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컨시스턴시(Mr. Consistency)'.
박용택(26.LG)은 꾸준하다. 웬만해선 기복이 없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며 자기 몫을 해준다. 소속팀 입장에선 그 누구보다 귀중한 존재다. 지난 2002년 프로 데뷔한 박용택은 항상 기대에 걸맞는 성적을 올려왔다. 프로 첫해 타율 2할8푼8리 9홈런을 기록한 뒤 매년 3할 언저리의 타율과 15개 안팎의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도루왕과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1번과 4번 타순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꾸준함의 대명사
올 해에도 다르지 않다. 시즌 초반 5번타순으로 기용된 뒤 잠시 1번을 맡았다가 요즘은 붙박이 4번으로 나선다. 어떤 자리에서든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용택은 올 시즌을 순조롭게 출발했다. 4월 한 달간 타율 3할3푼8리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5월 2할7푼1리로 잠시 주춤했지만 6월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잠실 한화전에선 그만의 진가가 눈에 띄었다. 이날 박용택은 산전수전 다 겪은 한화의 백전노장 송진우를 맞아 맹활약을 펼쳤다. 1-3으로 뒤진 5회 2사 2루에서 추격의 좌전적시타를 때려냈고 2루까지 훔쳤다. 2-5로 점수차가 벌어진 7회에도 좌중간 2루타로 타점을 기록한 뒤 내친 김에 3루도루까지 성공했다. 당홍한 한화 내야진이 실책을 범하면서 유유히 홈을 밟아 혼자 힘으로 추격점을 만들내기도 했다.
비록 팀은 4-6으로 패했지만 박용택의 진가가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필요할 때 소금같은 안타를 쳐주고 저돌적인 베이스러닝을 발휘해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개수 늘리기식 도루는 사양
이날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박용택은 시즌 타율이 2할9푼5리로 뛰었다. 올 시즌 17번째 멀티히트는 덤이다. 도루 2개를 추가해 시즌 14도루를 마크했다. 1위 이종욱(두산)과는 불과 2개차다. 마음만 먹으면 도루왕 2연패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빠른 발과 영리한 주루감각은 프로 경력이 쌓일 수록 더 빛을 발한다.
그러나 박용택은 "올해에는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했다. 프로 선수들이 "팀 성적이 최우선"이라고 흔히 하는 '대외용 멘트'는 아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보다 멀리 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도루에 집착하다 보니 잔부상이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타격과 수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이나 팀 모두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무리해서 개수 늘리기식 도루는 지양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용택의 발언은 일리가 있다. 도루는 부상을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플레이 중 하나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 때나 뛰다가는 '본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시즌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팀으로서도 간판 타자가 도루를 하다 다치면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루에 실패할 경우에는 팀에 주는 타격도 막대하다. 메이저리그에선 도루 실패로 잃는 효과를 도루 성공으로 얻는 가치보다 2배 더 크다고 본다.
▲필요할 때는 몸 사라지 않을 각오
그의 이런 뜻을 두고 '몸을 사리겠다는 거냐'고 눈초리를 흘기면 오산이다. 그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한다. 팀이 뒤지거나 한 베이스가 더 얻어야 할 때는 당연히 뛰겠다"고 밝혔다. 개인 플레이는 자제하되 팀이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지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깊은 속뜻이 담겨져 있다.
양승호 감독 대행도 이런 그의 뜻을 십분 존중하고 있다. 이순철 전 감독과 마찬가지로 양 대행 역시 박용택 본인에게 판단을 맡기고 있다. 뛸지 말지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이 결정하라는 그린라이트 권한을 여전히 부여하고 있다.
박용택은 "현재 몸 상태는 좋다. 요새 팀 분위기가 좋은 만큼 열심히 하다 보면 팀 성적도 오를 것으로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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