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많은 지도자들이 지휘봉을 잡았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줄줄이 물러가는 모습을 두고 AP 로이터 AFP 등 세계적인 통신사들을 비롯한 외신들이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놓고 붙인 달갑잖은 닉네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유럽판 '독이 든 성배'가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다. 스티브 매클라렌 감독이 2008 유럽선수권 예선 탈락의 책임을 물어 해임됐다. 잉글랜드는 심장부 런던 뉴 웸블리 구장서 크로아티아에 2-3으로 패했다. 크로아티아와 러시아에 유럽 선수권 본선 출전권을 내준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매클라렌 감독을 용서할 수 없었고 곧바로 해고 처리했다. 지난 26일 2010 남아공월드컵 각 대륙 예선 조추첨이 열렸지만 불행히도 잉글랜드 사령탑은 공석이라 아무도 참석하지 못했다. 사실 잉글랜드 사령탑은 한국처럼 짧게 짧게 계약하고 금세 고국으로 돌아가버리는 경우는 아니지만 쉬이 거부하기 어려우면서도 막상 다가서기엔 부담스러운 자리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공통분모를 가졌다. 무리뉴 전 첼시 감독, 제라르 울리에 전 리옹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전 독일 대표팀 감독, 스티브 코펠 레딩 감독, 파비오 카펠로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 해리 레드넵 포츠머스 감독 등이 유력 후보군이다. 26일에는 스페인 FC 바르셀로나를 거쳐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을 이끌었고 조국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던 루이 반 할 AZ 알크마르 감독이 새로이 후보군에 등재됐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섣불리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카펠로 전 감독이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루이 반 할 감독이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자리라면 알크마르를 떠날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해리 레드넵 포츠머스 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모두들 내심 기대는 하지만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나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는 현실적인 발언을 했다. 당연히 호감은 갖고 있어도 실감이 나지 않는 데다 맡더라도 모든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유럽판 '독이 든 성배'를 거머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전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월드컵 조추첨 결과 이상으로 집중되는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 선임이다. yoshike3@osen.co.kr 2006 독일 월드컵 잉글랜드-파라과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