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반전' 히딩크-매클라렌, 축구는 이래서 드라마
OSEN 기자
발행 2007.11.22 09: 16

역시 드라마였다. 그리고 인생은 새옹지마였다. 믿기 어려운 기적이 또 한 번 연출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러시아 대표팀은 웃고, 매클라렌 감독과 잉글랜드는 침묵 속에 잠겼다. 22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런던 뉴 웸블리 구장에서 치러진 2008 유럽선수권 E조 예선 최종전에서 홈팀 잉글랜드가 '동유럽 강호' 크로아티아에 2-3으로 무릎을 꿇으며 러시아에 유로 본선 티켓을 내줬다.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지었던 크로아티아였기에 잉글랜드와 최종전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예측이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전반에만 내리 2골을 허용한 잉글랜드는 후반들어 침착한 추격으로 균형을 이루는 데는 성공했으나 종료 13분을 남기고 통한의 결승 중거리포를 허용하며 그간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반면 러시아는 안도라 원정에서 아주 힘겨운 1-0 승리를 거두며 잉글랜드의 몰락 속에 어부지리로 본선행을 확정짓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히딩크의 위치가 갑자기 불리해졌었다. 98 프랑스월드컵 4강, 2002 한일월드컵 4강, 2006 독일월드컵 16강을 이루며 '축구 매직'을 선보였던 히딩크였지만 이번 유럽선수권 예선에선 막판 삐끗했다. 무난한 승리를 기대했던 지난 18일 텔 아비브에서 히딩크 감독의 러시아는 이스라엘에 1-2로 역전패, 자력 진출이 물건너갔다. 그리고 예선 마지막 날 크로아티아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했다. "볼 일이 급해 화장실에 다녀오는 바람에 이스라엘의 승리를 보지 못했다"는 가십성 인터뷰 기사가 나갈 정도로 잠시나마 여유를 부렸던 매클라렌 감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임을 고려하는 지경에 놓였다. 맞붙는 상대팀 감독을 경질시키면서 자신의 매직을 이어왔던 히딩크 감독. 서글프게도 히딩크의 화려한 마법에 걸린 11번째 희생양이 될 것이 유력한 매클라렌 감독. 축구는 이래서 드라마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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