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인이 마침내 ‘마녀’가 됐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그토록 진정한 마녀가 되기를 바랐건만 이제야 마녀가 됐다. 만시지탄이다. 왜 진작 지금처럼 독한 마녀가 되지 못했을까. ‘마녀유희’에서 한가인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었다. 잘 나가가는 광고회사의 젊은 CEO로 살벌한 경쟁사회를 뚫고 회사를 일으켜 세웠다. 아마도 숱하게 경쟁사의 뒤통수도 쳤을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드라마 실패의 책임을 과감히 PD와 작가에게 물을 줄 알았을 것이고 주연배우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며 발뺌을 하는데도 선수였을 것이다. 적어도 그 젊은 나이에 집안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성공한 CEO가 되었다면 남들보다 몇 배나 복잡한 사고 체계를 가졌을 것이고, 위기의 순간 나만 혼자 빠져 나가는 길을 찾는 데도 일가견이 있었을 것이다. 상대방을 못 잡아먹어서 으르렁거리는 세상에서 ‘내 탓이오’를 외치는 사람은 바보로 취급 받는 게 상례가 아니던가.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극중에서 이런 모습을 보였으면 문제의 ‘마녀유희’는 제대로 성공했을 지도 모른다. 마유희를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가 크면 클수록 변신 이후의 마녀에 대한 사랑도 넘쳤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극중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쁘기만’ 한 그녀였다. 한번도 제대로 된 마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드라마가 끝나고 한참이나 지난 지금 와서 왜 ‘마녀’ 타령일까. 한가인은 드라마 실패의 책임론을 거론하기 전에 주연배우의 가치를 먼저 깨달았어야 했다. 한가인은 ‘마녀유희’에 출연하면서 회당 3000만 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동료 배우보다 많은 개런티를 받았다. 제작사가 왜 그만한 돈을 지불했을까. 주연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연배우 한가인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고 그 기대치를 돈으로 환산하다 보니 그만한 값어치가 매겨졌을 게다. 이런 대우를 받는 주인공은 그 드라마의 얼굴이다. 작품이 잘됐을 때 그 영광을 한 몸에 안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실패의 멍에도 주연배우의 몫이 된다. PD와 작가의 책임을 거론하기 전에 먼저 ‘내 탓이오’를 크게 외쳤어야 할 사람이 바로 한가인이다. 만약 이 드라마가 잘됐으면 거꾸로 ‘PD와 작가 덕분’이라고 지금처럼 소리칠 수 있었을까. 성공한 드라마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작가와 연출가, 그리고 배우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이다. 삼위일체는 고사하고 ‘내 탓 아닌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라니. ‘마녀유희’가 왜 실패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 같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