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2010 시즌부터 12초룰은 지키고 경기 중 5회가 끝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 클리닝 타임은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해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 시간이 평균 2시간 52분이고 우리보다 길었던 일본 프로야구도 3시간 13분으로 줄어든 마당에 우리만 사상 최장인 3시간 22분으로 늘어난 실정을 감안해 경기를 빠르게 진행 시키자는 취지로 만든 이번 조치는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부터 경기시간 단축을 촉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다가 지난 4일 규칙위원회에서 경기 스피드업 규정을 마련하여 * 5회 종료후 실시하던 클리닝타임의 폐지, * 투수들의 12초룰의 확실한 시행, * 타자석에서 너무 늦은 타임은 받지 말 것(투수가 자유족을 들었을 때, 주심은 타자석을 벗어 나지 못하게 한다.) * 투수가 로진을 과다하게 묻히는 행위에 대하여 첫번째 경고, 두번째 부터는 볼로 판정함. 이와 함께 스트라이크존의 확대를 공식적으로 채택하여 종전보다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에 공 반개 정도를 확대하여 투수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점수가 많이 나는 타고투저 현상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장의 감독들 대부분은 12초룰은 투수뿐아니라 타자에게도 압박감을 주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고 일부에서는 거부 반응을 보이는 분위기입니다. 제 생각도 12초룰이 강력히 실시되면 분명히 선수들에게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동안 프로야구에서는 12초룰이 아니라 투수에게 15초 이내 투구를 지켜달라고 주문하여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었는데 갑자기 12초룰이 시행되면 커다란 부감감을 줄 게 확실합니다. 심판들도 이제까지는 15초 정도나 심지어는 20초까지 봐주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 12초를 지켜 경고를 하고 볼 판정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히 12초룰은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논란거리가 될 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 기회에 12초룰 원칙을 지키자고 제의합니다. 그동안 투수나 타자의 불필요한 행동이 너무나 많아 경기 흐름에 지장을 주었고 지루하고 짜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12초룰은 야구 헌법인 야구 규칙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 규정입니다. 이 규정이 있는 줄 알면서도 우리는 무시했고 규정을 지키지 않은 규칙 위반 행위를 저질러왔으며 모른 척한 잘못이 있었습니다. 야구 규칙 8호 4항는 ‘루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는 공을 받은 후 12초 이내에 투구하여야 한다. 투수가 이 규칙을 위반했을 경우는 주심은 볼을 선고한다’고 명시하고 이 규칙의 취지는 불필요한 지연을 막기 위한 것이며 ‘투구를 잡은 포수는 곧 투수에게 다시 공을 던져야 하고 또 이것을 잡은 투수는 곧 투수판을 밟고 투구하여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법-규칙은 지키라고 만든 것입니다. 12초룰은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부터 정해진 규칙이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지키고 있는 규정입니다. 그동안 우리만 투수와 타자에게 쓸데없는 규칙 위반 행위를 수수방관했던 것입니다. 미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롯데의 로이스터 감독은 이번의 방침에 대해 “투수에게 자주 경고를 주면 투구 흐름이 끊어지고 밸런스가 무너질 일 우려가 있다”고 약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규정을 강력히 시행하기 위해 벌금마저 물리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조금이라도 경기를 지체시키면 감독이건 선수건 1000~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수 파펠본은 지난 해와 지지난 해 7번이나 벌금을 부과 받았고 감독들까지 다수 벌금을 냈습니다. 우리는 벌금 규정은 아직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은 “메이저리그는 12초룰을 투수가 어길 경우 경고 없이 바로 볼을 선고한다”고 전했습니다. 조 위원장은 “우리 심판들도 이 규정을 시행하기가 힘들었고 그동안 강하게 적용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규칙대로 지켜나갈 방침이다”고 밝혔습니다. 경기 도중 5회가 끝나고 5분 가량 휴식 시간을 갖는 클리닝 타임을 이번에 폐지해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데 도움을 주기로 했으나 이 부문은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클리닝 타임 폐지에 대해 선수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편입니다. 내야수들은 클리닝 타임은 폐지되도라도 3, 5, 7회에 2~3분 정도씩 그라운드 정비를 해 준다면 더 자주 하니까 불규칙 바운드 가능성이 줄어들어 깔끔한 수비를 하기에 더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투수들도 경기 흐름을 끊지 않고 빨리빨리 진행되어 좋고 선발투수들은 중간에 어깨가 식는 걸 막느라 계속 팔을 푸는 걸 덜해도 될 것이고, 6회에 투입되는 불펜투수들도 불필요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어 좋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문은 야구장을 찾는 팬, 관람객 처지에서 보면 불만입니다. 좁은 좌석에 앉아서 1시간 반 가량을 지내면 누구나 오금이 저리고 전신이 뻐근해집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져야 합니다. 어느 기자는 메이저리그에는 클리닝 타임 제도가 없다고 쓰기도 했는데 분명히 미국 어느 야구장을 가거나 클리닝 타임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5회 끝나고 실시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대개 7회초가 끝나고 7회말 홈팀이 공격을 하기 전에 클리닝 타임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관중들은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펴고 가벼운 운동을 합니다. 그라운드에서는 홈팀이 마련한 신나는 행사가 5분 이상 진행됩니다. 클리닝 타임-스트레치의 기원은 1910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미국의 제27대 대통령 하워드 태프트가 워싱턴 세너터스와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의 경기를 보다가 140kg의 거구인 태프트 대통령이 7회 중간에 몸이 불편해져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관중들은 처음에 구장을 떠나려는 줄 알고 함께 따라 일어섰다가 그가 도로 앉자 관중들도 몸을 잠시 폈다고 앉으면서 전통이 생겼습니다. 심판과 관람객들에게 경기 중간에 화장실에 한차례 갈 기회는 주어져야 합니다. 박진감 넘치게,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것도 좋지만 한 템포 늦추면서 모든 사람들이 스트레칭 체조와 기지개를 펴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 홈팀이 그날 반드시 알리고자 하는 소식을 보여주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12초룰이 실시되지 않고 클리닝 타임이 없어지면 혹 선수들이나 지도자들이 좋아할 지 몰라도 야구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를 스피디하게 진행하려는 이유는 선수들에게도 좋지만 무엇보다 관람객들을 위해서입니다. 클리닝 타임은 대부분의 팬들이 원하는 시간입니다. 프로는 팬이 우선이라고 항상 말하는데… OSEN편집인 chunip@osen.co.kr 13일 시범경기 LG-두산전 도중 간단히 운동장을 정비하는 모습 /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12초룰은 지키고 클리닝 타임은 존속 시켰으면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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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0.03.13 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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