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삼성 ‘에이스’ 배영수(26)에게 2007년은 쉬어가는 한 해였다. 경북고 시절부터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을 안고 있었던 배영수는 지난 1월 결국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고 시즌-아웃됐다. 수술 이후에는 내내 재활에만 몰두했다. 2001년부터 풀타임 1군 멤버로 활약한 배영수에게 휴식 아닌 휴식은 또 다른 체험이었다. 배영수가 빠진 올 한 해는 삼성에도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에이스 배영수가 쉬어가자 삼성도 잠정적으로 2007년을 쉬어가는 한 해로 생각하는 감도 없지 않았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삼성에게는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보다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의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었다. 배영수의 공백 2006년 한화와 한국시리즈에서 배영수는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팔꿈치 통증으로 페넌트레이스에서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한국시리즈 6경기 중 무려 5경기에 등판해 10⅓이닝을 던지며 2승1세이브1홀드 방어율 0.87을 기록했다. 특히 1차전에서 선발승을 거두고 3차전부터 6차전까지 4경기 연속으로 구원등판하는 등 팀을 위해 몸을 버렸다. 찌릿찌릿한 팔꿈치 통증에도 불구하고 매경기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면서 마운드에 올라가는 투혼을 발휘, 끝내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그리고 배영수는 자취를 감췄다. 빨리 잊혀지는 것이 팀을 위한 도움이었지만, 팀이나 팬들은 에이스의 투혼이라는 애틋한 가을의 잔상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삼성은 올해 두산과의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제이미 브라운을 올렸다. 지난 2년간 개막전 선발은 배영수의 몫이었다. 개막전부터 배영수라는 그림자가 삼성을 지배했다. 결과적으로 브라운은 ‘에이스로서’ 배영수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30경기에서 12승8패 방어율 3.33을 기록했으나 평범 그 자체였다. 삼성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승수와 투구이닝(162⅓)을 기록했지만, 베스트에서 약간 내려왔던 2005년의 배영수보다도 못한 성적이었다. 2004년 페넌트레이스 MVP를 차지하며 최정점을 찍은 배영수는 2005년 11승에 패수도 11패에 달했으나 방어율은 2점대(2.86)였으며 투구이닝(173이닝)도 올해 브라운보다 많았다. 무엇보다 에이스로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위력이 있었다. 2005년 배영수의 탈삼진(147개)은 올해 브라운의 탈삼진(68개)의 두 배를 상회하는 수치였다. 그래도 올해 브라운의 성적은 수준급의 성적이었다. 문제는 제1선발을 받치지 못한 나머지 선발투수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삼성의 팀 방어율은 전체 4위(3.71)였다. 그러나 불펜 방어율이 2위(2.94)였다는 것을 고려할 때 전체 4위의 선발진 방어율(4.35)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특히 선발진 평균 투구이닝이 채 5이닝도 되지 않는 4.94이닝으로 전체 7위에 그칠 정도로 심각한 이닝이터의 부재에 시달렸다. 게다가 선발투수 퀄리티 스타트는 42회로 최하위였고, 완투경기를 기록한 투수가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 차례도 없었다. 선발로 활약한 전병호·안지만·임창용이 수시로 불펜에서 구원등판할 정도로 전체적인 투수진을 운용하는 데 애를 먹었다. 에이스의 부재는 단순히 '-1'이 아니라 전체 마운드 운용에 보이지 않는 균열을 일으키는 '-α'로 작용해 버렸다. 배영수의 컴백 올해 페넌트레이스 4위로 떨어진 삼성은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2패로 패퇴하며 일찌감치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페넌트레이스 내내 계속된 선발진의 미덥지 못함은 단기전에서도 여과없이 나타났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삼성 선발진이 책임진 투구이닝은 정확히 9이닝밖에 되지 않았다. 배영수라는 이름 석 자는 가을이 되자 더욱 그리워졌다. 하지만 삼성은 배영수의 시즌-아웃과 함께 시즌 내내 본의 아니게 쉬어가는 한 해라는 인상을 준 2007시즌을 미련없이 뒤로 하고 내년 시즌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물론 선동렬 감독의 내년 시즌 구상에는 배영수라는 이름 석 자가 선발 로테이션 최상단에 올라있다. 배영수의 재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부터 한 달 동안 괌 마무리훈련에서 실전 피칭을 통해 구위를 점검했다. 배영수는 팔꿈치에 미세한 통증이 남아있지만 좋아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이를 지켜본 양일환 투수코치는 “부상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캐치볼과 투구폼을 봤을 때에는 밸런스가 좋다. 워낙 성실한 선수가 걱정하지 않는다”며 배영수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선동렬 감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영수는 선 감독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할 정도로 배움의 자세가 된 선수다. 선 감독은 지난 16일 대구방송에 출연해 배영수를 내년 시즌 개막전 선발로 기용할 뜻을 밝혔다. 삼성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검증된 투수’ 브라운과 재계약을 포기했다. 내년 시즌 외국인선수 가이드라인도 일단은 투수와 타자 1명씩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두 에이스 배영수에 대한 믿음이 전제된 결정들이다. 배영수의 부담이 많아졌지만 에이스란 바로 그런 것이다. 팀이 믿고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마운드 복귀만을 바라보며 성공적인 재활과정의 막바지를 보내고 있는 배영수에게 2007년 한 해는 충분한 자기성찰과 휴식시간이 됐다. 야구팬들은 2008년 배영수의 화려한 컴백을 기다리고 있다. 2006년 가을의 장막에서 사라졌던 푸른 피의 에이스는 이제 2008년 봄의 왈츠와 함께 마운드로 컴백한다. . . .
