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최근 2년간 프로야구에는 초특급 신인들이 연속해 배출됐다. 2005년에는 오승환, 지난해에는 류현진이라는 괴물들이 연이어 등장해 프로야구판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류현진을 비롯해 장원삼·한기주 등 신인들이 판도를 좌우할 정도로 매서운 기세를 뽐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지난 2년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인들의 강세가 누그러졌다. 오승환이나 류현진 같은 대어급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팀 전력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으로 자라난 신인들도 있다. 임태훈(19)·조용훈(20)·김현수(19)·김광현(19)이 그 주인공들로 이른바 ‘신인 빅4’다. ▲ 임태훈(두산): 7승 3패 1세이브 16홀드, 방어율 2.47 계약금 4억 2000만 원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임태훈은 데뷔 첫 해부터 두산 불펜의 절대적인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두산에서 가장 많은 58경기에 등판했으며 순수 셋업맨 중 가장 많은 투구이닝(94⅔)을 기록하고 있다.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 임태훈은 프로야구 사상 첫 순수 셋업맨 출신 신인왕이 될 것이 유력하다. 서울고 시절부터 임태훈은 묵직한 구위와 대담한 배짱을 높이 평가받은 투수였다. 볼 스피드 자체는 시속 140km대 초반으로 타자들을 윽박지를 정도는 아니지만 워낙 볼 끝이 좋아 타자들이 제대로 맞혀도 크게 뻗어나가지 않는다. 아직 앳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베테랑을 능가하는 배짱까지 과시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주눅 들지 않는 것이다. 임태훈은 9이닝당 탈삼진이 8.18개나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건 아직까지 피홈런이 2개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지만, 묵직한 볼 끝으로 장타 허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평가. 또한, 피칭 스타일이 워낙 공격적이라 타자들이 공략할 틈을 주지 않는다. 투구 폼이나 템포가 빠르고, 팔 스윙도 빠르면서 간결하다. 아직 체인지업을 제외하면 확실한 결정구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적은 이닝 동안 효과적으로 피칭하는 불펜에선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평이다. ▲ 조용훈(현대): 4승 6패 8세이브 14홀드, 방어율 3.33 임태훈과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조용훈은 2년차 중고신인이다. 지난해 1군에서 단 1경기도 등판하지 않은 만큼 올 시즌 새 얼굴이나 다름없으며 신인왕 자격 요건도 된다. 리그 전체에서 2번째로 많은 68경기에 구원등판한 조용훈은 올 시즌 현대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중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매년 이어지고 있는 현대의 새 얼굴 배출의 명맥까지 잇고 있다. 지난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조용훈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김시진 신임 감독의 눈에 띄었고 시범경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시범경기에서 조용훈은 5⅔이닝 동안 10탈삼진 방어율 제로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 기어이 1군 주력 불펜투수로 발돋움하더니 시즌 막판에는 주전 마무리투수 자리까지 꿰찼다. 사이드암 투수치곤 9이닝당 탈삼진이 5.71개로 준수한 편이고, 9이닝당 볼넷이 3.09개일 정도로 제구도 안정됐다. 사이드암 투수인 조용훈은 ‘문어발’이라 불릴 정도로 특이한 투구 폼을 지녔다. 하지만 볼 스피드는 140km 내외로 비교적 빠른 편. 볼 끝이 좋아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볼 끝의 변화가 심한 투심 패스트볼이 주무기.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바깥쪽 낮은 코스로 공을 던질 정도로 제구력이 좋으며 피칭 스타일도 매우 공격적이다. 조용훈 역시 임태훈처럼 배짱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도망가는 피칭은 절대 하지 않는 승부근성을 지녔다. ▲ 김현수(두산): 타율 0.279·3홈런·28타점 지난 4월 6일 두산의 개막 엔트리에 생소한 이름이 하나 있었다. 김현수였다. 지난해 신일고를 졸업하고 신고선수 자격으로 두산에 입단한 김현수는 고교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을 정도로 공을 맞히는 재질이 있었지만 수비나 주루플레이에서 낙제점을 받아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후 2군에서 체계적인 지도와 트레이닝을 받으며 프로로 거듭났다. 올 시즌 초반부터 김경문 감독의 믿음 아래 중심타순에 포진된 김현수는 한 차례 2군에 다녀오는 아픔도 있었지만 올 시즌 90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3홈런·28타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2군에 다녀온 뒤 복귀한 6월 이후 타율은 2할9푼2리나 된다. 2번 타순에서 부담을 덜고 맘껏 스윙하고 있다. 우려했던 외야수비도 실책이 3개가 있지만 낙제점 수준은 아니다. 김현수의 강점은 적극적인 타격이다. 초구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가는 스타일이다. 2번 타순에서는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심타순에 배치돼야 할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부분이라는 지적. 체격 조건(188cm/95kg)에 비해 펀치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 있지만 짧게 맞히는 스윙에 주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직 선구안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고졸야수로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김광현(SK): 2승 7패, 방어율 4.16 계약금 5억 원을 받고 입단한 ‘대형신인’ 김광현은 올 시즌 가장 주목받은 신인 선수였다. 일찌감치 ‘제2의 류현진’이라는 찬사와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다. 모든 것이 장밋빛 미래를 기대케 했다. 그러나 주위의 너무 높은 기대치는 결과적으로 김광현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고 말았다. 18경기에서 단 2승을 거두는 데 그친 것이다. 2군에까지 다녀올 정도로 심한 성장통을 겪어야했다. 부진의 시작은 직구 스피드였다. 시즌 초반 135km 내외의 직구 스피드는 왼손 투수라는 것을 감안해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심어주기 어려웠다. 볼 스피드가 떨어지면 구위라도 좋아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프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핀포인트 제구력이나 다양한 레퍼토리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볼 스피드와 구위는 갖춰야 한다. 그러나 김광현의 밋밋한 볼 스피드는 타자들이 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커브도 강속구와 만나야 최고의 궁합이지, 느리고 힘없는 볼과는 상극이었다. 볼 스피드와 구위의 하락은 투구 폼 변신이라는 대수술로 이어졌다. 지난 6월부터 한 달 여 간 2군에서 투구 폼 교정을 비롯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7월 1군 복귀 이후 7경기에서 1승3패를 기록했지만 3.09의 방어율에서 나타나듯 투구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키킹부터 팔 스윙의 각도까지 간결하게 교정한 이후 볼 스피드를 최고 시속 150km 가까이 끌어올리며 구위를 회복했다. 기대치를 밑돌지만, 후반기에는 나름대로 팀에 공헌한 셈이다. 임태훈-조용훈-김광현-김현수(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