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노근리 사건을 다룬 영화 ‘작은 연못’이 프로젝트 컴퍼니 방식으로 만들어져 한국 영화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주요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개런티 전액을 투자하고 촬영 장비 등 관련업체 등이 현물 출자를 해서 영화 한편을 뚝딱 만들었다.
‘작은 연못’은 제목에 나오는 대로 작은 영화가 아니다. 1950년 7월 한국전쟁 당시 노근리 철교 근처에서 피난 중이던 인근 마을 주민들이 미군들의 오인 사격으로 떼죽음 당했던 비극적이고 민감한 사건을 스크린에 처음으로 옮겨 담는 의미가 지대하다.
문성근 김뢰하 강신일 박광정 전혜진 이대연 김승욱 최덕문 등의 출연진은 어디에 내놔도 꿀릴 게 없다. 이들의 연기력만을 갖고 논한다면 고급 요정의 한정식마냥 때깔 좋고 먹음직스런 호화판 캐스팅이다.
그럼에도 들어간 순 제작비는 10억 원 가량. 요즘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 40억 원에서 군살을 빼도 너무 뺐다. 나름대로 전쟁신이 들어가고 몹신(대규모 군중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 영화인데 이 돈으로는 해골만 앙상하게 드러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실제 비용은 40억 원을 알차게 들였다. 배우와 스태프의 개런티로 나갈 10억 원씩, 후반 작업과 장비 관련 업체들의 비용 10억 원 등 모두 30여 억 원이 자발적인 참여로 출자됐다. 이에 따라 ‘작은 연못’만의 특별한 제작 방식으로 인해 생겨나는 투자금 조달 및 관리, 수익 배분의 회계적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근리 프로덕션’(대표 이우정)이라는 프로젝트 컴퍼니를 설립했고 배급과 마케팅은 MK픽처스(대표 이은)가 역시 선투자 조건으로 맡았다.
이우정 대표는 “충무로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수 있는 영화 제작 방식이 프로젝트 컴퍼니다. 영화 제작비에 끼는 거품을 뺄수 있는 등의 장점이 많아서 사안에 따라서는 앞으로 자주 선보여야할 방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젝트 컴퍼니가 보편적인 영화 제작 방식으로 충무로에서 자리잡기까지는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스타 마케팅이 대세인 시점에서 소속 매니지먼트사를 가진 주연급 배우들의 개런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데다 흥행이 불투명한 영화에 조건없이 출자하고 나설 투자자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작은 연못’에서 이같은 방식이 가능했던 이유는 인맥과 의리다.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연출가 이상우 감독이 영화 데뷔를 하면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선후배, 동료들을 모두 불렀다. “피난 장면에 나오는 엑스트라 모두가 배우들의 부모, 아들 딸이고 제자들이다. 영화를 같이 찍자고 불렀더니 가족까지 다 데리고 나왔다. 영화에 나오는 모두가 배우들이니 연기가 실감날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는 게 이 감독의 행복한 비명이다.
극단 연우무대와 차이무를 거치는 동안 그와 배고픔을 함께 했던 배우들은 이제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맞이해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살 정도로 형편이 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의 ‘헤쳐 모여’ 호령 한마디에 바쁜 일정들을 무시하고 ‘작은 연못’ 주위로 모여들었으니 연극판의 의리 또한 대단하다.
이 영화는 10월 24일 크랭크업했고 긴 후반작업을 마친 후 내년 봄에나 개봉할 예정이다. 제목인 ‘작은 연못’은 김민기의 노래 제목이고 극 중 삽입곡 모두가 그의 주옥같은 노래들로 채워진다. 음악에 들어간 비용도 역시 ‘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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