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한 이후 단 한차례도 가을잔치에 참석하지 못했던 LG 트윈스는 올해에도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아직 팀별로 40게임 남짓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4강 진출’이라는 1차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7월 23일 현재 90게임을 소화한 LG는 39승 3무 48패, 승률 4할3푼3리를 기록, 4위 롯데에 10게임차로 뒤진 7위에 머물러 있다. 6위 히어로즈와는 1게임 차이다. LG의 성적표에서 두드러진 부분은 팀 타율이다. 2할8푼을 기록한 LG의 팀 타율은 1위 SK 와이번스(.281)에 이어 히어로즈와 공동 2위이다. 반면 팀 평균자책점은 5.24로 한화(5.87), 히어로즈(5.41)보다 조금 낫다. 이 수치만 놓고 봐도 LG의 현주소는 심한 투, 타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LG는 작년 시즌 후 안성덕 사장이 부임한 이래 팀 재건의 기치를 내걸고 FA 두 명(이진영, 정성훈)을 발빠르게 영입하는 등 우선적으로 타력 보강에 주력했다. 그 결과 기존의 박용택, 페타지니, 이대형 외에 박병호, 박경수 등과 외부 수혈 타자들이 일정한 조화를 이루며 타선의 짜임새를 갖추는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마운드 불안은 감추지 못했다. 2차 팀 전력 보강 공사의 대상이 분명히 드러난 셈이다.
지난 7월19일, 춘천에서 열렸던 2군 올스타전 퓨처스게임에 안성덕 사장은 8개 구단 단장, 사장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를 관전하고 LG 2군 선수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안 사장의 이같은 행보는 단순한 나들이 차원이 아니다. ‘선수 육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안 사장은 올해 들어 2군이 훈련과 게임을 하고 있는 LG 구리 구장은 물론 두산의 2군 구장도 찾아가 보는 등 2군 운영과 육성, 관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물론 그곳에서 ‘희망의 싹’을 찾고 있는 것이다. 멀리 내다본다면, 2군이 튼실한 구단이 강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주전과 비주전 선수의 차이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김영직 LG 2군 감독은 이렇게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주전은 ‘오늘 상대팀 선발 투수는 누구인가, 어떻게 공략할까’를 머릿 속에 그리며 구장으로 나오는데 반해 비주전은 아무생각 없이 나왔다가 라인업에 들어간 것을 보고 그제서야 당황해서 상대 선발에 대한 연구를 한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의 차이는 선수의 성취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이다.
LG는 2000년 이후 10년 동안 신인 지명 선수로 99명 가운데 54명, 2005년 이후에는 43명 중 27명을 투수로 뽑았다. 구단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대개는 투수에 큰 비중을 두고 신인을 선택해 온 것은 LG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구단에 따라 성적이 엇갈리는 것은 역시 선수 육성법에 있다고 해야겠다. 성적이 나쁜 구단은 아무래도 발등의 불을 끄기에 급급해 마구잡이로 투수를 쓸 수밖에 없다. 성적 저조가 선수 기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고, 자칫 악순환이 반복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김영직 LG 2군 감독의 얘기를 귀담아 둘 필요가 있겠다. 김 감독은 “2군 투수 가운데 유망주는 선발감인가, 중간 계투요원인가, 마무리감인가를 가늠해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타자는 내 경험에 비추자면 주로 대타로만, 그것도 우투수만 상대하다보니 좌투수에 대한 공략법을 잊어버리고, 나중에는 아예 엄두도 못내는 반쪽자리 선수가 돼 버렸다”면서도 “타자도 주전감과 대타요원으로 구분지어 특화시킨 육성을 해야한다. 2군 선수는 특성 한 가지만 있으도 1군 진입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발도 느리고 수비력도 뒤떨어지는데 좌투수를 기가막히게 잘 공략한다면 그나름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안 성덕 사장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설사 지더라도 끝까지 승부의 끈을 놓치않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가져달라”는 것을 선수단에 주문했다. 구단 CEO의 이같은 방침은 LG 선수단의 분위기를 상당히 바꾸어 놓았다.
안 사장은 또한 “전력 보강 차원에서 외부 FA 선수 두 명을 영입했지만 기본적으로 신인 육성이 바탕이 돼야한다”고도 했다. 결국 팀의 미래와 희망은 선수 육성에 달려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한 발언이었다.
LG 구단에 변화의 바람은 분명히 불고 있다. 그 바람은 희망의 싹을 품은 긍정적인 신호로 인식해도 좋겠다.
홍윤표 OSEN 대표기자
안성덕 LG 트윈스 사장.
7월19일 춘천 의암구장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 앞서 김영직 북부 감독이 양상문 남부 감독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