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 두산전에 달렸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09.27 07: 30

필자는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가 두산에 1승을 먼저 따내고도 3연패로 주저 앉자 로이스터(48) 감독의 처신을 놓고 ‘패장 로이스터 감독의 행동은 오만인가 유치함인가’라는 글을 써 격렬한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에 필자는 글의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했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에는 반론도 제기했다. 당시 글이 [인사이드 베이스볼] 1호였다. 
로이스터 감독의 경기 후 처신을 조명한 작년 글은  이렇게 시작했다.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에 야구의 도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두산-롯데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각도로 접근하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이자 유일한 용병 감독인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이 홈구장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한 채 5-9로 패한 후 보인 행동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엉뚱하게 두산 덕아웃으로 찾아갔다. 김동주와 포옹하고, 김광수 코치를 안았으며 상대 사령탑 김경문 감독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러한 행동은 어떻게 보면 흔히 하는 말로 ‘쿨(cool)하다’고 할 수는 있다. 과연 그런가? 도대체 포스트시즌 경기의 패장(敗將)이 이러한 처신을 하는 것을 어느 나라 프로야구에서 가르친 것일까? ‘동네 야구’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일이 가능하고 있기나 한 일인가.’
다시 읽어보니 표현에 과격함이 있었고 개인적인 주장이 심했던 부분도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2010 페넌트레이스가 대장정의 막을 내리고 두산과 롯데가 또 다시 준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하게 됐다. 29일 잠실에서 1차전이 펼쳐진다.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필자의 생각도 조금은 달라졌다. 롯데의 배재후 단장과 필자는 분야는 다르지만 마치 입사 동기처럼 오랜 기간 사직구장에서 만나왔다. 최근 모처럼 서울에서 점심을 함께 했는데 그 자리에서 필자는 ‘로이스터 감독의 장점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배재후 단장은 수많은 롯데 감독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장 열성적인 팬들을 자랑하는 롯데에는 성적 부진 때문에 단명한 감독들이 유난히 많았다. 로이스터 감독은 구단주가 직접 나서 새로운 승부수로 야구 본고장인 미국에서 영입한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이다.
배재후 단장은 “로이스터 감독은 칭찬을 잘 한다”고 대답했다. ‘칭찬’이라는 말에 필자도 아프게 느끼는 바가 있었다. 많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삼성의 양준혁이 은퇴경기를 했을 때 상대 팀이 1위 SK였다. 양준혁의 마지막 타석 때 SK 투수 송은범이 모자를 벗어 인사를 했다. SK 김성근 감독은 ‘경기 중에 뭐 하는 짓인가’라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잘했다 싶어. 대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에 존경을 표시한 것’이라며 공감을 나타냈다. 필자도 작년 준플레이오프 후의 로이스터 감독의 행동에 여전히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어도 김성근 감독의 생각 변화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성공 시킨 뒤 또 다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를 ‘성공’이라고 주장하면서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탈락을 결코 실패가 아니라고 자평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반드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자신감을 넘칠 만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9월 들어 로이스터 감독의 팬들은 그의 연임을 지지하는 신문 광고를 냈고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감독의 재계약을 지지하는 광고는 100년이 넘는 한국야구 역사상 처음이다. 9월16일 부산 외대에서 열린 포럼에 초청된 로이스터 감독은 당당하게 ‘구단과 팬들이 원한다면 계속 롯데 감독을 맡고 싶다’고 재계약 의사를 구단보다 먼저 밝혔다.
이 역시 로이스터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감독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재계약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29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로이스터 감독은 ‘5년은 경험해야 한국야구에 대해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계약금으로 (구단의) 트레이닝 시설을 바꿔주겠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 구단과 선수들에 대한 본인의 애정을 순수하게 표현한 것이 분명하지만 사실 구단 경영진으로서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롯데의 트레이닝 시설이 부족하고 구단은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이 재계약금으로 트레이닝 시설을 새로 사주겠다고 한 것도 역시 로이스터 감독이 최초이다.
또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9월14일 사직구장에서 1위 SK를 3-1로 제압하고 자력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뒤 ‘오늘 만났던 SK는 강한 팀이다. 한 달 안에 우리도 (한국시리즈에서) SK를 상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토종’ 감독들은 공개적으로 쉽게 밝히기 어려운 생각이다. 3위 두산의 김경문 감독, 2위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이 소식을 듣고 어떤 느낌이었을까?.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 2년과 비교해 확실히 강해졌다. 흥분되고 희망이 보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올해가 가장 전력이 좋다’며 ‘페넌트레이스 마지막에 전력이 안정돼 현재 상태라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해볼 만하다’고 했다. 4번 이대호의 3루수 기용, 5번 홍성흔 지명타자, 9번 타순에 황재균 등 기본 포지션과 타순도 일찌감치 밝혔다.
로이스터 감독은 2008년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삼성에 내리 3연패로 탈락한 바 있다. 작년은 두산에 1승3패였다.
과연 이번에는 어떨까? 로이스터 감독이 이번에는 한국야구를 2008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로 이끈 ‘토종의 자존심’ 김경문 감독과 ‘승장(勝將)’으로서 포옹을 할지, 아니면 또 다시 ‘패장(敗將)’으로 악수를 나눌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자신의 재계약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 분명하다. 두산을 넘어 준플레이오프만 통과하면 로이스터의 재계약은 확실하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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