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모든 것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26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웨일즈 카디프에 위치한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첼시와 아스날간의 2006~2007 잉글랜드 칼링컵 결승전은 축구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시작은 멋있었다. 1진이 나온 첼시를 상대로 아스날의 젊은 선수들이 선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디에 드록바, 안드리 셰브첸코 등 슈퍼스타들의 이름값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신들만의 모습을 보여주며 상대를 공략했다. 물 흐르듯 연결되는 패스, 마지막 순간에 개인기로 수비수를 제치는 모습 등은 젊은 선수들이 상승세를 타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이같은 아스날에 맞서는 첼시의 맞대응도 효과적이었다. 노련한 첼시는 상승세로 흥분 상태에 있던 아스날의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미하엘 발락은 아스날 수비수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를 시도해 선제골을 유도했다. 1선 공격수들은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며 효과적인 공격을 이끌었다. 상승세를 타며 흥분 상태에 있던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법을 보여준 것이다. 이렇듯 이날 경기는 중계 캐스터의 말대로 '자는 사람도 깨워서 함께 보고픈' 경기였다. 하지만 후반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자던 사람을 깨워서 함께 보고 있었다면 그 사람에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장면들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후반 12분 첼시의 코너킥 상황에서 '첫 번째 사건' 이 터졌다. 헤딩슛을 하려던 존 테리의 머리를 공을 걷어내려던 디아비가 발로 차버린 것이다. 머리를 가격당한 테리는 그대로 실신했고 응급조치를 받은 후 들것에 실려나갔다. 큰 일을 머리 속에 떠올릴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테리는 경미한 부상으로 알려졌다. 테리의 부상이 우발적인 사고였다면 후반 막판 나온 '두 번째 사건' 은 잉글랜드 축구사에 불명예로 남을 만한 사건이었다. 바로 경기장 내 난투극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존 오비 미켈과 콜로 투레가 서로 치고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양 팀 선수들이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는 웨인 브리지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조세 무리뉴 감독도 난투극을 말리러 나왔다 아스날의 한 선수와 설전을 벌이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겨우 상황이 정리된 이후 주심은 미켈과 투레를 퇴장시켰다. 아데바요르 역시 부심의 지적에 따라 레드 카드를 받았다. 프랑크 람파드와 세스크 파브레가스도 경고를 받았다. 선수들의 치고받는 모습에 흥분한 관중들이 소요사태를 빚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던 상황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도전과 상대 베테랑 선수들의 노련한 대응, 환상적인 골들로 멋지게 시작한 것이 아찔한 부상과 난투극으로 귀결된 칼링컵 결승전. 축구의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는 한 판이었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