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전성시대, 다시 온 걸까
OSEN 기자
발행 2006.12.23 09: 42

노처녀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2005년 한반도를 세차게 때렸던 '김삼순'(김선아 분) 태풍도 세력이 다하는 듯싶었더니 후임 삼순이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노처녀 전성시대가 다시 오는 것일까. 우선 21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는 영화 ‘올드미스다이어리’(이하 ‘올미다’)의 최미자(예지원 분)가 있다. 32살, 우리의 최미자는 추락한 비행기 속에서 생존할 확률보다, 벼락을 맞거나 벼락을 맞고도 살아남을 확률보다, 노처녀에게 사랑이 찾아올 확률이 더 희박하다고 비관한다. 파릇파릇한 시절에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연애도 해보고 꽤 괜찮은 여자였는데 지금은 키스의 감각조차 가물가물하다. 최미자, 사랑이 무지하게 고프다. 그런 그녀를 더욱 골 지르는 무례한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지 PD(지현우 분)다. 직업이 성우인 최미자는 사랑뿐만 아니라 일에서도 처량한 신세다. 라디오 방송이 펑크 나게 생겼다는 말에 기회다 싶어 달려간 곳에는 DJ가 버젓이 앉아 있고 어렵게 따낸 역할이 주인공이라며 좋아했더니 공포물의 귀신이다. 대사가 없다. 게다가 자기 배역을 보고 졸도까지 하고 있으니. 이쯤 되면 팍팍한 지 PD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기어이 최미자를 울리는 한 마디를 툭 내뱉는다. “시집이나 가든가….” 또 다른 노처녀는 내년 1월 3일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KBS 2TV 새 수목극 ‘달자의 봄’의 오달자(채림 분)다. 드라마 속 33살의 오달자, 이 여인도 “언제나 사랑에 배고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미자보다는 좋은 여건이다. 사랑에 배고파 허기진 배를 추스르기 위해 죽자 사자 일만했고 그 덕에 24평짜리 아파트 한 채와 중고 차, 그리고 인정받는 홈쇼핑 MD라는 직함을 얻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연애에 변변찮은 노처녀라는 거. 그 사실은 인정하기 싫지만 부인할 수 없다는 거. 지금의 그녀 역시 최미자 못지않은 '연애젬병'이다. 그러던 중 사내 최고 인기남 신세도(공형진 분)에게서 대시를 받고 연애를 시작했으나 알고 보니 천하의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회사에 소문이 쫙 퍼지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오달자가 술김에 찾은 곳은 ‘애인대행업체’. 오달자는 6살 연하의 킹카, 강태봉(이민기 분)을 거짓 애인삼아 신세도를 향한 복수를 굳게 다짐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노처녀를 소재로 한 로맨틱코미디물이 인기다. 로맨틱코미디가 사랑받는 장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노처녀라는 소재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노처녀에 대한 인식이 노총각보다 더 부정적이다. 이들은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푸대접을 받는 존재다. 여기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는 동기, 즉 ‘갈등’이 형성된다. 삶 곳곳에 갈등이 꿈틀거리고 있다. 집에서도 사회에서도 노처녀랍시고 최미자를 그냥 두는 법이 없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억눌렀던 감정을 폭발시키고 만다. “왜 나한테 그래! 내가 그렇게 만만해?!”라고. 또 세상을 알 만큼 아는 나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톡 까놓고’ 얘기할 수 있다고나 할까. 김삼순도 ‘여우야 뭐하니’의 고병희(고현정 분)도 성에 대해 톡 까놓고 얘기하는 바람에 발칙하다며 살짝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숨기거나 덮어두기 보다는 성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됐다는 꽤 값있는 의미를 남겼다. 노처녀야말로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캐릭터기 때문에 극을 빛낼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이들이 각광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랑을 갈구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극에 상당한 메리트를 준다. 모든 극에서 사랑 얘기는 빠질 순 없다. 특히 로맨틱코미디는 이 사랑 얘기를 어떻게 전개시키느냐가 키포인트다. 그런 점에서 사랑하고 싶지만 쉽게 하지 못하는 노처녀가 매력적인 캐릭터가 된다. 그래서 최미자와 오달자가 노처녀 신드롬을 이어갈 다음 타자로 나섰다. 이들이 팍팍한 연하남 지 PD와 강태봉을 어떻게 구워 삼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노처녀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oriald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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