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김성근 감독과 사과(謝過)의 미학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06.07 08: 35

 ‘사과(謝過)’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다.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이 지난 1일 롯데 자이언츠 로이스터 감독, 배재후 단장과 팬들에게 ‘사과’를 했다. 이날 SK는 홈인 인천 문학구장에서 한화전이 예정돼 있었고 롯데는 부산 홈 경기였다. 그래서 김 감독은 직접 전화를 걸어 전날 자신이 성균관대학에서 했던 강연에서 ‘롯데는 모래알 같은 팀’이라고 말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을 설명한 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거듭 밝혔다. SK 구단의 민경삼 단장 역시 감독에게만 맡겨 놓지 않고 경영진으로서 롯데에 사과를 했다.
김성근 감독은 자신이 잘못한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면 어떤 압력이나 비난을 받아도 결코 사과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본인이 ‘내가 실수했다’고 깨달으면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도 즉시 사과를 한다. 자신이 공평하게 대하지 않고 차별 대우를 했거나, 혹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2군 선수에게도 미안하다는 뜻을 꼭 전달하는 성격이다.

김 감독은 2008년6월10일 KIA전에서 투수 윤길현이 상대 타자 최경환에게 빈볼성 투구를 하고 욕설까지 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신영철 구단 사장과 함께 공식 사과한 바 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인터뷰를 인용하면 그는 “이번 일로 인해 팬과 야구 관계자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많이 반성했다. 야구 자체가 다시 붐을 일으키려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돼 최고 지휘자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선수단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던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나 자신의 태도부터 바꿔야겠다 싶어 오늘 경기에 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제3자였던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감독이 경기 결장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틀 후인 3일 메이저리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디트로이트의 경기 후 심판이 선수에게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디트로이트 선발 투수 아만도 갤러래가는 3-0으로 앞선 9회초 마지막 수비 투아웃까지 클리블랜드 타선을 퍼펙트로 막고 있었다. 1이닝 3명씩 26타자에게 단 한번의 진루도 허용하지 않은 채 마지막 27번째 아웃만을 남겨두었다. 갤러래가는 27번째 타자 제이슨 도널드를 1루수 땅볼로 유도했고, 자신이 직접 1루 커버를 맡아 1루수의 마지막 토스를 받아 아웃을 시킨 것으로 확신했다. 1876년 내셔널리그부터 시작된 메이저리그 135년 역사 상 공식 기록으로 21번째 퍼펙트 게임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첫 퍼펙트는 1880년 기록됐다.
그런데 짐 조이스 1루심은 느닷없이 세이프를 선언했다. 디트로이트의 짐 릴랜드 감독은 덕아웃에서 뛰어 나와 짧지만 격렬하게 항의를 한 뒤 곧 들어갔고 홈 팬들의 야유 속에 경기는 계속돼 갤러래가가 다음 타자 트레버 크로를 3루수 땅볼로 아웃시켜 종료됐다.
제이슨 도널드의 1루 땅볼의 공식 기록은 내야 안타이다. 실책성 플레이가 없었기에 공식 기록원이 실책도 줄 수 없었다. 투수 갤러래가의 처지에서는 볼넷을 내주는 것보다도 최악의 결과였다. 볼넷을 허용하고 다음 타자를 땅볼로 마무리 했다면, 혹은 실책으로 기록됐다면 퍼펙트 다음 기록인 노히트 노런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공식 기록은 갤러래가의 1피안타 완봉승이 됐다.
이 판정을 놓고 변호사 출신의 세인트 루이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물론 백악관의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까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판정이 번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드 실릭 커미셔너는 앞으로 더 정확하고 신중하게 판정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미 내린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전통을 지켰다. 실릭은 커미셔너로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오심도 경기의 일부인 ‘야구’를 수호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최악의 오심을 했지만 짐 조이스(55) 심판의 그 후 행동은 역시 22년 경력의 베테랑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경기 후 곧 바로 리플레이로 자신의 실수를 확인하고 즉시 투수 갤러래가를 찾아가 눈물로 사과했다. 그러나 판정 번복은 자신의 권한 밖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롯데에 사과를 한 날, 한국야구위원회 심판위원회가 심판조 재배치를 발표했다. 올스타 휴식기를 이용하는 방법은 있지만 시즌 중에 심판 조를 바꾼 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바뀐 스트라이크 존 적용과 퇴장 등으로 몇 차례 물의기 빚어진 것을 고려해 “분위기 쇄신도 하고 징계성 의미로 일부 심판의 조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한가지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바로 ‘사과’이다. 징계의 뜻도 있다면 심판도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위원장이 대표해서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과거를 깨끗이 뒤로 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일부 야구 관계자들과 지도자들, 선수들이 비난과 변명에만 익숙하고 사과에는 인색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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