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31. SK 와이번스)은 한국 프로야구판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강력한 입담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 스스로 선수생활을 그만두면 지도자보다는 해설가로 나서겠다고 농담삼아 얘기할정도로 달변이다. SK 타선의 핵심인 이호준은 타고난 리더십과 약방의 감초같은 입담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휘어잡고 팀을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도중 시즌 후 취득하게 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승 뒤에 말하겠다”며 손사래를 쳤던 이호준은 예상대로 FA 선언을 했다. 그리고 원소속 구단인 SK와 우선협상에서 타결을 짓지못하고 시장에 나갔다가 싱겁게 돌아와버렸다.
이호준이 굳이 원 소속팀에 눌러앉은 까닭은 무엇일까. 단순히 돈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사연이 있었다.
지난 12월 9일 인천 문학 월드컵 경기장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던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축승회는 FA 이호준과 조웅천의 잔류 확정으로 한결 분위기가 들떴다. 특히 이호준의 잔류는 SK 민경삼 운영본부장의 주도면밀한 전략과 애정어린 설복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그 전략은 변죽을 울려 당사자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이었다.
이호준은 대표팀에 몸담고 있을 당시 오키나와 전지훈련지에서 민경삼 본부장과 FA 협상 첫 대면을 했다. 민 본부장은 1차 협상에서 4년 27억 안을 제시했고 40억 원을 요구한 이호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SK는 방침을 고수했고 양자간 조건의 차이가 커 협상 타결이 결코 수월해보이지 않았다.
오키나와에서 이호준은 FA 동기인 두산 베어스의 김동주, LG 트윈스의 조인성과 공동 작전을 세우고 정보를 교환하며 구단을 애태우게 했다.
우선 협상 마지막 날인 11월 17일 이호준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호준은 4년간 계약금 10억 원, 연봉 7억 원에 옵션 2억 원 등 총액 40억 원을 계속 요구했고 SK는 계약금 10억 원과 연봉 4억 원, 최대 옵션 4억 원으로 늘려 30억 원을 제시했으나 불발됐다.
우선 협상기간이 끝나자 이호준은 롯데 자이언츠와 접촉했다. 항간에는 롯데측이 이호준을 잡기 위해 40억 원을 준비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호준과 롯데측의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LG도 이호준에게 은근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 사이, SK 구단의 양동작전이 물밑에서 분주히 벌어지고 있었다.
민 본부장은 광주에 살고 있는 이호준의 부친은 물론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이호준의 아내와 장인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공교롭게도 이호준의 부친과 장인은 경찰 강력계 형사 출신.
이호준의 아버지는 광주 바닥에서 야구 관계자치곤 그의 도움을 안받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호준의 부친은 민 본부장의 “SK 4번타자가 다른 구단에 가면 되겠습니까”라는 설득에 동의를 표시하고 아들을 달랬다. ‘이호준은 SK의 자존심’이라는 명분이 먹힌 것이다.
이호준의 아내는 스튜어디스 출신으로 상당한 미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호준은 결혼 전 아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처가 주변 인사들에게 상품권을 돌리며 이호준 이름 석자와 자신의 사람 됨됨이를 널리 알리는 선전전도 펼쳤을 정도로 홀딱 반했던 터였다. 아내 사랑이 지극한 이호준을 염두에 둔 SK 구단은 당사자와 협상하는 한켠으론 그의 아내에게 매달렸다. 건강이 좋지않은 이호준의 장모 때문에 그의 아내가 인천을 떠나기 싫어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호준의 아내는 남편에게 인천에 남아있자고 눈물어린 호소를 했다. ‘아내가 사랑스러우면 처가 말뚝을 보고도 절을한다’는 말도 있듯이 이호준은 마음을 돌렸다.
이호준은 결국 SK 구단의 정성어린 입체적인 설득에 돈보다 의리 택했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