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우승하면 승격하고, 수원시청이 이기면 승격은 없습니다". 이처럼 기막힌 코미디가 또 있을까. 어이없는 내셔널리그 연맹이다. 승강제를 전격 도입키로 한 지 벌써 2년이 흘렀지만 유감스럽게도 변한 것은 전혀 없다. 내셔널리그가 결국 작년과 다를 바 없는 결정을 내렸다. 내셔널리그는 8일 올 시즌 우승팀을 가리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울산 현대미포조선이 승리할 경우, '승격권'을 부여하지만 수원시청이 이기면 없던 일로 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3일과 28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질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현대미포조선에는 사기를, 수원시청에는 좌절을 미리 안기고 시작하는 셈이다. 물론 확고한 승격 의지를 갖고 있고, 여느 프로팀 못잖은 인프라를 갖춘 현대미포조선이 챔피언 결정전을 승리로 이끈다면 승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원시청은 우승에 대한 아무런 메리트나 보상이 없다. 어쩌면 수원시청이 챔피언에 등극하는 게 내셔널리그가 생각하고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 작년 고양 KB국민은행이 K리그 승격을 거부했을 때 연맹은 각 구단들에 '승격 이행각서'를 제출토록 했지만 수원시청 등은 "스포츠 진흥법 등 규정이 나아지면 승격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수원시청의 경우 K리그로 올라간다면 프로 구단으로서 독자적인 수익 모델과 구조를 창출해야 하지만 현행법상 지자체 팀이나 공기업 팀은 티켓 및 상품 판매 등 수익 사업을 벌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원시청을 후기리그 9연승으로 이끌며 일찌감치 챔피언 결정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김창겸 감독은 "K리그로 가고 싶다는 의지만큼은 여느 팀 못지않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좌절을 맛보게 됐다. 일각에선 '내셔널리그가 애초에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대미포조선의 우승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내셔널리그의 최고봉을 가리는 '가을잔치'를 앞두고 맥빠지는 소식을 접하게 된 축구계. "애초부터 승격제를 시작하지나 말지"라는 한 축구 원로의 한숨은 여러 가지를 함축하고 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