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 해외파, '이중고'를 이겨낼까
OSEN U05000014 기자
발행 2006.01.31 09: 31

"스프링캠프에 대비해 열흘 정도 일찍 훈련을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준비해 달라고 했다. 투수들은 불펜 투구를 좀 더 한다는 생각이면 되고 야수들도 타격훈련을 빨리 하게 된 것으로 여기면 된다". 이 말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미국 대표팀의 벅 마르티네스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미국 대표팀은 홈에서 1라운드와 2라운드, 그리고 준결승 및 결승을 치르는 스케줄로 WBC 일정이 짜여져 있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야말로 매년 2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스프링 트레이닝보다 한 열흘 정도 일찍 훈련을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나서면 선수들이 부담없이 컨디션을 조절하며 대회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큰 부담없이 준비할 수 있는 미국 빅리거들이지만 올 시즌 성적을 위해 WBC 대표를 반납하고 있기도 하다. 초장에 WBC 출전을 선언했던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최근 올 시즌 성적을 위해 포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한국인 빅리거들은 어떨까.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서재응 최희섭(이상 LA 다저스) 김선우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 구대성(뉴욕 메츠) 봉중근(신시내티 레즈) 등 모두 올 시즌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인 빅리거들은 '이중고'를 이겨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먼저 미국 대표팀 선수들에 비해 열흘 정도 더 빨리 경기에 대비한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미국 대표팀은 첫 경기를 3월 8일(이하 한국시간)부터 1라운드를 갖는 데 비해 한국팀은 3일 개막전에 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인 빅리거들은 한국 프로야구팀들의 미국 전훈지에 합류해서 합동훈련을 쌓는 등 벌써부터 WBC와 시즌 오픈에 대비해 강훈련에 돌입했다. 현대와 기아에서 합동훈련 중인 구대성 김선우 서재응은 프로팀들의 훈련 스케줄과 본인들의 개인훈련 스케줄을 모두 소화해 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기에 한국 선수들은 태평양을 오가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시차 때문에 적응하려면 보통 2, 3일씩 까먹어야 하는 마당이다. 미국은 홈에서 이동하며 경기를 치르는 반면에 한국은 1라운드는 일본, 2라운드부터 미국 등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한국인 빅리거들은 소속팀의 스프링 트레이닝에 빨라야 3월 중순께나 참가해 제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때면 시범경기가 한창으로 WBC와 상관없이 게임을 뛰고 있던 라이벌들과 뒤늦게 경쟁을 펼쳐야 하는 불리함을 안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 한국인 빅리거들은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지상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개인을 희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한국인 빅리거들로선 그래도 국가대표로 활동하기 위해 올 시즌 한 해 농사를 만족할 만큼 거두지 못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 됐다. 그래도 홈팀으로 최강을 자부하고 있는 미국이 기대한 못미치는 성적을 냈을 때보다는 덜 부끄러울 전망이다. 미국으로선 안마당에서 홈 어드밴티지도 못살리며 야구 종주국의 체면을 살리지 못하면 엄청난 망신살이 뻗치기 때문이다. 개인 목표를 뒤로 한 채 국위선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한국인 빅리거들이 '이중고'를 이겨내고 'WBC 호성적과 소속팀 주전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를 기대해본다. 박선양 기자 sun@osen.co.kr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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