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오승환 등 ‘이중투구동작’ 논란에 대해
OSEN 기자
발행 2007.08.21 08: 51

2년 연속 구원왕 타이틀이 예상되는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25)의 투구폼이 일단 합격 통지를 받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황석중 심판위원장 대행은 20일 오승환의 투구폼이 이중 모션으로 볼 수 있어 부정투구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오승환의 투구폼에 대해 말이 많지만 부정 투구는 아니라고 우리는 판단해 제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위원장 대행은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심판위원회에 오승환 투구폼에 대해 질의했더니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부 투수가 발을 두 차례 내딛는 투수가 있지만 무리없는 연속 동작이므로 부정 투구로는 보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오승환의 투구폼 이중 모션=부정 투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승환의 투구폼이 한 차례 흔들던 왼다리를 근래 들어서는 왼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한번 슬쩍 땅을 짚고 다시 뻗어나가 착지를 해 예전과 다르며 뚜렷하게 두 차례나 왼발 착지를 하는 투구 모습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오승환은 삼성에 입단한 2005년 초 일본전지훈련 때 특이한 투구폼을 보여줘 ‘투구 중 이중 모션을 보이는 투수가 오랜만에 한국 프로야구에 등장했다’고 OSEN에서 보도했다. 당시 OSEN 보도를 요약하면 ‘오승환의 투구폼은 시각에 따라서는 이중 모션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으나 특이한 것만은 분명했다. 일본 투수들처럼 키킹을 높게 한 다음 발이 땅이 닿기 전 잠깐 정지한 뒤 공을 뿌려 타자의 타이밍을 뺏으려는 폼은 똑같으나 그 다음 동작이 별나다. 키킹해서 내려온 왼쪽 다리를 그대로 뻗는 게 아니라 바깥쪽으로 돌려서 나간 뒤 잠깐 멈춘다. 그런 다음 왼쪽 45도 방향으로 발을 뻗은 뒤 투구를 마무리한다. 어찌됐건 최종 착지 동작까지 중간에 한 번 멈칫 하는 동작이 있는 점은 이중 모션’이라고 보도했다. 또 당시 지바 롯데마린스의 이승엽은 처음에 일본 투수들의 이중 모션에 고전했고 연습 중에도 배팅볼 투수에게 이중 모션으로 던져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알렸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선동렬 삼성 감독과 양일환 투수코치는 오승환의 투구폼을 지켜본 뒤 폼 수정을 논의하기도 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선수 자신이 편한 자세로 던지라고 했다. 양 코치는 “이중 모션으로 볼 수도 있으나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했고, 선 감독도 “투구폼은 특별히 손댈 것은 없다. 직구 스피드가 140km 초반에 머무는 만큼 커브, 체인지업 등 떨어지는 변화구만 익히면 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오승환은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폼이다. 투구 밸런스를 잡는데 이 폼만큼 편한 게 없다. 아마시절 상대 타자들로부터도 타이밍에 혼동이 온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야구 규칙 8.01 투구 자세 부문에는 ‘투수가 와인드업 포지션 및 세트 포지션에서 투구 동작 중에 고의로 일시 정지하거나 투구 동작을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않고 의도적으로 단계를 취하는 동작을 하거나 손발을 흔들흔들하면서 투구하면 보크나 볼을 선언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래서 얼마전까지는 왼쪽 다리를 내렸다가 한 번 휘젓고 땅바닥에 내딛는 오승환의 투구폼은 어렸을 적부터 계속 반복해 온 방법이었고 어떤 타자가 들어서든 똑같은 자세를 유지, 보크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왼다리를 한 차례 휘젓는 동작에서 나아가 왼발이 두 번 땅을 짚는 행위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타자를 현혹하기 위한 행동인지, 국제대회에서는 어떻게 판단할 지, 그 대회나 경기를 맡아보는 심판들의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한편 김재박 LG 감독은 “정민철(한화)의 경우 다리를 들어 잠깐 멈췄다 던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고 김시진 현대 감독도 “최대성(롯데)도 멈춤 동작이 있는 것 같다”지적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쉬고 있는 배영수(삼성)의 투구폼도 이중 동작은 아니지만 와인드업 시 왼쪽 무릎을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타자의 리듬을 뺏는데 이 박자가 일정치 않아 타자를 속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투수의 이중 모션 논란은 지난 6월에도 일어났다. KBO 심판위원회는 6월 26일 정민철(한화)과 권오준(삼성)의 이중 투구 동작에 대해 엄격하게 제재키로 결정했다. 심판위원회 A조의 오석환 팀장은 이날 경기 전 양팀 투수코치를 불러 그동안 현장에서 제기됐던 정민철과 권오준의 이중 투구 움직임을 확실히 제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민철은 와인드업할 때 양팔을 올려 팔을 두 번 흔들다 던지는 동작이, 권오준은 세트 포지션에서 양손을 모았다가 바로 던지지 않고 허리쪽으로 약간 돌렸다가 공을 뿌리는 동작이 이중 동작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어느 정도의 ‘로킹모션(rocking motion= 투구 준비 시 팔과 몸을 앞뒤로 흔드는 동작을 말하는데 이를 되풀이하면 반칙 투구로 인정될 경우도 있음)’은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 정민철의 경우 타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이를 지적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고쳐야할 건 고쳐야한다. KBO 방침에 맞춰갈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 “그래도 시즌 중에 갑자기 그런 조치를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시즌 전에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같은 방침을 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권오준은 “2004년, 2005년에도 똑같은 폼으로 던졌는데 왜 갑자기 그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던지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면서 “KBO에서 못하게 하면 하지 않아야 한다. 이중 동작으로 지적되면 볼로 판정한다는데 나만 손해가 아닌가. 훈련을 통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일환 투수코치는 “(권오준에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와인드업을 하지 않고 세트포지션으로 던지도록 지시했다”며 해결 방안을 내놓았고 권오준도 “지난 해에도 와인드업을 하지 않고 세트포지션으로 계속 던졌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중 투구 동작이 본격적으로 거론되자 김인식 감독은 “차라리 국내 심판들이 보크를 더 유심히 잡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대회에서 보크로 지적당할 것이 매우 많은데 국내 심판들이 이를 잘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 임창용과 두산 마무리 정재훈의 견제 동작을 들었다. 빠른 동작으로 견제하려고 오른발을 뒤로 빼는 동작이 구분되지 않고 거의 점프하다시피 견제구를 던져 보크로 지적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 세트포지션 때 두 손을 같이 가슴 앞쪽에 모으는 대신 구질 노출을 피하기 위해 글러브를 가슴 앞쪽에 댄 상태에서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뒤 공을 쥔 손을 글러브에 넣는 동작도 보크라는 지적이다. 지난 해 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심판진이 보크로 지적한 바 있지만 한국의 많은 투수들은 아직도 이 동작을 하고 있는 상태다. SK 김성근 감독도 “하리칼라(LG)처럼 세트포지션에서 제대로 멈추지 않고 던지는 선수가 많고, 왼손투수의 경우 허리를 틀고 투구 동작처럼 1루로 견제하는 경우가 많다”며“이는 국제대회에서는 모두 보크로 잡힌다”고 말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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