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운드 운용,'과정은 깜짝, 결과는 평범'
OSEN 기자
발행 2007.12.03 10: 40

[OSEN=이상학 객원기자] 비록 2008 베이징 올림픽 직행 티켓 획득이 사실상 물건너갔지만 한국으로서는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대만전 승리(5-2)와 일본전 분패(3-4)로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치욕을 어느 정도 씻어내며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점은 가장 큰 소득. 젊은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도 그 가능성을 확인시켰다는 점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한국야구는 이번 대회에서 또 하나의 화제를 낳았다. 바로 마운드 운용이었다. 대만전부터 일본전까지 허에 허를 찌르는 깜짝 마운드 운용으로 상대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깜짝 마운드 운용이었지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 류현진-박찬호 필승카드 대만전은 언제나처럼 한국에게 부담스러운 일전이다. 대만전은 이기면 본전이지만, 지면 망신이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패배로 대만전이 더욱 성가신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바로 다음날 일본과 맞붙는 만큼 투수진의 소모를 최소화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었다. 결국 김경문 감독이 뽑아든 카드는 다름 아닌 연막작전이었다. 경기 전까지 박찬호·류제국·전병호 등으로 선발후보를 흘렸다. 대만에서도 박찬호와 전병호를 유력한 선발후보로 생각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과 선동렬 투수코치는 철저한 보안유지를 통해 대만전 선발로 당초 일본전 선발이 유력했던 류현진을 내세우는 깜짝 결정을 내렸다. 류현진을 선발로 염두에 둔 일본에도 당황스런 조치였다. 류현진은 5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대만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으며 국제대회 첫 선발승을 따냈다. 1회말 대만의 ‘국민타자’ 천진펑에게 빗맞은 중전안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허용했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2회부터 변화구 구사 비율을 대폭 늘리며 대만 타자들을 요리했다. 특유의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과 땅볼을 유도하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그리고 6회말 선두타자 장젠밍에게 안타를 맞고 강판됐다. 투구수는 65개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선동렬 투수코치는 곧바로 박찬호를 올렸다. 류현진의 대만전 등판으로 일본전 선발등판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던 박찬호마저 대만전에서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우는 순간이었다. 기대대로 박찬호는 3이닝 4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의 디딤돌을 완벽하게 놓았다. 비록 6회말 2사 후 장타이산에게 운이 따른 2루타를 내줘 승계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지만 8회까지 대만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었다. 직구와 변화구 비율을 비슷하게 가져갔지만 힘이 좋고 까다로운 타자들에게는 바깥쪽 꽉 차는 직구로 정면 승부하며 힘으로 제압했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9회말 장원삼-정대현이 이어던지며 경기를 잘 매조지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첫 경기 대만전에서 한국은 그야말로 ‘올인’ 전략으로 승부했다. 대만전을 패하면 더 이상의 의미가 없어지는 데다 불펜진이 약해진 만큼 승리를 위해서 가장 믿음 직한 박찬호를 꺼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육지책 승부수였다. ▲ 전병호 깜짝 선발카드 대만전에서 박찬호는 3이닝 동안 투구수 46개를 기록했다. 류현진과 박찬호라는 가장 확실한 필승카드를 대만전에서 모두 소모하는 바람에 한국으로서는 일본전에서 선뜻 꺼내들 카드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다시 한 번 연막술을 펼치며 마운드의 약화를 만회하는 데 힘썼다. 경기 시작 1시간 전 예비 라인업에서 한국은 류제국을 선발로 예고했다. 하지만 최종 라인업에서 선발을 전병호를 바꿨다. 류제국을 선발로 생각하고 준비한 일본이었지만 전날 류현진의 대만전 선발등판에 이어 또다시 연막작전에 한 방을 먹고 말았다. 반대로 투수진 총력전을 준비한 한국은 전병호가 타순을 한 바퀴 돌 때까지 막아주고 그 이후를 물량으로 승부할 요량이었다. 전병호는 1회초 공 6개로 일본이 자랑하는 1-2-3 라인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고영민의 선제 솔로 홈런으로 리드를 안고 시작한 2회초에 안타 2개와 볼넷 1개 그리고 실책을 묶어 2점을 헌납하며 역전당했다. 3회초에도 계속해 전병호로 밀어붙인 한국은 그러나 선두타자 가와사키에게 안타를 맞고 1사 2루 위기를 자초한 이후 장원삼에게 공을 넘겼다. 타순이 한 바퀴 돈 상황에서 맞은 안타로 한 박자 늦은 투수교체 타이밍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결국 장원삼도 승계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며 점수는 3-1로 벌어졌고, 한국은 경기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장원삼은 2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고, 뒤이어 던진 한기주도 2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마지막 고비는 8회초였다. 좌완 류택현이 선두타자 아베와 7구째 승부에서 우중월 2루타를 맞은 것이 치명타였다. 대타 이바타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상황이 되자 한국은 권혁을 지체없이 마운드에 올렸다. 탈삼진이 절실한 시점에서 ‘닥터 K’ 권혁을 올린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권혁은 무려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이나바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일본의 4번째 득점을 허락하고 말았다. 승부가 일본 쪽으로 기우는 순간이었다. 코칭스태프로서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한국은 9회초 마무리투수 정대현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타선이 끝내 한 점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져 패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총 6명의 투수를 투입시켜 4실점(3자책)으로 막아냈다. 대만전에서 류현진-박찬호 카드를 모두 소모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비교적 선방한 결과였다. 전병호의 교체시점을 제외하면 투수교체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다. 왼손 투수 4명을 모두 기용한 것도 왼손 타자들이 많은 일본전에서는 나름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선취점을 지키지 못하고 주도권을 내준 경기 초반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선발이 류현진 또는 박찬호였더라면 결과는 또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물론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이다. 전병호는 주어진 여건에서 선방했고, 한국 마운드는 효과적인 이어던지기를 통해 일본을 4점으로 묶었다. 전형적인 절반의 성공이다. 과정은 깜짝의 연속이었지만 결과는 평범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선동렬 수석코치가 대만전과 일본전서 마운드와 올라 각각 박찬호 전병호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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