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지난 6일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지 14년이 됐다. ‘예술혼’이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하기 힘든 1000회 소극장 공연을 치러냈던, 가요의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진솔하게 보통 사람들의 감성을 담아 내던 포크 음악의 마지막 황제가 떠난 후 한국 대중음악계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청춘의 뜨거운 지지를 받던 김광석도 14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못 이기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간다’.
하지만 절망의 심연에서도 ‘일어나’기 위한 희망을 잊지 않았던 그의 노래들처럼, 끝은 단절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과 연결돼 ‘봄의 새싹’으로 거듭남을 노래했던 것처럼 김광석의 유산들은 여전히 끈질긴 생명력으로 가요계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김광석은 명곡의 향연인 그의 노래들로, 그리고 그가 남긴 유산을 따르는 이들로 영원히 우리 곁에 있다.
기일을 앞두고 김광석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 것은 루시드폴의 새 음반이었다. 포크 음악은 김광석 사후 가요계에서 폐족을 당하듯 힘을 잃고 사라져 갔다. 유리상자나 나무자전거 같은 주류의 포크 음악인들과 인디 영역의 재능 있는 포크 뮤지션들이 고군분투했지만 포크 음악은 급속도로 힘을 잃어갔고 암흑기는 갈수록 더 깊어져 갈듯 보였다.
그런 와중에 루시드폴의 새 음반인 4집이 지난 12월 발표되자 마자 음반 차트 깜짝 1위를 기록했다. 감성을 가장 담백하고 솔직하게 담아내는 포크 음악이 여전한 그 존재가치를 입증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사실 루시드폴이 김광석의 후계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둘의 음악은 그다지 닮지 않았다.
격정적인 김광석에 비해 루시드폴은 사색적이고 절제한다. 하지만 루시드폴 노래의 가사에 담긴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회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관심은 김광석을 떠올리게 만든다. 김광석과 루시드폴은 포크 음악의 본질 중의 하나인 사회성 속에서 서로 만난다. 그렇게, 포크 음악의 큰 자장 안에서 김광석은 루시드폴을 통해 되살아 난다.
루시드폴이 새 음반으로 돌아오기에 앞서 김광석을 가장 존경하는 김제동이 토크 콘서트를 시작했다. 비록 가수는 아니지만 토크쇼로 소극장에서 장기 공연을 펼치는 김제동을 통해 김광석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되살아나게 된다.
김광석이 가요계에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소극장 장기 공연이라는 공연 형태다. 김광석 이후 소극장 장기 공연은 뮤지션의 통과의례가 됐다. 누구도 김광석처럼 초인적인 장기 공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실력파 신인들이나 지명도가 조금은 부족한 중견 가수들이 소극장에서 일정 기간 연속 공연을 가지면서 뮤지션으로 자리 잡아갔다.
하다못해 실력이 부족하다고 인식되던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션의 이미지를 갖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소극장 장기 공연을 갖는 일도 벌어지기도 했다. 김광석으로 인해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을 할 여건이 안 되는 수많은 가수들이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열 수 있고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인정 받을 수 있는 길을 찾게 됐다.
앞으로도 김광석은 끊임 없이 되살아 날 것이다. 루시드폴이 됐든 다른 포크 가수가 됐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포크 음악이 나올 때마다, 실력 있는 대중예술인들이 소극장 장기공연을 펼칠 때마다 김광석에 대한 기억은 잊혀지지 않고 떠오를 것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