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아이& 메모]김상현과 만루홈런의 위력
OSEN 기자
발행 2009.07.07 07: 44

야구장에서 홈런은 꽃입니다. 더구나 만루홈런은 누구에게나 통쾌함을 안기고 잊지 못할 이야기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랜드슬램으로도 불리우는 만루홈런은 우리 야구에서 연간 20개 가량이 터지는데 KIA의 김상현(29)은 지난 7월 3일 한화전에서 올 시즌 4번째 만루홈런을 터뜨려 박재홍(SK)이 지난 1999년에 세운 한 시즌 개인 최다 만루홈런과 타이를 이루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만년 기대주’에서 진정한 거포로 변신한 김상현의 만루포 연발로 KIA는 타선의 침체 속에서도 팀 순위 3위를 달리고 있고 팬들의 인기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000년에 해태(다음 해 KIA로 변신)에 입단한 김상현은 186cm, 80kg의 듬직한 체구로 대형타자로 주목 받았습니다. 그러나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한 가운데 2002년 7월 28일 잠실구장에서 미국에서 귀국한 LG의 이상훈을 상대로 동점 투런 홈런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 당시 트윈스의 김성근 감독의 제의로 KIA의 좌완 방동민과 맞트레이드 됐습니다.
김상현은 그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2005~2006 상무에서 뛴 다음 LG에 복귀했으나 올해 팀이 자유계약선수(FA)로 3루수 정성훈을 받아들이면서 자리가 더욱 좁아지자 지난 4월 19일 또 다시 KIA에 트레이드(박기남과 함께 우완투수 강철민과 교환) 됐습니다.
친정팀에 복귀한 김상현은 4월 26일 대구 삼성전 만루홈런을 시작으로 4월 30일 롯데전, 5월 7일 히어로즈전에서 잇따라 시즌 1~3호 홈런을 모두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만루홈런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상현은 그후 잠잠하다가 근 두 달 만에 만루포를 뿜은 것입니다.
올 시즌 11호 홈런이면서 작년까지 5시즌 동안 33개의 홈런을 날리는 동안 만루홈런이 없었던 김상현은 올해 4개의 만루홈런으로 박재홍의 한 시즌 최다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은 물론 미국과 일본의 기록에도 도전할만 합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한 시즌 최다 만루홈런은 돈 매팅리(뉴욕 양키스)가 1987년에 세운 6개가 최다이고 일본은 니시자와 미치오가 1950년에 수립한 5개가 최다입니다. 한국의 개인 통산 최다 만루홈런 기록은 은퇴한 심정수의 12개이고 미국은 루 게릭의 23개, 일본은 오 사다하루의 15개입니다.
김상현의 만루홈런 외에도 올해는 그랜드슬램에 따른 각가지 화제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LG는 팀 성적이 7위로 처져 있지만 만루홈런을 날린 페타지니와 박용택, 최동수, 박경수 등의 대포 쇼가 팬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지난 해 트윈스에 입단 후 ‘거포 실종’과 수비력 부족으로 눈총을 받던 페타지니는 4월 10일 서울 라이벌 두산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3연타석 홈런을 날렸는데 특히 9회말 1사 후 올 시즌 1호이며 통산 13호인 끝내기 만루포로 8-5, 역전승을 이끌어 내 단연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페타지니의 만루홈런 한방은 올 시즌 양팀 맞대결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6일 현재까지 LG가 8승4패로 우세를 보여 지난 해 5승13패의 열세와 상반된 양상입니다.
지난 2003년 드래프트에서 두산이 먼저 찍었던 성남고 출신 내야수 박경수는 4억3천만원의 파격적인 계약금을 제시한 LG에 입단 후 잦은 부상과 타율 2할대 초반으로 고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3일 두산과 맞대결에서 만루홈런을 날리는 등 3연전에서 홈런 2개, 타점 8점으로 라이벌 연파에 앞장 서며 제 몫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용택은 지난 6월 21일 잠실 LG전서 최고의 마무리로 꼽히던 삼성 오승환으로부터 만루포를 뽑아내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마운드에 올라서면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아 ‘돌부처’라는 별칭이 붙은 오승환이지만 1-2로 뒤지던 7회말 1사 만루서 등판해 대타 이진영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뒤이어 박용택에게 데뷔 이후 첫 만루홈런을 허용하자 글러브를 벗어 땅바닥에 내던지며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이처럼 만루홈런은 때린 타자나 한꺼번에 대량 득점에 성공한 팀에는 굉장한 활기를 불어넣지만 반대로 얻어맞은 투수에게는 뼈아픈 상처로 남는 모양입니다.
한때 최고의 마무리였던 진필중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미국과의 본선 풀리그서 덕 민트케이비치에게 결승 만루 홈런을 내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찬호는 대단합니다. 필라델피아의 구원투수 박찬호는 지난 6일 뉴욕 메츠와 홈 경기에서 8회초 1사 1, 2루에서 등판, 병살타로 이닝을 끝내 공 2개로 홀드를 기록했습니다.
박찬호는 대타 페르난도 타티스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처리해 이닝을 무사히 마쳤는데 타티스는 박찬호를 상대로 한 이닝 2개의 만루홈런을 날린 타자입니다. LA 다저스 시절인 지난 1999년 4월 23일 박찬호는 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이던 타티스에게 한 이닝 두 개의 그랜드슬램을 허용해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전무후무한 한 이닝에 같은 타자에게 2개의 만루홈런을 내준 투수로 레코드 북에 올라 있습니다.
만루포를 한 이닝에 두 개나 맞도록 계속 마운드에 놓아 둔 당시 데이브 존슨 다저스 감독을 비판하는 소리가 항상 따르지만 어쨌든 두 방의 만루포를 맞은 당사자 박찬호는 얼마나 치욕적이었겠습니까? 그러나 박찬호는 그해 13승을 올리고 다음 해는 18승, 2001년엔 15승을 거두며 정상급 투수로 성공했습니다.
이종도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지난 1982년 개막전에서 화려한 출발을 하고 김유동의 결승 만루홈런으로 그해 코리안 시리즈 최종전을 장식한 프로야구는 만루홈런이 최고의 화제거리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김상현(위)과 박경수의 시원한 타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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