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FA 시장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17일 원 소속팀과의 우선협상 마감일을 넘김으로써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 김동주·이호준·조웅천·이재주는 다음달 7일까지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협상이 가능하다. 단기간 전력 강화를 원하는 팀들은 외부 FA 사냥에 나설 시점이다. 그러나 외부 FA 영입에는 많은 돈과 위험 부담이 따른다. 대개 FA 시장에 등장한 선수는 스타급 선수이기 마련이며 까다로운 보상제도도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당장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스타를 마다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그 결과는 극과 극이었지만 말이다. ▲ 삼성, 실패·본전·성공 선동렬 감독이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삼성은 FA 시장에서 언제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외부 FA 영입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역대 FA 시장에서 무려 6명이나 외부에서 영입했다. 두산과 현대가 단 한 명의 외부 영입선수가 없었던 것에 비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1999년 이강철·김동수(3년·8억 원), 2001년 양준혁(4년·27억2000만 원), 2003년 박종호(4년·22억 원), 2004년 심정수(4년·60억 원)·박진만(4년·39억 원) 등 FA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차례로 영입했다. 이들에게 퍼부은 계약 총액만 하더라도 164억2000만 원이었으며 보상금까지 포함하면 무려 223억7500만 원으로 불어난다. 이강철과 김동수는 계약기간 중에 트레이드로 내보낼 정도로 실패작이 되어버렸다. 당시 수준급 선발투수와 포수가 부족했던 삼성은 팀의 가장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이강철과 김동수라는 검증된 베테랑들을 영입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2001년말 선수협의회 문제로 오갈 데 없는 신세였던 ‘대구의 영웅’ 양준혁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대성공이었다. 양준혁은 계약기간 4년 동안 충실하게 보냈고 현재까지도 삼성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복귀를 통해 잃어버린 팬들의 민심도 되찾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누렸다. 이후 삼성은 FA 시장에서 팀 전력 강화와 함께 상대 전력 약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주력했다. ‘라이벌’ 현대에서 박종호·심정수·박진만을 2년에 걸쳐 빼온 것이다. 박종호가 지난해부터 조금씩 하향세를 그리고 있고, 심정수가 60억 원의 몸값을 다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지만 한국시리즈 2연패로 이를 어느 정도 상쇄시켰다. 물론 몸값 대비 활약을 고려한다면 실패에 가까우나 우승이라는 만병통치약으로 본전치기가 됐다. 하지만 2006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박진만은 비삼성 선수 영입 중 최고의 성공사례라 할 만하다. 완벽한 유격수 수비로 지키는 야구의 버팀목이 되었으며 타격도 꽤 쏠쏠하다. ▲ LG·롯데·KIA, 집단 실패 LG도 삼성 못지않게 F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길이 남을 FA 먹튀의 대명사를 2명이나 낳았다. 2000년 4년간 18억 원을 주는 조건으로 데려온 홍현우는 FA 대박과 먹튀의 원조가 되고 말았다. 2003년 4년간 30억 원이라는 거액을 안기고 데려온 진필중은 별다른 부상도 없으면서 2군에서 세월을 보냈다. 투타를 대표하는 FA 먹튀가 모두 LG에서 나온 것이다. 조금씩 하락세였던 진필중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모험성이 다분한 도박이었지만 홍현우의 실패는 미스테리한 일이었다. 지난해 4년간 40억 원이라는 역대 FA 투수 최고액에 데려온 박명환은 올해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어 LG의 외부 FA 실패사를 끊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번 쏠 때는 화끈한게 쏜 롯데도 결과적으로는 피만 봤다. 롯데는 지난 2003년 FA 시장에서 최고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정수근을 6년간 40억6000만 원에 붙잡았고, 이상목도 4년간 22억 원에 롯데 유니폼을 입혔다. 롯데는 두산과 한화에 보상금까지 포함해 두 선수를 영입하는 데에만 총액 71억4500만 원을 쏟아부었다. '짠돌이' 이미지가 강한 롯데로서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배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계약기간이 끝난 이상목은 4년간 겨우 22승을 거두는 데 그쳤고, 계약기간이 2년 남은 정수근은 올스타전에서만 맹활약했을 뿐 야구 외적인 면에서 더 많이 이름이 오르내렸다. KIA도 빼놓을 수 없다. 2002~2004년 한창 우승을 향한 조급증에 시달린 KIA는 외부 영입에서 매번 실패했다. 특히 2003년 4년간 28억 원에다 보상금까지 포함하면 총 45억2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퍼부어 데려온 FA 마해영의 실패는 치명적이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간 대구에서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과시했던 마해영이었지만 광주에서는 언제 그랬냐는듯 침묵했다. 결국 계약기간 중에 LG로 트레이드됐다. 대어급은 아니었지만 2003년 2년간 4억5000만 원을 받으며 현대에서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좌완 조규제도 계약기간 동안 단 1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 SK·한화, 효율적인 성공 SK는 LG와 함께 삼성 다음으로 많은 외부 FA 3명을 영입했다. 2001년 김민재, 2002년 박경완, 2004년 김재현이 바로 SK의 작품들이다. 결과는 모두 성공적이었다. 2001년 영입된 김민재는 수비형 유격수로서 4년간 14억 원이라는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2002년 3년간 19억 원에 SK 유니폼을 입은 ‘포도대장’ 박경완도 성공작이었다. SK가 신생팀 티를 벗고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두 선수의 힘이 컸다. 2004년 4년간 20억7000만 원에 SK로 이적한 김재현은 지난 2년간 제 몫을 하다 올 시즌 부진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하며 대반전을 연출했다. 박경완을 제외하면 최대어는 없었지만 대체로 효율적인 성공이었다. 한화도 효율적인 성공작이 하나 있다. 유일한 외부 FA 영입선수인 김민재가 그 주인공이다. SK에서 4년을 충실하게 보낸 김민재는 2005년 다시 FA가 되어 4년간 14억 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김민재 가세 전까지 내야 수비가 화약고였던 한화는 수비형 유격수 김민재의 가세로 내야 수비가 눈에 띄게 안정됐다. 약점 보완을 통해 한화는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으로 거듭났다. 김민재는 올해 타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한화에 더욱 힘을 보탰다. 처음부터 최대어는 아니었지만, 유일한 FA 영입선수가 제 몫을 하고 있기에 한화로서는 더없이 자랑스러운 성공작이다. 박진만-진필중-마해영-박경완(왼쪽부터 시계방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