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승부차기는 그 잔인함으로 인해 '11m 룰렛' 게임으로 묘사되곤 한다. 정규시간과 연장까지 치열한 혈투를 벌인 뒤 어쩔 수 없이 거치는 승부차기. 3일 오후 7시 광양 전용구장에서 열릴 2007 하나은행 FA컵 전국축구대회 4강전을 앞둔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 잔인한 룰렛을 놓고 각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남과 인천의 운명은 참으로 묘하다. 이들은 지난 시즌에도 FA컵 준결승에서 격돌했다. 당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양 팀은 득점없이 비긴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전남이 4-3으로 이겼다. 분위기를 타게 된 전남은 내친 김에 우승컵까지 품에 안았고,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렸다. 비록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전남은 아시아 무대로 도약을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반면 결승 문턱에서 전남에 패해 주저앉은 인천은 애초 계획했던 '아시아권 도약'의 꿈을 뒤로한 채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고, 절치부심 한 해를 기다려야 했다. 장소를 옮겨 다시 격돌하게 된 전남과 인천. 당연히 승부차기에 대한 입장이 상충될 수 밖에 없다. 울산 현대와 8강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로 승리한 전남은 "어차피 단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내용만큼이나 승리가 중요하다"며 "특히 승부차기에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FC 서울을 2-1로 제압하고, 4강에 오른 인천은 "승부차기에 철저히 대비해 지난 시즌의 아픔은 반복하지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정규 시간 내에 경기를 끝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넣어야 본전, 실축이라도 하면 당장 역적으로 몰리는 이 잔인한 11m 룰렛을 바라보는 전남과 인천의 정 반대의 시선이 상당히 흥미롭다. yoshike3@osen.co.kr 전남과 인천의 지난해 FA컵 4강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