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김동주의 믿기지 않는 부진
OSEN 기자
발행 2007.12.03 07: 55

[OSEN=이상학 객원기자] 단 2경기로 선수를 재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나 한 경기, 한 경기가 곧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국제대회 단기전에서는 단 2경기만으로도 선수를 재단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가대항전에서 부진의 잔상은 화석이 되어 기억의 저편에 굳어진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 티켓이 사실상 물건너간 한국대표팀서 대표적으로 부진했던 둘이 있으니 놀랍게도 모두가 철석같이 믿었던 김동주(31)와 이대호(25)다. 한국야구로서는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부진이다. 12타수 1안타 한국의 클린업 트리오는 대만 일본전에서 철저하게 침묵했다. 3번 정근우-4번 김동주-5번 이대호 조합의 대만전에서는 8타수 무안타 무타점에 3볼넷을 얻는 데 그쳤고, 3번 이택근-4번 김동주-5번 이대호가 나선 일본전에서도 10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2경기 도합 9차례 득점권 찬스에서 안타는 하나도 없었고, 볼넷 2개와 희생번트 하나를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몇 안 되는 득점권 찬스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 한가운데 바로 김동주와 이대호가 있었다. 대만전에서 2타수 무안타 2볼넷 1도루를 기록한 ‘부동의 4번 타자’ 김동주는 일본전에서도 4타수 1안타 1득점 1삼진 1병살타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동주의 뒤를 받친 5번 타자 이대호도 대만전에서 4타수 무안타 1삼진 1병살타로 극도의 부진을 보이더니 일본전에서마저 2타수 무안타 2사구 2삼진에 그치며 중심타자로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고대하고 기대했던 4번 김동주-5번 이대호 라인의 합작 성적은 12타수 1안타 1득점 4삼진 2병살타에 불과하다. 득점권 찬스에서도 김동주가 2타수 무안타, 이대호가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한국은 대만전과 일본전에서 타순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그 와중에도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킨 무풍지대가 바로 4번 김동주-5번 이대호였다. 대만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으며 수비에서도 미흡한 모습을 보였던 이병규를 일본전에서 과감하게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용단을 내린 김경문 감독이었지만, 김동주와 이대호만큼은 믿고 기다렸다. 국제대회 단기전은 분명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아니었지만 그들을 제외하면 마땅한 대안도 없었다. 한국에서 가장 잘 치는 오른손 거포들이었기에 그들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12타수 1안타라는 것이 한국으로서는 그저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믿기지 않는 부진 김동주와 이대호는 평가전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김동주는 평가전 8경기에서 24타수 13안타, 타율 5할4푼2리·4홈런·11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대호도 평가전 10경기 모두 출장해 33타수 15안타, 타율 4할5푼5리·1홈럼·6타점으로 좋은 타격 감각을 이어갔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어느 때보다 확실한 동기가 부여된 상황이었다. 두산의 총액 62억 원 제안을 거절하며 일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김동주는 일본이 보는 앞에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이대호는 당장 병역문제가 걸려있었다. 확실한 당근들이 김동주와 이대호에게 떨어졌기에 기대감이 증폭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대는 결국 실망의 가장 큰 이유가 되고 말았다. 김동주는 대회 전 “상황에 맞춰 팀 배팅을 할 것이다. 번트라도 대겠다”고 말했다. 큰 것을 노리는 스윙보다는 팀 배팅으로 김경문 감독이 공언한 연결의 야구에 일조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4번 타자 김동주에게는 연결의 기회보다는 찬스가 더 많이 찾아왔다. 4번 타순에 어울리게 득점권 찬스가 4번이나 걸렸다. 결과는 2볼넷, 1삼진, 1땅볼에 그쳤다. 일본전 1회초 1사 1루 찬스가 병살타로 무산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대만전·일본전 모두 첫 타석에서부터 찬스가 걸렸으나 초구를 건드리다 폭풍처럼 아웃됐다. 대만전·일본전 모두 상대는 철저하게 바깥쪽으로만 승부했고 김동주의 노림수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확실해졌다. 그러나 일본전 8회말 바깥쪽 낮은 직구를 밀어쳐 대회 첫 안타를 쳤을 때 비로소 머리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깨달은 듯했다. 그러나 이미 버스가 정류장을 떠난 뒤였다. 이대호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대만전에서 2회초에 선두타자로 등장해 3루 땅볼로 물러났을 때부터 조짐이 좋지 못했다. 결국 4회초 1사 1·3루 찬스에서 투수 앞 땅볼로 병살타 처리됐다. 다음 타석에서는 이대호답지 않게 바깥쪽 변화구에 방망이가 헛돌아 삼진을 당했다. 일본전에서도 2회말·4회말 모두 바깥쪽 직구에 방망이를 갖다 대지도 못하며 스탠딩 삼진됐다. 귀신에라도 홀린 듯했다. 스트라이크존이 문제였다지만 바깥쪽 코스에 강한 면모를 보인 이대호다운 적극적인 타격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대호는 6회말·8회말 모두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방망이 대신 몸으로 살신성인했다. 그러나 모두 피할 수 있는 공이었다는 점이 적잖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대호라면 몸에 맞고 나가는 것보다는 치고 나가는 것이 더 필요했다. 마침 모두 1루에 주자가 있는 상황이었다. 소속팀 롯데에서 누구보다 그냥 걸어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이대호였지만 대만전·일본전에서는 그 자신감과 배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김동주는 국제용 선수로 명성을 떨쳤고, 이대호는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이름값과 기대치에 어울리지 않는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단 2경기 만에 모양새도 말이 아니게 됐다. 국제대회 단기전이 선수들에게 갖는 위험성을 이들에게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대만전·일본전 도합 팀 타율 1할7푼7리에 그칠 정도로 팀 타선 전체가 집단 침묵을 보였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져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중심타선의 부진이다. 김동주와 이대호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아픔을 발판삼아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다. 이대호-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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