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메모]SK와 삼성, 코나미컵에서의 차이는
OSEN 기자
발행 2007.11.13 09: 49

SK 와이번스가 2007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올 한국시리즈 챔피언으로 출전한 SK는 첫판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일본의 챔피언 주니치 드래곤즈를 6-3으로 시원스럽게 꺾고 지난 해 삼성이 진 대만의 퉁이 라이온스를 13-1로 대파하는 등 3연승을 거두다가 마지막 결승전에서 주니치에 5-6으로 패했습니다.
지난 해 봄에 펼쳐졌던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서 우리 대표팀이 일본에 2연승을 올리다가 이상한(?) 대회 스케줄로 인해 결선리그에서 한번 지는 바람에 4강에 그친 전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아쉬움 많은 승부였습니다.
일단은 그만큼 일본야구와 우리야구가 아직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SK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습니다. 그동안 2년 동안 한번도 지지 않았던 일본팀을 예선이지만 완전하게 꺾었고 우리와 대등하게 근접했던 대만팀을 대파한 게 한국야구의 위상을 한 단계 이상 격상 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SK가 이번에 좋은 성적을 올린데 비해 2년 연속 챔피언으로서 출전했던 삼성은 코나미컵에서 왜 저조한 성적을 올렸을까요. 그 차이점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준비 기간의 차이?
지난 해 삼성은 일본 니혼 햄에게 1-7로, 대만 라뉴 베어스에겐 2-3으로 석패한 뒤 선동렬 삼성 감독은 “준비 기간이 부족했고 피로도가 높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패인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회 준비 기간만으로만 따져볼 때는 지난 해나 올해 비슷했고 도리어 올해 SK가 하루 더 일찍 대회를 벌였습니다.
지난 해 삼성은 한화와 한국시리즈를 10월 21일부터 29일까지 펼치고 코나미컵대회는 11월 9일 개막돼 열흘간의 휴식기간를 가졌습니다.
반면에 SK는 올해 한국시리즈를 두산과 10월 22일부터 29일까지 벌였고 코나미컵대회는 11월 8일부터 시작돼 아흐레간 준비 할 수 있었습니다.
피로도와 우승 잔치 후유증
삼성이 지난 해, SK가 올해 똑같이 한국시리즈에서 6경기를 펼쳤습니다. 선동렬 삼성 감독의 말처럼 삼성은 지난 해 한화를 4승1무1패로 제치면서 3~5차전 세 게임을 피말리는 연장전을 벌여 선수들의 피로도가 높았습니다.
반면 SK는 올해 두산에 1~2차전을 내리 패해 상당한 압박감을 받았겠지만 이후 3~6차전을 쓸어담아 정신적으로 사기가 충천했고 육체적인 피곤이 덜 할 수 있습니다.
심신의 피로보다 더 영향을 끼친 것은 아마도 삼성은 지난 해 선수들이 2년 연속 우승하며 들뜬 분위기로 이곳저곳서 벌어지는 우승 잔치에 참가하느라 몸이 피곤했고 일부 선수는 술자리에도 많이 참석해 몸상태가 파김치가 돼 코나미컵 대비 훈련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고 일부 선수가 털어놓았습니다.
그에 비해 SK는 창단 후 첫 우승이었지만 우승한 날만 밤늦도록 술 잔치를 벌인 다음 코나미컵대회를 의식해 선수들 대부분 스스로 “지난 해 삼성이 코나미컵에서 패한 후 분위기가 어떤지 들었다. 한국시리즈 때처럼 한번 해보자”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고 김성근 감독 역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통음한 다음 코나미컵대회에 대비하는데 시간을 보낸 게 다릅니다.
상대 분석의 잘잘못
김성근 SK 감독은 재일동포 출신으로, 외골수로 연구하는 야구인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온갖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장기이고 지난 해 10월 SK에 부임하기 직전까지 일본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2년간 코치로 일하기도 해 일본야구에 대해서는 상당히 밝은 편입니다.
지난 해 코나미컵과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우리팀을 연거푸 이긴 대만야구에 대해서는 김성근 감독은 “우리팀의 투수 담당인 가토 코치가 작년까지 대만에서 상당 기간 활동해 대만야구가 어떤 지는 자세히 알게 됐다”고 확실한 도움처가 있어 대응하기 편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SK 구단의 전력분석팀장인 김성근 감독의 아들 김정준(37) 씨는 이번에 일본에 가서 “아버지 방에 갔더니 주니치와 대만 퉁이의 비디오 등 분석 자료가 갖춰져 있어 깜짝 놀랐다. 아버지의 일본 친구들이 구해다 준 것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밝혀 김성근 감독이 얼마나 치밀하게 코나미컵대회를 준비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지난 해 선동렬 감독은 “상대방 팀들을 분석할 자료가 충분치 않았고 여유가 없었다”고 씁쓸해 했었습니다.
방망이 힘의 차이
지난 해 삼성은 니혼햄 파이터스전에서 겨우 3안타(진갑용, 김한수, 박정환 각 1안타)만 때리며 1득점했고 대만 라뉴전에서도 심정수, 박진만, 김창희, 김대익 등 중심타선은 무안타로 침묵하고 양준혁, 진갑용, 김한수 등이 1안타씩 날려 2점에 그쳤습니다.
“중심타선이 상대 투수진의 힘에 밀린 게 패인”이라는 선동렬 감독의 말처럼 그동안 전통적이던 ‘방망이=삼성’이라는 등식이 전혀 성립되지 않고 무력하게, 노쇠화 현상을 드러내면서 3위로 밀려났습니다.
올해 주니치는 거포 타이론 우즈를 미국으로 휴가를 보내 중심타선에 공백이 생겼지만 SK전에서는 거의 끌려다닌 반면 SK는 김재현, 이호준, 정근우, 박경완, 박재상, 박재홍 등 상하위 타선이 골고루 터지며 경기를 첫판에서는 쉽게, 둘째 판에서는 대등하게 이끌어갔습니다.
옥에 티?
결과론이지만 최종 결승전에서 신인 김광현을 두 번째 구원투수로 기용한 게 너무 빠르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줍니다. 차라리 중국전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일본전에서 자신감을 가졌던 로마노를 두 번째 투수로 기용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사흘 전 첫판에서 주니치를 몰아 세웠던 김광현이지만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한 점차 승부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시킨 것은 무리인 듯 싶습니다. 차라리 한국시리즈 이후 ‘신이 들린’ 투수이니 8회 이후 동점 상황에서 기용했으면 어땠을까요? 신인이지만 도리어 신들린 피칭을 하며 팀에 활기를 불어 넣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또 SK는 ‘뛰는 야구’를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지난 해 삼성이 3경기서 도루 3개를 기록한데 비해 SK는 7개를 기록했지만 도루 숫자보다는 ‘한박자 빠른 야구-한 베이스를 더 뛰는 야구’를 구사한 게 적중해 상대방 수비를 완전히 흔들어 놓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가장 약한 중국전에서 점수차이가 많이 난 상태서도 도루를 계속했다는 점이 찜찜합니다. 5-0으로 크게 리드한 4회에 정근우가 내야안타로 나가 무사에 2루 도루를 성공 시켰고 더구나 6-0으로 앞선 5회에도 박재홍이 볼넷으로 걸어나가서 도루를 한 것은 야구 관례상 지나친 상대방 약올리기입니다. 국제대회이지만 오랫동안 악감정을 살 수 있는 부문입니다.
물론 2승1패로 동률 세 팀이 나오면 득점이 많은 팀이 유리해 어쩔 수 없이‘호랑이가 토끼 사냥할 때 전력질주’를 하듯이’ 사정없이 몰아붙였다고 하지만 3자 동률이면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실점이 적은 팀이 우선이므로 굳이 중국한테 6-0에서 도루를 시도한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면이 있습니다.
3연승을 하고 마지막 결승전에서 일본에 진 것이 아쉽기 그지 없지만 어쨌든 이번에 SK의 코나미컵대회 선전은 야구팬들 대부분이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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