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9회말 투아웃’ ‘가을 잔치’ ‘꿈과 희망의 스포츠’….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를 일컫는 표현들이다. 이 말들 속에는 야구가 갖는 기본적인 속성과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처한 현실이 내포돼 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 이후부터’라는 말은 스리아웃이 결정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한 표현이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 놓고도 점수는 무한대로 뽑을 수 있는 것이 야구라는 스포츠다. 따라서 승부를 지레 짐작해서 경기가 끝나기전에 야구장을 미리 빠져나간다거나 무심결에 중계방송에서 눈을 뗐다가는 야구가 주는 참 맛을 어이없이 놓쳐버릴 수 있다. ‘가을 잔치’는 야구에서 신성한 용어다. 6개월을 이어온 대장정에서 각 선수와 팀이 소기의 열매를 맺었다면 포스트시즌이라 불리는 ‘가을 잔치’에서 다시 한번 화려한 봄 꽃을 피우는 것이 야구다.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 일본 프로야구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비견 되는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2002년,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21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기를 거머쥐고 선수도 구단 프런트도 목놓아 울었다. 21년 동안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정작 ‘가을 잔치’에서 주인공이 되어 본 적이 없는 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에서 이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한국 시리즈’를 중계하는 방송사라면 마땅히 그 경기를 온전히 보여줄 의무가 있다. 정규 방송 시간 때문에 한국시리즈 중계를 끊는다면 야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모욕이다. ‘꿈과 희망의 스포츠’는 한국 프로야구가 처한 현실을 잘 말해준다. 군사 정권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탄생한 원죄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는 그 자체로 꿈이요 희망이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초록의 다이아몬드 안에는 분명 의미 있는 삶의 모습이 녹아 있다. 한때는 국민의 스포츠라는 지위까지 확보했던 프로야구가 이제는 한국시리즈 중계 탓에 후속 프로그램 편성이 지장을 입었다고 논란이 되는 처지에 놓였다. 팬들의 사랑을 잃은 프로스포츠가 얼마나 초라해지는 지를 보여주는 냉엄한 현실이라 하더라도 논란의 불씨 제공자로 눈총받는 모습은 영 볼썽사납다. 물론 시청자들이 꼬집는 부분은 지난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끝까지 중계하면서 연장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SBS의 처사다. 후속 편성에 대한 공지를 제 때 하지 못한 불찰은 분명 SBS에 있다. 그러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또 야구이지 않는가. 괜한 화살이 프로야구 중계로 돌려지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정규 방송 편성 시간 때문에 서둘러 중계를 끊었던 지상파 방송사의 행태를 맹렬하게 비판해 왔던 것이 우리들의 모습 아니었던가. /OSEN=강희수 기자 100c@osen.co.kr 지난 26일 삼성과 한화의 한국시리즈 4차전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