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감독' 로이스터에게 거는 기대
OSEN 기자
발행 2007.11.27 14: 43

[OSEN=이상학 객원기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감독이 선임됐다. 기다린 만큼 파격적이었다. 무려 42일간 사령탑 자리를 비워놓았던 롯데가 지난 26일 드디어 제13대 감독을 선임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 제리 로이스터(55)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 프로야구 26년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김해 상동구장에서 선수단과 간단한 상견례를 가진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본과 노력을 강조했다. 그동안 롯데에 가장 부족한 부분도 다름 아닌 기본과 노력이었다. 이제 부산팬들은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의 구원자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체질 개선 시동 롯데에 있어서 로이스터 감독의 선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파격적이다. 그동안 롯데는 순혈주의를 고집했다. 강병철 감독이 롯데에서만 3번이나 사령탑을 지내고, 박영태 수석코치를 비롯해 김용희·양상문 등 전 롯데 감독들이 이번에 사령탑 후보로 물망에 오른 것도 이같은 순혈주의에서 비롯됐다. 물론 롯데도 처음부터 부산 경남 지역 출신만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1990년 인천 출신 김진영 감독은 36승4무56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중도 퇴진했고 2002년 시즌 중 선임된 백인천 감독도 14개월 남짓한 재임기간 동안 41승3무119패, 승률 2할5푼6리라는 극악의 성적을 내고 불명예 퇴진했다. 하지만 롯데는 이번에 아예 외국에서 사령탑을 수입했다. 연고 지역 출신뿐만 아니라 타지역 출신까지 배제한 결과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진 한국 프로야구 풍토에서 롯데의 결정은 큰 실험이다. 그동안 외국인 코치들이 정식 코치가 되는 경우는 심심찮았지만, 롯데처럼 한 팀의 수장으로 외국인을 선임한 것은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외국인 감독대행도 처음 선임했던 팀이다. 1986시즌을 끝으로 강병철 감독이 사임했을 때 약 3개월, 1990년 김진영 감독이 물러난 뒤 시즌이 끝날 때까지 2개월 동안 일본인 도이 쇼스케(한국명 도위창) 수석코치에게 두 차례 감독대행을 맡긴 바 있다. 어쨌든 로이스터 감독의 부임은 롯데 구단의 오래 되고 낡은 순혈주의를 어느 정도 타파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비단 롯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문호 개방에 있어서 지극히 폐쇄적이었던 한국 프로야구 전체에도 달라진 시대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7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데다 악습과 구습에 젖어있던 롯데에는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외국인 감독 선임만큼 좋은 결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나란히 코칭스태프를 전면 교체하며 팀 분위기를 쇄신한 SK와 LG가 올해 성공을 거둔 것도 롯데에게는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롯데는 변화와 개혁이 절실했다. 그리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적인 개혁은 곧 체질 개선으로 이어진다. SK가 2% 부족한 팀에서 최고의 강팀으로 거듭나고, LG가 패배 의식에서 벗어났듯 롯데도 체질 개선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기본기 강조 로이스터 감독은 “변화를 위해 선수단에게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이 기본”이라고 취임 일성으로 밝혔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으로 있는 롯데는 중요할 때마다 기본기 부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야구는 궁극적으로 득점을 더 많이 내야 이기는 경기지만 실수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상대의 실수를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것이 승부의 바로미터로 작용하는 스포츠다. 실수를 줄이고 상대의 실수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본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치 그동안 롯데 경기를 쭉 지켜봐 왔다는듯 기본기를 강조한 로이스터 감독의 취임 일성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올 시즌 롯데는 126경기에서 실책 82개를 기록했다. 8개 구단 중 5번째로 많은 수치로 어디까지나 평균적이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였다. 기본적인 콜-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아 서로 부딪치거나 공을 미루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전체적인 수비도 느슨했다. 느슨하게 수비하는 것만으로도 예민한 투수들은 흔들릴 수 있는 법이다. 여기에 주루 플레이에 있어서도 롯데는 적극성이 결여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상대 실책을 야기하는 맹수의 집요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롯데의 주루 플레이는 샌님처럼 얌전하고 느렸다. 팀 도루 성공률이 전체 7위(58.6%)에 그칠 정도로 주루 센스도 나빴다.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만 16년을 활약했다. 현역 시절 포지션은 3루수였으며 1979년에는 35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준족이었다. 1999년 몬트리올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때도 수비 및 주루 코치였고, 2003~2004년에는 LA 다저스 마이너리그에서 수비 코디네이터를 역임했다. "선수들이 많이 뛰고 많이 즐기는 야구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밝힌 게 다 이유가 있다. 그동안 빠른 발을 가졌지만 뛸 수 없었던 선수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비록 마무리훈련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스프링캠프를 통해 수비·주루 등에서 기본기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적어도 가랑비에 옷 젖을 일이 없는 팀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선진 야구 접목도 로이스터 감독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환경적 변수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사령탑을 지낸 전력이 있다. 지난 2002년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대행으로 1년 가까이 팀을 이끌었다. 데이비 로페스 감독이 3승1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내자 개막 15경기 만에 경질됐고 로이스터 감독이 대신해 팀을 시즌 마지막까지 지휘했다. 당시 로이스터 감독의 성적은 53승94패, 승률 3할6푼1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해 밀워키는 내셔널리그 전체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즌 후 로이스터 감독도 해임됐다. 하지만 이미 무너진 팀을 되살리기란 쉽지 않았다. 지난 2003년 롯데가 백인천 감독을 시즌 중 경질한 뒤 김용철 감독대행으로 어렵게 시즌을 마무리한 것과 같은 이치다. 대신 마이너리그에서는 598승659패를 거두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문제는 역시 새로운 환경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미국에서만 야구를 했다. 선수생활, 지도자생활 모두 미국에서만 지냈다. 한국야구와도 이렇다 할 연결고리가 없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야구를 인상적으로 본 것이 전부다. 이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과연 얼마나 빠른 적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이지만 그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주위 환경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풍토와 국내 야구인들의 견제 그리고 보이지 않는 외풍은 로이스터 감독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스터 감독과 롯데의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지난달 KIA 감독으로 취임한 조범현 감독, 지난해 SK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성근 감독도 모두 2년 계약이다. 확실하게 검증된 감독이 아닌 이상 3년 계약은 쉽지 않아졌다. 2년이라는 기간 동안 팀을 만들어 궤도에 올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감독으로 꼽히는 지바 롯데 바비 밸런타인 감독은 재취임 2년째인 2005년 팀을 퍼시픽리그·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니혼햄을 2년 연속 퍼시픽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감독으로 선임된 트레이 힐만 감독도 부임 4년 만에야 팀을 우승권으로 만들었다. 로이스터 감독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롯데팬들도 당장 우승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포스트시즌에만 나가도 로이스터 감독은 영웅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니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충분하다. “선수들에게 많은 노력, 특히 팬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야구인이 되도록 주문하겠다”는 취임 일성이 선수들에게 이입되는 것이 급선무다. 빨리 감독을 선임해 마무리훈련을 선수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롯데와 로이스터 감독은 이제 공동운명체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news/html/000/810/767.html">로이스터 롯데 감독의 4가지 과제 /news/html/000/810/639.html">로이스터, "많이 뛰며 즐기는 야구 펼칠 것" /news/html/000/810/394.html">이대호, 외국인 감독 선임 소식에 "미팅 길어지겠네요" /news/html/000/810/389.html">롯데 새 감독 로이스터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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