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실수 연발' 최형우…이제 달라지나
OSEN 기자
발행 2008.10.18 08: 50

한국 대표팀의 명승부 중 하나로 2000년 9월 시드니 올림픽 때 일본과 대결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올라가 3~4위 결정전에서 우리가 이겨 동메달을 땄는데 이 경기에 앞서 열린 본선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일본과 경기가 새롭습니다. 일본은 그전에 4강행이 확정됐고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만 준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1회초 이승엽이 일본의 선발 마쓰자카(현 보스턴 레드삭스)를 투런 홈런으로 두들겨 앞서 나가다가 7회에 5-5 동점이 됐고 9회말엔 선두타자 8번 네이마에게 구대성이 안타를 허용하며 2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여기서 3번 다구치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습니다. 누구나 한국이 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의 수비 위치에서 한 걸음 앞에서 안타 타구를 잡은 우익수 이병규가 홈으로 송구했습니다. 2루주자 네이마는 송구를 원바운드로 잡은 포수 홍성흔의 태그에 아웃을 당했습니다. 힘이 솟은 한국은 연장 10회초에 김기태, 이승엽 등의 안타 등으로 2점을 뽑아 결국 7-6으로 이기고 결선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병규의 환상적인 정확한 송구가 한국팀을 기사회생 시킨 것입니다.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1차전은 두산 팬들에겐 믿기 힘든 기막힌 대역전승이었는데 승부 자체는 삼성 선수들이 대학선수만도 못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준 허점 많은 경기였습니다. 초반에 4-0으로 리드하고 있는데도 삼성 투수들은 갑자기 굳어진 듯 갈팡질팡했고 수비수들도 실책을 연발했습니다. 최고의 유격수인 박진만마저 평범한 정면 땅볼 타구를 놓친 데다, 그렇다고 망연자실해 고개를 숙이고 자책하는 사이 2루주자를 홈까지 내달리도록 만들었으니 확실이 삼성 선수단은 이날 무엇에 씌운 모양입니다. 특히 우익수 최형우(25)의 실수 연발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6회에 1개만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4번 에러를 범했습니다.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2004년까지 6경기만 출장하다가 방출됐으나 경찰청에서 절치부심 끝에 지난해 말 재입단한 신예입니다. 올해는 외국인 외야수 크루즈가 1루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우익수로 기회를 잡고 전경기에 출전하면서 빼어난 타격 솜씨로 팀내 홈런 1위(19개), 타점 1위(71점), 타율 2할7푼6리(전체 25위)를 기록한 신데렐라입니다. 입단시 포수로 뛰다가 외야수로 옮겨 수비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126경기서 에러는 단지 3개만 기록해 이날 대량 실책을 저지른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최형우의 실수는 4-1로 추격당한 4회말부터 나왔습니다. 1사 1루에서 고영민의 우익선상 2루타를 잡으려다 더듬는 바람에 3루타를 만들어줘 1점을 더 내주고 추가 실점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6회말에도 이대수의 2루타를 더듬다가 3루까지 진루시켰는데 이때는 다행히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에러는 4-4 동점이던 7회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김동주의 높이 뜬 외야 플라이를 상당히 달려나와 잡았는데 2루수 바로 뒤에서 포구한 것이어서 3루주자가 도저히 태그업해 홈에 뛰어들기는 무리였습니다. 그런데 3루주자 이종욱이 뛰었고 최형우는 홈으로 송구했으나 두번 바운드되며 방향이 틀어져 포수 현재윤은 태그 동작도 하지 못하고 결승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왼손 타자지만 오른팔로 던지는 최형우는 타구를 잡는 순간 상체를 젖히고 잡는 바람에 송구 동작 자체도 늦었습니다. 홈송구를 빨리 하려면 고개를 약간 숙이고 포구한 후 바로 던져야 귀중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만일 최형우가 제대로 송구를 했더라면 무사만루 상황이 2사 1, 3루 정도로 변하고 스코어는 4-4, 동점 상황이 계속됐을 것입니다. 주변에서는 “최형우의 송구가 이렇게까지 엉성하지 않았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아 송구는 강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은 너무 엉망이었다”고 아쉬움을 표시합니다. 8회말에도 최형우는 이종욱의 라이너성 타구 방향을 파악 못하고 한동안 서 있다가 뒤로 물러나 잡으려 했으나 타구는 머리를 훌쩍 넘어 3루타로 변하고 1점을 더 내주어 결국 삼성은 4-0에서 4-8로 대역전패를 당했습니다. 경기 후 선동렬 삼성 감독은 “정규 시즌에서 잘했던 최형우가 큰 경기에서 저렇게 못하다니.... 최형우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더라”라고 한숨을 쉬면서도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 잘해 주리라 믿는다”고 포용력을 보였습니다. 최형우는 포스트시즌에 들어서 방망이가 무뎌져 롯데와 4차례 경기에서 1안타에 그쳤는데 아마도 타격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덩달아 수비도 얼어붙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17일 두산과 2차전에서 0-3으로 끌려가다가 7회초 역전 적시 2루타를 때리는 등 2안타를 날려 방망이가 살아나고 있으니 굳어진 수비도 풀리리라 예상합니다. 사실 외야수의 어설픈 송구는 최형우만의 문제도,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닙니다. 강한 어깨를 가진 외야수를 찾기 힘듭니다. 근본적으로 초중고 시절부터, 심지어는 프로에서는 외야 송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지도자들도 훈련 시간을 별로 할애하지 않아 멋진 송구를 하는 선수를 보기 힘듭니다. 롯데 가르시아가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도 잘 때리지만 기막힌 외야 송구로 주자를 잡는 모습이 많은 팬들을 사로 잡고 있지 않습니까. OSEN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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