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의 12월은 이동의 계절이다. 그러나 올해 FA 시장은 잠잠했다. 지난 1999년 FA 시장이 개장된 이후 처음으로 한 명도 이적하지 않은 채 전원 잔류로 막을 내릴 것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대신 올해는 현해탄 건너 일본이 거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FA 김동주는 여전히 오랜 꿈인 일본 진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다니엘 리오스는 야쿠르트의 막대한 베팅에 일본행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게다가 임창용은 이미 2주 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야쿠르트 입단으로 ‘한국발 일본행’ 바람에 한 몫 했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들의 일본 진출은 어색하지 않은 일이다. 과거 선동렬을 시작으로 이종범, 이상훈, 정민철, 정민태, 구대성이 차례로 일본을 거쳤으며 현재는 이승엽, 이병규, 임창용이 일본에 몸을 담고 있다. 외국인선수로는 타이론 우즈를 비롯해 게리 레스, 호세 페르난데스, 라이언 글린, 클리프 브룸바, 세스 그레이싱어 등이 있다. 우즈와 페르난데스 그리고 그레이싱어의 경우는 코리안드림에 이어 재팬드림까지 쏘며 전력공급처로서 한국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일본 구단들의 눈을 확 바꿔놓은 주인공들이다. 내년에는 리오스가 그 대열에 합류할 것이 유력하다. 이처럼 일본이 전력공급처로 한국 프로야구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데는 메이저리그 영향이 크다. 요즘 일본에는 메이저리그 진출 열풍이 한창이다. 멀게는 노모 히데오, 가깝게는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성공으로 메이저리그가 일본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물론 스즈키 이치로와 히데키 마쓰이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성공은 투수들보다 진입 장벽이 높았던 타자 부문에서 동양인도 성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올해도 구로다 히로키, 고바야시 마사히데, 후쿠도메 고스케 등 일류 특급선수들은 물론 야부타 야사히코, 후쿠모리 가즈오 등 중간급 선수들까지 대거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사이토 다카시, 오카지마 히데키 같은 헐값에 데려온 선수들의 대성공이 부른 또다른 바람이다. 특급선수들의 유출로 타격을 받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지만 오히려 메이저리그에서 역수입하는 등 활발한 선수공급으로 이를 벌충하고 있다. 팔꿈치 수술 이후 하향세를 걸었던 임창용을 싼 값에 데려온 것도 활발한 선수보강의 일환이다. 굳이 일류선수들이 아니라도 전력을 보강할 수만 있다면 어디서든 영입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대만과 교류는 오래된 일이다. 대만의 전설 궈타이위안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외국인선수의 전설이 됐다. 일본은 대만에서 즉시전력용뿐만 아니라 유망주를 데려와 키우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장즈자, 린웨이추, 장젠밍, 린언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일본은 특급선수들이 매년 메이저리그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선수를 수급하며 리그의 질적 하락을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는 졸지에 ‘일본의 마이너리그’가 되어버릴 조짐이다. 특히 임창용의 일본 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일본 내에도 중간급 선수들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바람을 탈 수도 있다. 반면 한국은 기껏해야 일본에서 실패했거나 대만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소수의 외국인선수를 데려오는 데 그치고 있다. 일본인 선수로는 2003년 이리키 사토시, 2006년 시오타니 가즈히코가 있었지만 이미 일본에서 하향세를 보인 30대 노장들이었다. 일본이 한국의 일류선수, 대만의 젊고 싱싱한 유망주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일본과 대만을 거친 외국인선수만이 전력보강의 대상이다. 특히 대만선수들에게는 관심의 눈길조차 없다. 대만야구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오래된 선입견의 관성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에서 나타났듯 일본과 한국, 한국과 대만의 격차는 많이 좁혀졌다. 대만 자국리그에도 천진펑, 양젠푸와 같은 좋은 선수들이 많다. ‘대만의 국민타자’ 천진펑은 이달 초 올림픽 아시아예선 일본전에서 다르빗슈 유로부터 홈런을 뽑아냈고, 투수 양젠푸도 시속 145km 내외의 묵지한 공으로 일본 타자들을 제압했다. 대만은 선수들의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수입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일본과 달리 한국은 폐쇄적이다. 일본이 메이저리그로 유출되는 선수층을 한국과 대만에서의 수급을 통해 메우며 리그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특급선수들을 잃어버려도 가만히 앉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망부석 신세다. 특급선수들의 계속된 유출에도 현재처럼 전력수급처를 찾지 못하면 전체적인 리그의 질적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자칫 한국이 한-미-일 선수이동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만은 한국의 전력공급처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는 마음을 열고 교류의 문을 열어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자국리그의 질적 하락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이달 초 벌어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에 출전한 대만 대표선수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