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쪽대본 드라마 특집’이 보여준 클래스의 차이
OSEN 기자
발행 2009.02.16 07: 30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최근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점점 ‘현역 레전드’가 되가는 느낌이다.
이미 ‘무한도전’은 한국 예능의 큰 흐름을 바꿔놓은 그간의 활약 만으로도 후일 전설적인 프로그램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방송된 프로그램 하나 하나를 놓고 봐도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연이어 방송된 ‘봅슬레이 특집’과 ‘쪽대본 드라마 특집’이 그러했다. 얼마 전부터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정점에 올랐을 때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는 사실에 단순 집착하는 지적들은 무의미해 보인다. ‘무한도전’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인기(혹은 시청률)와 더불어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의 확연한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이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큰 웃음 터트리기’에만 집착하는 사이 웃음과 의미를 함께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봅슬레이 특집’을 통해서는 봅슬레이로 대표되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소수자, 약자에 대한 조명과 관심을 요청했고 ‘쪽대본 드라마 특집’을 통해서는 한국 드라마의 병폐에 대한 발랄한 풍자의 칼을 들이대기도 했다.
‘쪽대본 드라마 특집’에서는 최근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막장 드라마’의 허황된 스토리, 밑도 끝도 없이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전개, 어느 드라마에나 나오는 진부한 상황, 드라마간의 은근한 표절 등을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작가를 맡는다는 설정을 통해 날카롭게 짚어냈다.
‘꽃보다 남자’ ‘아내의 유혹’ ‘하늘이시여’ ‘에덴의 동쪽’ 등 과거-현재와 방송3사를 넘나들며 ‘막장’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드라마들을 다뤘다. ‘꽃보다 남자’의 ‘오리 CG’ 논란을 별다른 군더더기 부연 설명 없이 슬쩍 삽입한 것은 ‘무한도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심한 디테일의 압권이었다.
‘무한도전’이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해서 도덕적 엄숙주의에 빠져있거나 ‘세상을 바꾸겠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저 문제가 있는 대상(혹은 문제에 빠져있는 대상)과 뒤엉켜 웃고 즐기고 때로는 함께 고생하면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재미를 전달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 ‘느낌표’같은 공익적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방송이 진행될수록 함정이 돼 버렸던 ‘감동 매너리즘’도 ‘무한도전’은 피해가고 있다. 물론 종종 ‘무한도전’도 ‘억지 감동’의 유혹에 빠지는 듯한 불안감을 줄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큰 문제없이 ‘쿨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무한도전’의 이러한 ‘클래스가 다른 예능’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문제 제기에 처했을때 다른 반응이 나오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무한도전’ ‘1박2일’은 모두 최근 출연자 안전 논란에 휘말렸다. ‘무한도전’은 ‘봅슬레이 특집’ 때 멤버들의 부상으로, ‘1박2일’은 복불복 벌칙과 연못에 빠진 이승기가 문제였다.
하지만 ‘1박2일’이 좀더 강도 높은 시청자들의 문제제기에 시달렸는데 이는 ‘무한도전’의 부상이 약자를 배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다 발생했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1박2일’은 단순히 웃음만을 추구하다 출연자가 다치자 팬들이 좀더 격하게 반응한 것으로 판단된다.
‘무한도전’ 역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웃음 뿐인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웃음 한 겹 뒤에 존재하는 ‘올바름’을 향한 다양한 의미의 풍부한 텍스트로 인해 ‘무한도전’은 분명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역 레전드’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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