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바’, 재즈 대중화 도운 ‘사랑을 그대 품안에’ 재현?
OSEN 기자
발행 2008.11.02 09: 58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인기를 누리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도 상승하고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흘러나왔던 클래식 명곡을 담은 편집 음반 OST가 7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미 시장이 완전히 고사됐다고 여겨졌던 클래식 음반 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판매량 중 최고라고 한다. 가요 음반과 비교해도 년간 톱10에 들어갈 수 있는 판매량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와 관련된 음반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매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클래식 음반 코너에 손님들이 머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음악학원에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베토벤 바이러스’에 등장한 시민 오케스트라 출범이 현실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열정과 뜻만 갖고 본업에 열중하던 많은 연주 애호가들이 시민 오케스트라 출범을 위한 오디션에 몰리는 등 ‘베토벤 바이러스’는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음악을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과 탐구보다 유행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많은 한국의 음악 시장에서 드라마는 종종 음악의 어떤 장르를 대중화,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하는 기능을 한다. 가장 최근에는 ‘커피프린스 1호점’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감각적인 신인류 여성 보컬들의 인디 음악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높이는데 일조한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재즈의 한국 정착에 도움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인 강풍호를 연기한 차인표 신드롬이 일었던 이 드라마에서 재즈 클럽과 색소폰 연주는 대중들의 재즈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다. 사람들은 색소폰을 비롯, 재즈 연주에 쓰이는 악기를 배우는 열풍이 불었다.
재즈 클럽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클럽 수가 증가했고 일반 음반 매장에서는 많이 보기 힘들었던 재즈 음반도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재즈는 당시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방송되기 직전에 한국에서도 대중 음악으로 자리잡기 위한 터전이 마련되고 있었다.
유재하 봄여름가을겨울 김현철 윤상 박학기 등 당시 세련된 가요를 선보이던 가수들이 재즈의 한 분파 장르인 보사노바의 리듬을 자주 차용해 일반 가요팬들에게 재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놓은 상황이었다. 별로 안 나오던 재즈 라이선스 음반이 슬슬 늘어나고 재즈 음반 수입도 본격화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기반 위에서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재즈가 대중들이 좀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장르로 만드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 이후 재즈는 주류는 아니더라도, 지금은 다소 관심이 줄었더라도 한국 대중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르로 성장했다.
‘베토벤 바이러스’도 한국의 클래식 음악 시장에 같은 영향을 줄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클래식 음악 시장은 언젠가부터 극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것이 돼 버렸다. 10~20년 전만 해도 교양인이 되기 위해서는 클래식 음악을 아는 척이라도 해야 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음반 시장의 압도적 지배자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음악 분야였다. 하지만 음악도 쉽고 감각적인 것이 중시되는 이 실용의 시대에 클래식 음악은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갔다. 음악 세상을 현대 음악과 양분하던 이 거대한 음악 유산은 현재 한국에서는 음악 시장의 측면에서 보면 대중 음악의 한 장르만도 못한 상황이 돼 버렸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이렇게 버려두는 것은 한국의 음악 시장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여전히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 종사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무궁무진한 즐길 거리와 배울 내용이 담긴 어마어마한 음악의 창고이기 때문이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사랑을 그대 품안에’처럼 클래식의 좋은 음악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높이는데 더욱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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