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정영삼-이한권-한정원 '新 트리오' 맹위
OSEN 기자
발행 2007.12.07 09: 4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인천 전자랜드가 확 달라졌다. 오랜 시간 팀을 잠식했던 패배 의식이 걷어지고 활력이 솟아나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도 무려 7승을 쓸어담으며 중위권으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공들여 영입한 황성인·조우현·김성철 트리오 중 제 몫을 하고 있는 선수는 하나도 없다. 조우현과 김성철은 아예 부상으로 처음부터 개점 휴업 중이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외국인선수 테런스 섀넌도 있지만 이들을 빼놓고는 전자랜드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정영삼(23·188cm)-이한권(29·198cm)-한정원(23·200cm), 신 트리오가 그 주인공들이다. 출전 시간이 약 지난 5일 부산 KTF와 인천 홈경기. 87-87 동점 상황에서 전자랜드가 마지막 공격권을 가졌다. 카멜로 리가 KTF 제이미 켄드릭으로부터 볼을 스틸한 후 곧바로 이어진 공격이라 모두가 혼비백산한 상황. 하지만 리로부터 볼을 건네받은 신인 정영삼은 그렇지 않았다. 볼을 갖고 특유의 돌파를 하려다 멈칫하고 반대편을 바라보고는 다시 볼을 건넸다. 볼을 받은 선수는 이한권이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소화하고 있는 '처녀 주전' 답지 않게 급박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수비수를 제꼈다. 그것도 두 번이나 페이크 동작을 취했다. 이한권의 손에서 나간 중거리슛은 그대로 림으로 빨려들어갔다. 89-87, 전자랜드의 버저비터 승리였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기대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물론 지난 10월 30일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정영삼과 이한권이 함께 공격을 주도하며 연장 승리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었다. 당시 이한권은 20점을 기록했고 정영삼은 4쿼터와 연장전에만 무려 22점을 쏟아부으며 30점을 올렸다. 그러나 이한권은 4쿼터 막판 승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자유투를 놓쳤고, 정영삼은 패기만만했지만 멋모르고 달려드는 기색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KTF전에서는 두 선수 모두 어엿한 주전 멤버이자 팀의 중심 선수에 어울리는 안정감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2라운드까지 주전으로 뛰면서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생긴 모습이었다. 출전 시간이 약이었던 셈이다. 전자랜드는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섀넌의 원맨팀이라는 혹평을 받아야했다. 섀넌이 아니면 공격에서 전혀 활로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최희암 감독은 국내 선수들의 자신감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슛을 던져야 할 때 던지지 못하고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섀넌이 자기 공격만 할 것이 아니라 주위를 잘 살피고 패스를 빼줘야 할 정도로 국내 선수들이 자신감이 붙었다. 그 중심에 바로 정영삼과 이한권 그리고 한정원이 있다.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은 곧 성장 호르몬이다. 신인 또는 오랜 시간 벤치에서 시간을 보냈던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정영삼은 신인이고, 이한권은 만년 벤치멤버였으며 한정원은 2년차 무명이다. 가파른 성장세 정영삼은 올 초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됐다. 내로라하는 특급 선수들 틈바구니 속에서 당당히 상위 지명을 받을 정도로 기대치가 높았다. 기대대로 올 시즌 19경기에서 평균 11.1점·2.6어시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득점은 신인수 중 함지훈(모비스·16.4점) 다음으로 높다. 건국대 시절부터 알아준 돌파력은 프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돌파 이후 마무리 능력은 가히 최고 수준. 상대의 골밑 높이를 겁내지 않는 돌파 본능은 정영삼의 트레이드마크다. 외곽슛도 기복이 심했던 대학 시절과 달리 안정감을 갖추고 있다. 3점슛 성공률은 38.3%. 무엇보다 1라운드 9경기에서 40.5%에 불과했던 야투성공률이 2라운드 이후 10경기에서 50.9%로 상승한 것은 정영삼이 갈수록 효율적인 공격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한권은 전자랜드 득점을 책임지는 실질적인 득점원 노릇을 하고 있다. 올 시즌 17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평균 14.3점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선수 전체 6위이며 전자랜드 내 2위에 해당하는 고득점이다. 경기당 평균 2.0개에다 성공률 40.9%를 자랑하는 3점슛은 이한권의 무기다. 그러나 이한권은 외곽 슛쟁이가 아니다. 이한권은 3점슛(83개)보다 2점슛(85개) 시도가 더 많을 정도로 미들라인 움직임이 활발하다. 또한, 국내 선수 중 5번째로 많은 자유투(3.76개)를 얻을 정도로 상대 수비를 괴롭힐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특히 신장을 이용한 고공 점프슛은 쉽게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성균관대 시절부터 알아준 특기다. 한정원은 드라마틱하다. 정영삼과 이한권은 그래도 프로에 들어올 때부터 인정받고 들어온 유망주들이었다. 황금어장과 같았던 올 초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지명받은 정영삼이나 200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지명된 이한권이나 처음부터 기대받고 들어온 선수였다. 그러나 한정원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 중앙대를 수료하고 얼리엔트리로 드래프트에 나와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안양 KT&G에 지명된 뒤 시즌 중 창원 LG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전자랜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흙속의 진주였다. 한정원에게는 큰 신장과 좋은 탄력이 있었다. 지난 시즌 백주익으로 재미를 본 최희암 감독은 한정원을 믿었다. 여름 동안 연마한 슛은 이제 3점슛을 던질 정도로 좋아졌다.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의기소침한 플레이가 많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볼을 잡아 슛을 던질 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 시즌 겨우 5경기에만 출장했으나 올 시즌에는 19경기 모두 출장, 경기당 19.6분을 뛰고 있다. 대학 시절을 통틀어서도 가장 많은 출전시간. 평균 7.6점·4.2리바운드라는 알토란같은 숫자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신 트리오의 길 정영삼과 한정원은 같은 1984년생으로 앞날이 창창한 젊은 피들이다. 이한권은 1978년생으로 내년이면 30살이 되지만 출전시간만 보장되면 웬만한 장신 포워드 못지않은 활약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는 고액연봉자 조우현과 김성철이 복귀해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당장 조우현과 김성철이 돌아오더라도 경기감각을 찾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 자명해 올 시즌 전자랜드의 성패는 결국 정영삼-이한권-한정원, 신 트리오에게서 갈릴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한 시즌 성패를 가를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의 위치와 위상은 높아졌다. 전자랜드에는 성적을 떠나 굉장히 큰 소득이다. 그러나 전자랜드로서는 성적이 필요하다. SK 빅스를 인수하고 창단한 첫 해였던 2003-04시즌 4강 진출 이후 전자랜드는 만년하위팀으로 전락했다. 2004-05시즌, 2005-06시즌에는 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썼고, 대대적인 팀 개편을 단행한 지난 시즌에도 9위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울산 모비스와 대구 오리온스가 확고부동한 2약으로 확 처진 상황이라 5할 언저리 승률로는 6강 플레이오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한 리가 수비와 외곽슛에서 보탬이 되면서 전자랜드에도 힘이 붙고 있다. 확실한 해결사로 조우현과 김성철의 존재가 그리울 때가 있지만 현재 전자랜드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는 정영삼-이한권-한정원이다. 이한권은 시즌 초반부터 줄곧 15점 안팎으로 꾸준한 득점력을 과시 중이다. 2라운드 막판 부상을 당해 득점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지만 다시 회복세다. 섀넌을 보좌하는 고정적인 국내 득점원으로 이한권의 역할은 분명해졌다. 한정원 역시 외국인선수가 한 명만 뛰는 2~3쿼터에 토종 빅맨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자신감이 붙은 한정원은 공수 양면에서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선수다. 결국 전자랜드 팀 성적의 관건은 정영삼이 될 전망. 정영삼이 듀얼가드로서 섀넌과 얼마나 잘 조화를 이뤄 팀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전자랜드 성적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영삼이 살아날 때 국내 선수들이 함께 시너지 효과가 나는 반면 섀넌 중심으로 돌아갈 때 팀 전체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전자랜드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실질적으로 팀을 리딩하는 정영삼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리고 정영삼의 짐을 함께 덜어줄 동반자가 바로 이한권과 한정원이다. 전자랜드 신 트리오가 가야할 길도 이제 분명해졌다. 4시즌만의 6강 플레이오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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