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위험수위에 이른 관중의 방해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5.26 07: 30

2008년 5월 13일 일본프로야구 실행위원회는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당부하는 호소의 말을 남긴 바 있다. 
“타구가 펜스를 완전히 넘어갈 때까지 손을 대지 말아달라. 공정한 야구경기를 위해 부탁 드린다.”
이는 같은 해 5월 7일 한신 타이거즈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도쿄돔 경기에서 요미우리의 알렉스 라미레스가 친 홈런성 타구가 외야 펜스 앞줄에 있는 관중의 손에 맞아 2루타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요미우리가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관련 회의 끝에 나온 일종의 부탁성명(?)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도 홈런성 타구를 외야석 관중이 의도적으로 건드리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 여겨져 관련규칙과 함께 다뤄볼까 한다.
지난 5월 22일, SK와 넥센의 문학구장 경기에서는 7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정근우(SK)가 좌익수 뒤쪽으로 때린 큼지막한 타구를 외야 커플석의 어느 관중이 글러브를 그라운드 쪽으로 내뻗어 잡아챈 일이 있었다.
이 일로 인해 2루주자 박재상만 득점으로 인정되고, 1루주자 안치용은 3루에 멈춰서야 했는데, 2사라는 점과 타구의 체공시간과 방향이 비교적 길고 깊숙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황상 1루주자까지도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커 보인 상황이었다.
당시 3-2의 살얼음판 리드를 하고 있던 SK로서는 5-2로 추격권에서 멀찌감치 도망갈 수 있었지만, 1점만 인정된 관계로 경기 끝까지 바짝 긴장된 경기를 치러야 했다. 
돌아선 8회초,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넥센 2번타자 송지만이 만일 큰 것 한 방이라도 터뜨렸다면 경기는 졸지에 4-4가 되며,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 도 있는 위기도 있었다. 그간 여러 차례 관중의 방해와 관련된 규칙에 대해 들춘 바 있지만, 다시 한번 복습 겸 짚어보기로 하자.
경기 중 일어나는 관중의 방해행위에 관해서는 야구규칙 <3.16>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축약하자면, 야수가 잡을 수 있는 타구를 관중이 방해했을 때에는 인정아웃이 선언되며, 앞에 든 예와 같이 아무도 잡을 수 없는 타구(송구 포함)에 대해 방해가 일어났을 경우에는 볼 데드로 하고 심판원이 방해가 없었더라면 경기가 어떤 상태가 되었을 지를 가상 판단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칙내용을 가만히 읽다 보면 궁금증 하나가 슬며시 떠오르는데, 22일 정근우 타구에 대한 관중의 방해 때, 1루주자 안치용의 득점이 저지된 이유가 이론적으로 어디에 근거한 조치인지가 그 궁금증의 요지다.
규칙 <3.16>에는 분명 ‘방해가 없었더라면..’에 근거한 가상의 조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발이 무척 빠른 1루주자라면 득점을 인정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더욱이 주자가 더 이상 잴 것도 없는 2사 후였다면.
물론 1루주자까지 득점을 시켰다 하더라도 결코 틀린 규칙적용은 아니다. 심판원의 재량으로 그렇게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1루주자를 3루에 묶어놓는 이유는 다름아닌 판정의 형평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주자나 아웃카운트에 따른 진루인정 상황에 차등을 두기 시작하면 이후에 뒤따르는 변수와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다. 1루주자의 득점을 인정받지 못한 팀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매번 이의를 제기할 것이 자명하다.
2009년 두산과 SK의 플레이오프 4차전 때, 2사 1,2루에서 박정권(SK)의 좌익수 뒤쪽 타구가 관중의 손에 닿았음에도 1루주자(박재상)까지 득점으로 인정되었던 전례가 있긴 하지만, 이때는 육안으로 손에 닿았다는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애매한 상황이었기에 볼 데드 선언이 내려지지 않았던 것이며, 관중의 방해가 확실히 보였다면 정황상 박재상의 진루는 3루까지로 제한되었을 가능성이 보다 컸다.
올 시즌 들어 펜스부근 외야 플라이타구에 대해 관중이 손을 갖다 대는 일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4월 21일 두산과 넥센 전(잠실)에서 비디오 판독 끝에 홈런에서 2루타로 강등(?)된 최준석(두산)의 타구를 시발점으로, 5월 4일 롯데와 삼성 전(사직)에서 강민호(롯데)의 타구가 관중의 팔에 맞고 나와 2루타로 선언된 일, 여기에 5월 10일 LG와 한화 전(잠실)에서 최진행(한화)이 7회초 기록한 3연타수째의 홈런 역시 펜스부근 관중이 타구를 건드려 비디오 판독을 실시한 이후 비로소 홈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일까지, 모두 유사한 관중의 방해 사례들이다.
이처럼 거듭되고 있는 관중의 의도적 방해는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저해하고 때에 따라서는 경기상황의 흐름을 뒤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중의 성숙된 자제력이 보다 요구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아울러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영향이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은 관중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외야 펜스까지 날아오는 타구의 파괴력은 말 그대로 무시무시한 흉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팁 하나를 더 살펴보고 얘기를 맺도록 하자. 관중이 그라운드 안으로 팔을 뻗어 방해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야수가 펜스 너머 스탠드 안으로 팔을 뻗어 포구하려다 관중의 방해를 받아 잡지 못했을 경우에는 규칙상 관중의 방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는 수비수가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벌이는 플레이로 간주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호권 안에 두지 않는 것이다.
2003년 플로리다 마린스와 시카고 컵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6차전에서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앞서가던 시카고 컵스가 7회까지 3-0으로 또다시 앞서자 모두들 시카고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8회초 1사(주자 2루) 후, 좌익수 모이세스 알루(시카고)가 루이스 카스티요(플로리다)의 파울 플라이타구를 관중석 안으로 팔을 뻗어 잡으려던 과정에서 한 관중이 공을 건드리며 포구를 방해해 아웃을 시키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는데..
시카고 컵스는 바로 이 시점부터 상황이 꼬이기 시작, 카스티요를 볼넷으로 내보낸 이후 무려 8실점 대 역전패하며 플로리다에 6차전을 내주었고, 이 영향으로 7차전까지 내리 패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일은 관중의 방해에 관한 아주 유명한 일화로 역사에 남아있다.
경기가 경기 외적인 요인에 의해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겨우내 선수들이 땀 흘려 일군 노력으로 쌓은 기량을 그라운드에 여한 없이 활활 펼쳐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야구팬들의 배려와 도움은 필수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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