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사령탑인 김시진(49) 현대 유니콘스 감독이 어려운 주변 환경 속에서도 자기만의 색깔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시진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은 ‘믿음의 야구’이다. 한 번 쓴 선수들을 신뢰하고 밀어주는 실력 발휘를 유도하는 ‘덕장’ 스타일인 것이다. 김시진 감독의 현대는 구단 매각사태 후유증에 아직도 불안한 구단 상황, 여기에 보강 없는 팀 전력 등 어려운 여건으로 비록 팀 성적은 아직까지 하위권(7위)에 머물고 있지만 서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시즌 홈개막 3연전서 3연패를 당하며 출발을 꼬이게 했던 롯데를 상대로 지난 주말 원정에서 2승 1패로 앞서며 탈꼴찌에 성공하는 등 모처럼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김 감독이 자신만의 야구를 추구하며 서서히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은 현재까지 1군 전력에 2번의 변화를 줬다. 한 번은 내야진에, 한 번은 불펜진에 변화를 줬다. 시즌 출발을 지난해와 똑같은 전력으로 한 김시진 감독은 개막전부터 주전 2루수 채종국, 주전 유격수 서한규를 기용했다. 작년과 똑같은 주전 내야진이었다. 하지만 키스톤콤비인 둘은 번갈아 실수를 저지르며 팀을 곤경에 빠트렸다. 그래도 김 감독은 둘을 초반 9게임까지 계속 기용하며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제공했다. “실수했다고 곧바로 빼면 선수들이 더 힘들어진다”면서 기회를 줬다. 하지만 둘은 공수에서 부진의 늪에 빠졌고 결국 10게임째 부터는 신예들인 김일경(2루수)과 지석훈(유격수)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다음은 마무리 투수 박준수가 김시진 감독의 ‘믿음의 야구’ 대상이 됐다. 초반 팀이 부진해 마무리 기회가 별로 없어 등판 기회가 많지 않았던 박준수는 최근 마무리로 등판했다가 불을 지르고 강판한 경우가 2번 있었다. 지난 19일 두산전서 1-0으로 앞선 9회 등판했다가 동점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고 20일 롯데전서도 4-1로 앞선 9회 세이브에 나섰다가 무사 1, 2루를 만들어놓은 채 강판했다. 이틀 연속 불안한 투구를 펼쳐 박준수의 구위에 의문이 들어도 김 감독은 “일시적으로 컨디션이 안좋을 뿐이다. 준수가 여전히 우리팀 마무리”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21일 롯데전서 연장 혈투 끝에 6-4로 앞선 12회 박준수를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2사 만루의 위기에 등판한 박준수는 마침내 강민호를 유격수 플라이로 잡으며 불을 끄고 승리를 지켜냈다. 김 감독의 신뢰에 승리로 보답한 것이다. 김 감독은 박준수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경기 후반 동점으로 팽팽할 때도 새로운 마무리 후보로 떠오른 조용훈을 먼저 등판시키고 박준수를 뒤에 대기시키며 신뢰를 보여줬다. 마무리 투수는 이기고 있는 상황이거나 마지막에 등판시킨다는 믿음을 박준수에게 보여준 것이다. 이처럼 선수들에게 충분히 실력발휘 기회를 제공하며 팀 분위기를 주도하는 김시진 감독의 ‘믿음의 야구’ 스타일이 서서히 현대 선수단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선수들은 “좋은 우리 감독님 힘들지 않게 하겠다”며 더 힘을 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투수코치 시절부터 모든 것을 포용하는 어머니같은 마음으로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선수들을 키워낸 김시진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서도 ‘믿음의 야구’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