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크 규정 엄정 집행, 이승엽에 '희소식'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5.10.30 20: 26

일본 프로야구 마운드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러나 롯데 마린스 이승엽(29)에게는 싫지 않은 바람이다.
30일 일본의 스포츠신문들은 일제히 ‘보크 파문’을 보도하고 나섰다. 현재 일본의 프로구단들은 대부분 마무리 훈련에 들어가 있는 상태. 여기에서 단연 화제는 반칙투구다.
지난 29일 주니치가 가을캠프를 연 오키나와. 불펜에서 투구를 하던 팀의 두 기둥 가와카미(11승), 이와세(46세이브, 세이브 1위)는 깜짝 놀랄 소리를 들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센트럴리그 심판들이 “그렇게 던지면 보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2단 모션을 사용하던 오카모토(10승)가 문제가 될 것은 알았지만 자신들도 보크에 걸릴 줄은 몰랐던 탓이다. 심판들은 “어깨 위로 올라간 팔이 정지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청백전에 선발 등판했던 나카타(8승)는 겨우 3회를 던지면서 무려 5번이나 보크 선언을 당했다. 좌완 다카하시에게도 한 번의 보크 판정이 내려졌다.
주니치만 이런 것은 아니다. 같은 날 요미우리의 마무리 훈련장을 찾은 심판진들은 새로운 보크 규정을 담은 5페이지짜리 설명문을 선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요미우리는 에이스 우에하라(9승)가 왼발을 투수판에서 뺀 뒤 글러브를 가슴에 모으는 독특한 동작이 이미 보크 감으로 지적을 받고 있다.
세이부의 에이스 마쓰자카(14승, 탈삼진 1위)도 이번 파동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다. 교육리그에서 새로운 규칙적용을 보고 온 이시이 2군 투수코치가 29일 마쓰자카의 투구를 본 다음 “너도 보크”라고 말했기 때문. 마쓰자카는 글러브를 머리 위에서 멈추지만 다리는 흔들고 있어 그 동안 정지 동작이 없는 정상투구 판정을 받았지만 다리를 흔드는 동작이 2단 모션에 해당된다는 이시이 코치의 설명이 있었다.
뿐만 아니다. 올 시즌 12승을 거둔 요코하마의 미우라는 스스로 “내 경우 절반이 보크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 2단 모션을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사이토(16승), 라쿠텐 에이스 이와쿠마(9승) 역시 보크 판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센트럴리그 홀드왕인 한신의 후지카와는 들어올린 왼 무릎을 글러브로 살짝 치는 동작에서 멈춤이 있다고 해서 보크에 해당된다.
거론된 투수들뿐 아니라 앞으로 마무리 훈련을 통해 심판진들의 판정이 내려지기 시작하면 또 어떤 투수가 걸려들지 현재로서는 숫자도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보크파동’은 마무리 훈련에 앞서 이미 10월 10일부터 10월 23일까지 열렸던 교육리그에서부터 시작됐다. 심판들이 엄격한 룰 적용을 통해 투수들의 반칙투구를 사정없이 적발했기 때문이다.
교육리그가 시작되기 직전 일본야구기구의 규칙위원회는 ‘앞으로 야구규칙 8.01항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규칙위원회가 주목한 것은 8.01 조항 중 ‘타자에 대한 투구에 관련된 동작을 일으키면 도중에서 정지하거나 변경하지 않고 투구를 완료하여야 한다’는 대목.
이 때문에 일본 투수들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2단 모션뿐 아니라 머리 위로 올라간 팔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것도 모조리 보크로 판정 받게 된다.
이처럼 규칙위원회가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 동안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던 투수들의 투구 폼에 관대한 일본 프로야구였지만 국제대회를 앞두고는 이를 검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당시에도 이와쿠마와 롯데의 마무리 고바야시 등이 ‘올림픽에서는 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대회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투구폼을 바꾸기도 했다.
이제 야구가 올림픽에서는 퇴출 취소를 호소해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아시아시리즈, WBC 등 날로 프로선수들의 국제대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제규격에 맞는’ 룰 적용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결국 규칙위원회가 공식입장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개혁에는 저항이 있다고 현장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마쓰자카는 “보크 판정을 받더라도 내 폼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고 우에하라 역시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 폼이 보트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태도를 밝힌 상태다. 이와세는 “야구가 안된다”는 푸념. 사이토는 “머리 속에 온통 보크 생각뿐”이라고 털어 놓기도 했다.
주니치의 오치아이 감독은 “내 머리로 납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며 투수들에게 “너희들이 폭동을 일으켜라”고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요코하마의 우시지마 감독은 ‘투수들의 개성이 없어진다. (독특한 폼을 흉내낼 수 없는)소년팬들이 슬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이부 이토 감독은 “감독자 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왕정치 감독은 “정 안되면 셋포지션으로 던지면 된다. 떨어지는 구속은 제구력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젊잖게 반응했다. 한신의 우완 투수 후지카와 역시 “지난 페넌트레이스 때부터 불펜에서는 새로운 폼으로 볼을 던지는 훈련을 했다. 새 폼을 만드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느긋한 태도.
이제 이승엽을 이야기할 차례다.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이 제일 먼저 호소한 ‘부적응’문제가 소프트뱅크 사이토의 2단 모션이었다. 이 때문에 팀의 배팅볼 투수 에노키가 한 동안 2단 모션으로 볼을 던져주기도 했다. 물론 이제 이승엽도 일본 투수들의 변칙적인 투수에 많이 익숙해진 상태다. 하지만 이런 투구 동작 자체가 타자들에게 어려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 만큼 보크로 규제가 된다면 이승엽으로선 싫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내년 시즌에도 이승엽이 일본에서 야구를 계속할지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좋은 소식인 것 만큼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박승현 기자 nang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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