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MBC 청룡을 인수, 새 단장한 1990년에 우승했다. 그리고 4년 뒤인 1994년에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 이후는 1997, 1998년과 2002년에 3차례 정상 재도전에 나섰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1990년에 LG는 현재 사령탑인 김재박(55)이 주전 유격수로 건재했고, 노찬엽, 김상훈, 김동수 등이 팀을 떠받치며 백인천 감독의 지휘를 받아 한국시리즈 첫 재패에 성공했다. 4년 뒤에는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이 마운드 기둥으로 자리잡고, 그 해 신인왕에 올랐던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 3인방이 맹활약, 막강 LG의 위용을 갖췄다. 그 해 유지현(157개), 서용빈(147개), 김재현(134개)은 나란히 최다안타 2~4위에, 김재현은 신인 최초 20-20(21홈런, 21도루)을 달성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돌이켜보면, LG가 좋은 성적을 낸 해에는 반드시 신인, 신예들의 활약이 뒷받침 됐음을 알 수 있다. LG는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나 최하위의 치욕을 겪었고 올해를 팀 재건의 출발점으로 삼아 이진영과 정성훈 등 두 FA 타자를 끌어오는 등 전력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외부 세력 수혈과과 기존 LG 지킴이들의 조화와 유기적인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또한 허장성세가 될 공산이 없지 않았다. 그 마당에 더욱 절실해진 것이 바로 세칭 ‘3박(朴)’의 부활과 성장이다. ‘3박’은 박용택(30)과 박경수(25), 박병호(23)를 일컫는다.
LG는 1998년 2차 우선지명으로 영입했던 박용택, 2003년과 2005년에 1차지명으로 받아들인 박경수, 박병호에게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이들은 부상 등으로 그 동안 기대치에 미흡한 성적을 남겼다. 그래서 LG 구단 주변에서 나돈 소리가 ‘3박이 살아나야 LG가 산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이들의 성장에 목말라한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페넌트레이스가 반환점을 돌아 중반전 어려운 고빗길에 접어든 이즈음에야 이들은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았다. 무던히도 애를 태웠던 이들이 오랜 부진의 늪에서 탈피하자 LG의 타선도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듯 기를 펴기 시작했다.
박용택은 LG 타선의 핵이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21일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전에서 좌측 늑골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을 때 LG 타선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그 어느해 보다도 올해 도약을 꿈꾸며 훈련에 열중했던 박용택으로선 날벼락이었다. 한 달 남짓 재활에 매달렸던 박용택은 4월25일에야 1군에 합류했고, 그동안 참았던 방망이가 불을 뿜으며 6월 18일부터 타격 1위(이하 7월 9일 현재 기록 .369)로 치솟아 줄곧 그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비록 팀은 마운드 부실로 아직 4강권에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박용택의 놀라운 부활은 LG의 무한 가능성을 새삼 확인하는 증거이다.
박용택이 복귀 이후 61게임에서 거둔 수확물은 11홈런, 94안타, 47타점으로 알차다. 6월 30일에는 2002년 데뷔 이래 8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시즌 10호째)를 기록하며 ‘호타준족’을 자랑했다.
박용택은 “올 시즌, 타격 시 준비동작을 간소화 한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준비동작이 콤팩트해지니까 스윙이 한결 간결해지고 작년과 비교했을 때 스윙 폭이 작아졌다”면서 “시범경기 때 늑골 부상을 당해 정규리그 초반에 경기에 출장을 못했는데, 이 기간 동안 TV와 비디오 등을 통해 상대팀 투수들을 분석한 것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가 진단했다.
최근 박병호와 박경수 등 후배들이 뒤를 받치면서 한결 부담을 덜게된 박용택은 “작년까지는 시즌 중에도 단점을 고쳐서 나만의 타격 폼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타격 폼을 완성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혼자만의 고민과 스트레스도 많았다”고 돌이켜보았다. “정작 타석에서 상대 투수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싸우는데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한 것 같다. 올해에는 캠프기간과 시범경기 동안 기본적인 타격자세를 완성하여 그러한 고민에서 벗어났다.”고 말하는 박용택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박경수와 박병호는 LG가 미래를 내다보고 강력한 타선 구축을 위해 공들이고, 거액을 투자했던 유망 내야수로 성남고 2년 선후배지간.
프로 입단 7년째인 2루수 박경수는 2003년 당시로는 거액이었던 4억3000만 원,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이었던 1루수 박병호는 2005년 계약금 3억 3000만 원을 받고 입단했다.
LG가 올해 기록한 팀 만루 홈런 가운데 외국인 선수 페타지니가 2발, 이진영이 한 발을 날렸고, 박용택이 6월 21일 잠실 삼성전에서, 그리고 바로 박경수가 7월 3일 두산전에서 데뷔 후 첫 만루 홈런의 기쁨도 맛봤다.
박경수는 “일단 타격 시 타이밍을 잘 맞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대한 앞에서 히팅 포인트를 두기 위해 노력한다. 초반에 부진했을 때 비디오 분석과 함께 조인성, 박용택, 정성훈 등 팀 선배들이 많은 조언을 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LG 입단 후 상무에 입대, 2008년 2군 홈런왕에 오르며 거포의 자질을 확인했던 박병호는 올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가 최동수의 부상으로 6월말에야 1군에 복귀했다.
프로 5년째로 물이 오를 때가 된 박병호는 1군 복귀전이었던 6월 24일 잠실 히어로즈전에 이어 7월 3일에도 개인 통산 2번째 연타석 홈런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병호는 “홈런 등 장타를 의식하지 않고 꾸준히 안타를 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페타지니, 박용택 선배 등의 타격 자세를 유심히 보며 공부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주위에서 많은 기대를 하시고 그 기대가 무엇인지 저도 잘 알고 있다. 현재 컨디션은 매우 좋다. 이제 1군에서 뭔가 보여주고 싶다. 그렇지만 성급하게 서두르지는 않겠다. 몇 경기 부진했더라도 그 원인을 찾아내 다시는 실수를 되플이 하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을 둔다. ‘미래의 4번타자’의 자세를 바로 잡아가고 있는 그의 다짐이 신뢰감을 준다.
박용택이 톱타자로 앞장서고, 장타력을 갖춘 박병호와 박경수가 하위타선에서 밀어주고 있는 LG 타선은 이제야 비로서 제 모습을 찾은 셈이다.
‘시련도, 실패도 있었지만 좌절은 없다’, 이들 3인방이 내는 한목소리이다. 자기 정체성을 되찾은 ‘3박’의 성장에 LG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위로부터)박용택, 박경수, 박병호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