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역사는 이제 26년째 시즌의 피날레에 접어 들었습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는 6개 구단으로 해태 타이거스 구단 같은 팀은 선수 20명, 삼성 라이온즈는 22명 등으로 영세했고 가장 많은 선수를 보유했던 팀이 삼미 슈퍼스타즈의 27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개막하자마자 ‘만루홈런으로 동트고 만루홈런으로 저물었다’는 말이 있으리만치 호황을 누리며 최고의 인기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팀당 80경기씩 하던 게 100→120→126→132→133→126경기로 규모가 커지고 선수 숫자도 팀당 63명(실제는 70~80명)으로 늘었습니다. 연간 구단 운영비도 초창기에는 팀당 10억 원 정도였으나 이제는 160억~24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해태는 지난해까지 25년간 한국시리즈 우승을 9번이나 차지하며 ‘해태 타이거스 전성시대’를 구가했습니다. 그런데 해태는 2001년부터 KIA 타이거스로 바뀐 것을 포함해 이제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횟수는 16번(진출 승률 6할1푼5리)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삼성은 우승은 4회(1985년 통합, 2002년, 2006년, 2007년)로 해태보다는 챔피언 타이틀을 적게 차지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려 22회(통합 우승 포함)나 됩니다. 26시즌 중 22회라면 엄청난 비율(8할4푼6리)입니다.
물론 준플이오프 제도가 시작된 1989~90년에는 전체 구단 숫자가 7개였고 1991년 이후에는 8개 구단으로 늘어났으나 그 중 상위 4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절반만 성공하면 4강에 오르는 티켓을 따내 대단치 않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2회나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올랐다는 것은 구단의 저력이 타팀에 비해 ‘공룡’과 같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합니다.
삼성은 또 지난 10월 1일 대구 기아전에서 4-1로 이겨 시즌 4위와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예전의 해태가 9년 연속(1986∼94년) 포스트시즌에 올랐을 뿐, 11년 연속 진출은 삼성이 처음입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14년 연속(1992~2005년), 뉴욕 양키스가 올해까지 1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삼성, KIA(해태) 다음으로는 두산(OB)과 한화(빙그레)가 12번씩, 현대(태평양)가 10회, LG(MBC)가 9번, 롯데가 6차례, SK(쌍방울)가 5번 순입니다.
8개 구단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성적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KS PO 준PO 계
삼성 12 6 3 21+1
해태-기아 9 4 3 16
OB-두산 5 4 2 11+1
빙그레-한화 6 2 3 11+1
태평양-현대 6 3 1 10
MBC-LG 6 3 0 9
롯데 4 0 2 6
쌍방울-SK 1 1 2 4+1
※ 2006시즌까지 통계로 올해 진출 팀에는 에 +1로 표시했음.
삼성은 프로 출범 첫 해 OB에 분패해 챔피언 자리를 넘겨 주고 다음 해는 4위로 처졌으나 1984년 이후 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 등 꾸준히 좋은 성적(어떤 분들은 맨날 한국시리즈에서 져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평에 대해 반발하지만)을 올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1993년 준우승 이후 이른바 삼성의 암흑시대가 3년간 이어졌습니다. 1994, 95년 연달아 안타깝게 4강에서 탈락한 이후 1996년엔 아예 리그 6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겼습니다.
만년 중하위팀의 딱지가 붙는 듯 싶었으나 1997년 양준혁, 최익성, 신동주, 정경배, 이승엽, 김태균, 양용모, 김영진 등 신진 세력으로 팀 재건에 나서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2001년 김응룡 감독을 영입, 다음 해에 한번도 이루지 못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2005년에는 김응룡 감독이 사장으로 승격한데 이어 선동렬 감독이 사령탑을 맡아 2005년과 2006년 연거푸 패권을 안아 ‘삼성 라이온즈 전성 시대’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선수들 노쇠화와 부상에 따른 방망이-마운드의 동반 약화 현상이 나타나 구단의 제2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삼성 구단 단장으로, 지난 1999년 취임하기 이전부터 구단에서 선수단 뒷바라지를 해온 김재하 단장이 지난 8월 에 게재한 기고문이 삼성의 어제와 오늘을 잘 보여줍니다.
‘주위에서는 우리 삼성 라이온즈가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두기 때문에 잘 못해도 여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많은 이들이 고생하는 것을 직접 본 저로서는 늘 큰 기대를 가지고 시즌을 지켜봅니다. 그런 점에서 올 해는 어느 해 보다도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것은 때로는 세인들의 질투와 시기를 받곤 합니다.
게다가 시즌 초반 속출한 부상선수들과 선수들의 슬럼프는 어려운 팀 성적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5월초에는 3년만에 7연패를 당하기도 했고, 최하위로 쳐지기도 했습니다. 7연패를 당할 때는 마침 제 아들놈의 혼사가 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미리 정해진 잔칫날에 앞서 길게 이어지던 팀의 연패,그 마음을 이 세상 누가 알겠습니다.
다행인지 혼사 당일 날 우리 선수들이 긴 연패의 사슬을 끊는 순간 얼마나 기뻤는지 며느리를 맞이하는 경사보다 더 큰 기쁨이었다면 믿으실지요. 기쁜 날 활짝 웃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만은 않는 것이 야구단 단장의 숙명인가 봅니다. 혹시나 감독님과 선수들을 제가 도울 일들이 없을까 늘 노심초사 하며, 잠 못 든 때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러코스트와 같은 부침이 많은 팀 성적은 술잔 기울이지 않고 잠들지 않는 밤이 많아지게 합니다.
돌이켜 보면 8년간 단장으로서 국내 최고인 삼성그룹의 야구단을 꾸려가고 있는 제 자신이 무척 행운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인복이 많다고 할까요. 최고의 사장님과 감독님을 모시고 팀을 꾸려 가고, 최고의 전력이 아님에도 늘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또, 이승엽, 양준혁, 오승환 등 감히 전설이라고 불릴 수 있는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도 오직 삼성 라이온즈 단장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 자부합니다.
하지만, 전 제가 이런 복에만 기대지도 또 여기서 만족하지는 절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가슴속에 열정이란 단어를 새기고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선도 구단, 명문 구단으로서 삼성 라이온즈를 완성시키고, 나아가 한국프로야구의 진정한 부흥을 위해 부단히 노력 할 것입니다. 또,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다양한 팬서비스와 최고의 경기력으로 팬들을 경기장으로 또 중계TV 앞으로 불러 모으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