가장 높은 강민호와 수상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결국 최종 승자는 강민호였다. 총 유효표 288표 가운데 191표(득표율 66.3%)를 획득하며 박동원(89표, 30.9%)을 제치고 통산 7번째 포수 부문 황금장갑을 품었다.
강민호는 수상 후 취재진과 만나 “내가 그 동안 상을 많이 받아봤기 때문에 느낌이란 게 있다. 이번에는 뭔가 박동원 느낌이 많이 났다. 그래서 시상식에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다”라고 웃으며 “받을 거 같기도 하고, 못 받을 거 같기도 해서 못 받더라도 박수쳐주고 오자는 선배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라고 말했다.
시상식에 앞서 박동원과 나눈 이야기도 공개했다. 강민호는 “(박)동원이한테 시상식에 갈 거냐고 물었다. 난 네가 받더라도 가서 축하해줄 생각이니 같이 가자고 말했다. 같이 앉아 있다가 누가 받든 진심으로 축하해주자고 했다”라며 “결국 동원이가 와서 축하도 해주고 꽃다발도 줬다. 정말 멋있는 후배다”라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강민호는 시즌 도중 박동원을 향해 “난 한국시리즈에 갈 테니 골든글러브는 네가 받아라”라고 말하며 후배의 생애 첫 수상을 응원한 적도 있다. 강민호에게 당시 마음을 묻자 “그 때는 진심이었다. 솔직히 그 때는 골든글러브보다 한국시리즈 가는 게 더 중요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도 내가 갔고, 골든글러브도 내가 받게 됐다. 그런데 그 때는 정말 진심이었다”라고 밝혔다.
강민호는 양의지가 아닌 박동원이라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에 반가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강민호는 “그 동안 나랑 (양)의지 말고는 KBO리그 포수 성장세가 더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박동원이 많이 치고 올라오는 거 같아 다행이다. 올해 너무 잘했다. 또 그 밑에 김형준 등 좋은 포수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 포수 선배로서 기분이 좋다”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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